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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서울 용지개발완화지역

여행가/허기성 2008. 12. 2. 16:15

 

용도변경 수혜가 기대되는 뚝섬 삼표레미콘공장 부지.

“서울 시내 96곳이나 한꺼번에 규제를 풀어준 건 대기업에 대한 특혜나 다름없습니다.” “어차피 개발해야 할 땅이었고 이미 호재가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요.”

서울시가 도심 내 면적 1만㎡ 이상 96곳의 금싸라기 땅을 개발한다는 ‘신(新)도시계획체계’를 발표하자 시장에 쏟아진 반응들이다. 서울시는 용도변경 허용 부지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방치해온 땅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용도변경 대가로 얻은 개발이익을 골고루 나눠주자는 ‘그럴듯한’ 개편 취지를 덧붙였다. 매경이코노미는 서울 대규모 용도변경 수혜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보완책도 함께 짚어봤다.

어떻게 개발되나

서울시는 지난 11월 11일 ‘수도 서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新)도시계획체계 도입안’을 발표했다. 개괄적인 내용은 이렇다. 공창, 차고, 터미널 등으로 쓰였으나 현재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한 1만㎡ 이상 부지의 민간 개발을 지원하고 개발 이익을 공공에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지역은 민간 소유지 39곳(1.2㎢), 공공부지 57곳(2.7㎢)을 합해 모두 96개 지역(3.9㎢)이다.

주요 후보지로는 서초동 롯데칠성·시흥동 대한전선·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비롯해 가양동 CJ·뚝섬 삼표레미콘공장·공덕동 산업인력공단 부지 등이 꼽힌다. 서울시는 땅값 상승 등을 우려해 96개 해당 지역 중 일부만 공개했다. 공청회를 거쳐 내년 초부터 이 제도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발이익 환수방안도 마련했다. 시는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승으로 개발이익이 상승하기 때문에 기부채납 비율(사업대상 부지면적 기준)을 20~40% 이상 되도록 기준을 정했다. 용도변경의 경우 제3종 일반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꿀 때 20% 이상, 상업지역으로 바꿀 때 40% 이상, 준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꿀 때 30% 이상을 공익·공공시설로 제공하도록 했다.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장은 “용도변경 허용은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 뉴타운 사업과 함께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한 준비 과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개발효과는 얼마나

당장 효과부터 정리해보자. 이번 개발로 건설경기, 특히 민간 건축경기 활성화를 통해 내수경기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대형 건축물 공사는 토목공사와 달리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또한 일반 주거지역으로 묶인 곳의 용도변경이 이뤄질 경우 대부분 상업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복합단지 개발’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은 “도심 금싸라기 땅이 개발되면 주변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내수경기 회복에도 일조할 수 있다”며 “해당 기업들의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기업가치, 주가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런 호재들은 이미 주변 부동산가치에 반영돼 있다. 성수동 뚝섬 부지의 경우 현대차 용지개발 외에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분당선 연장선 등의 호재가 많아 올 초까지 재개발 지분값이 천정부지로 뛴 바 있다. 4차 뉴타운 후보지기도 한 성수동 재개발 지분값은 어느새 3.3㎡당 500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주변 상가 가격도 ‘삼성타운 개발효과’로 이미 보증금 1억~2억원에 월세가 450만~700만원 선(33㎡ 기준)에 달할 정도다.

극심한 불경기라 주변 중개업소들 반응도 대부분 무덤덤하다. 성수동 A공인 관계자는 “이미 개발한다는 소문이 몇 년 전부터 나돈 상태에서 새로운 집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며 “투자 문의는 여전히 잠잠한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물론 개발 규모나 투자가치 면에서 적잖은 호재인 만큼 내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대상지 주변 부동산이 들썩일 가능성도 높다. 한광호 나비에셋 부동산연구소장은 “지금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선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남권 일대 수혜지 가장 많아

지역별로 보면 당장 서남권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영등포, 구로, 금천, 강서구에 전체 96곳 중 41곳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면적만 175만㎡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6월 발표한 ‘서남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와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준공업지구 규제 완화 등 그동안 서울시가 내놓은 정책을 살펴봐도 서남권 개발 필요성을 유독 강조하는 모양새다.


서남권에선 시흥동 대한전선 용지가 최고 유망지로 꼽힌다. 규모만 8만3000㎡에 달해 대규모 주거지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분양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부순환도로와 서부간선도로가 연결돼 있고 김포공항, KTX 광명역사 이용이 편리해 ‘물류 핵심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가양동 CJ 부지도 마곡지구와 가깝고 내년에 개통되는 9호선 호재를 기대할 수 있다.

서남권은 아니지만 뚝섬 역시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면적 3만2137㎡ 규모인 삼표레미콘공장 부지는 지상 110층~지하 7층, 연면적 40만9919㎡에 달하는 현대기아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로 바뀔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조성하는 오토테마파크, 연구개발(R&D)센터 등 자동차 특화시설이 들어선다. 현대차 측은 최대 오피스빌딩으로 개발하면서 2조원 규모 생산 유발과 3만명 정도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新)부동산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는 성수지구와 연계돼 개발될 가능성도 높다.

지정진 센터장은 “뚝섬 지역은 왕십리뉴타운, 왕십리 민자역사와 함께 주거·업무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이미 최고가로 분양한 주상복합 단지를 비롯해 성동구에 고급 주택이 대거 형성되면서 ‘새로운 부촌’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남권에선 삼성타운 인근에 위치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와 함께 삼성동 코엑스 건너편의 한국전력 본사 용지가 ‘투톱’으로 꼽힌다. 한국전력 용지는 초고층 건물을 지을 경우 한강 조망권을 기대할 수 있고 교통 등 제반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강영 HB에셋매니지먼트 사장은 “한전은 지방으로 이전이 확정된 상태라 무조건 팔아야 하는데 용도변경으로 용적률이 상승해 적잖은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보완책은 없나?]

■ 교통난 해결책부터 마련해야

이번에 서울시가 규제를 풀어준 부지들은 ‘어차피 개발해야 할’ 땅이라는 측면에서 방향 자체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서둘러 발표한 만큼 보완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예상되는 문제는 교통난이다. 현재 개발예상지 주변 대부분의 도로망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초고층 건물이 개발되면 대규모 인원, 물자 이동으로 주변 지역 교통난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서초동의 경우 삼성타운 개발로 이미 교통난이 시작된 가운데 롯데칠성 부지가 개발되고 9호선 공사가 마무리되면 강남역사거리에서 서초 방향의 혼잡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한태욱 센터장은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고 개발된다면 지역 상권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환경상 역효과가 클 것”이라며 “개발 가능지와 불가지역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정하고 용도변경을 해주던가 아니면 개발이익 환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개발로 인해 주변 인프라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지 주민 피해보상 기준이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 예로 고밀도 개발을 하되 일부 부지는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거나 건물 일부에 예술, 전시, 문화공간을 마련해 개방하는 것도 좋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용도변경을 하는 만큼 주거기능은 최소화하고 오피스, 상업, 문화 등 생산기능을 최대화시켜 시장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개발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