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개업자 끼리 짜고 값 부풀려
ㆍ인천 남촌동·서울 금천 등 이상 급등… 투자 조심
주부 한모씨(45·서울 양천구 목동)는 최근 "1억원만 있으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인천 남동구 남촌동의 다세대 주택 5채를 살 수 있다"는 대학동창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2000만~3000만원씩 전세를 끼고 5000만원짜리 집 5채를 사두면 투자액의 두 배는 벌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얼마 뒤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들어보니 똑같은 지역의 다세대 주택 가격이 7000만~8000만원 한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중개업소끼리 짜고 매물에 웃돈을 붙여 돌려 파는 바람에 그 사이 값이 오른 것이었다.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폭탄 돌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국적인 집값 하락 속에서도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뒤늦게 투자에 나섰다가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 남동구 남촌동 일대 다세대·연립 주택은 최근 몇 개월 사이 집값이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 이 지역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개발되고,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농수산물 시장이 들어서는 등의 호재가 있는 곳.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재개발을 기대하고 찾아오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서울 투자자들이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급등한 이유는 중개업소들의 '폭탄 돌리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인근의 또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를 봐도 아시안게임 효과는 별로 없다"면서 "누군가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탄 돌리기'란 ㄱ고객이 중개업소를 통해 집을 5000만원에 사면 ㄴ고객은 6000만원에 사고, ㄷ고객은 7000만원에 사는 식이다. 이 과정에는 일부 전문 투기꾼이나 중개업소들이 개입한다. 이들은 거래 과정에서 집을 1억원에 샀다면 1억3000만원 등으로 이른바 '업 계약서'를 쓴다. 대출을 많이 받아 자신들의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서울 금천구의 다세대·연립주택 가격이 1억원가량씩 폭등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투기꾼들이 이렇게 이익을 챙기고 떠나면 집값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초 3000만원 안팎이던 52㎡짜리 아파트 값이 올 여름 최고 1억원까지 올랐던 경기 동두천에서는 최근 집값이 2000만~3000만원씩 떨어져 뒤늦게 투자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렸던 서울 용산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용산구 한강로 1~3가의 경우 상가나 사무실을 지을 수 있는 근린생활 대지를 구입해 오피스텔을 세운 뒤 지분을 쪼개 원룸으로 파는 부동산 업자들이 많았다. 이들 업자들은 "지분이 1평만 있어도 18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고객들을 유인해 3.3㎡당 8000만원에 오피스텔을 내놓았으며 심지어 1억3000만~2억원에 팔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근처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박모씨(38)는 "30대 직장인이 마포구의 3억원짜리 아파트를 팔고 20만~30만원짜리 월세로 살며 지분을 구입한 경우도 있다"면서 "최근 매매가 끊기고 대출이자는 오르면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는 만큼 무조건 개발호재만 믿고 투자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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