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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부추기는 언론

여행가/허기성 2009. 9. 25. 20:28

 

수도권 일부 지역의 반등을 급등으로 왜곡…거래량 주춤해 언제든 급락 가능성
올 초까지 폭락 조짐을 보였던 부동산 가격이 서울 강남 재건축 위주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같은 부동산 가격 반등은 무엇보다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데 '올인'한 현 정권 때문에 가능했다.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가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인 현 정권은 경제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을 갖다붙이며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전개했다. 심지어는 전매 제한 기간 완화와 양도세 감면, 주택대출 규제 해제 등 사실상의 투기 조장책도 가리지 않았다. 전세계가 부동산 거품을 빼는 동안 현 정부는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더욱 부풀리는 방향으로 역주행한 것이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도 현 정권 못지않게 망국적인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이들의 투기 선동 보도는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왜곡하는 정도가 올해에는 유난히 더 심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보다는 잠재적 수요자들의 불안감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수도권 대부분 고점 대비 -20~-30%

예를 들어 상당수 언론에서는 '급등' '폭등' 혹은 '대세 상승' 등의 표현을 남발했는데, 이는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정말 '급등'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곳은 정부의 특혜성 부양책이 집중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반면 수도권의 대다수 다른 지역에서는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아직도 고점 대비 집값이 -20~-30% 이상 하락한 상태인 곳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투기 1번지'라는 서울 강남구에서도 도곡동 렉슬 등 일부 고급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은 실거래가가 -30%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버블세븐의 중심인 경기 분당신도시 정자동의 분당파크뷰도 25억원까지 올라갔던 아파트가 16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17억원 선까지 올라온 정도다. 용인·일산·안양 등 경기 주요 도시들과 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는 2008년 말~2009년 초에 2006년 말 고점 대비 -20~-40%까지 떨어졌다가 지역별로 5~15% 안팎 수준으로 반등한 정도에 불과하다.

언론들은 거래량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대다수 언론들은 지난해 말~올 초 주택 거래가 얼어붙다시피 했던 시기와 비교하며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사뭇 다르다. 위에 제시한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 5대 신도시의 아파트 거래량은 5월을 기점으로 답보 상태다. 특히 이번 집값 반등의 진원지인 강남 지역 거래량은 4월 이후 더 이상 늘지 못하고 7월 이후로는 오히려 줄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남 지역보다 두세 달 늦게 반응하는 강북 지역의 경우 증가세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거래량은 2006년 말에 비해 약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충분한 거래량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집값 상승은 조그만 충격과 상황 변화에도 재급락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임을 뜻한다. 지속되기 어려운 반등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구조적 위험을 경고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오히려 2006년처럼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불안감을 키우며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선동하기에 바쁘다.

주택 공급 부족 사실과 달라

최근 전세가 상승세는 공급 부족 때문이므로 앞으로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보도도 대표적인 왜곡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자산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주택 수급 측면에서 보면, 공급 대비 수요가 많거나 수요 대비 공급이 적으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투기적 시장에서는 부동산을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보므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지 않고 투기적 가수요가 오히려 늘어난다. 이 때문에 집값이 올라도 일정한 단계까지는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더 뛸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가격 상승은 대부분 이같은 투기 가수요에 따른 것이다. 지금의 집값 반등도 현 정부가 마지막 남은 투기적 가수요를 쥐어짜내 억지로 만들어낸 것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이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이런 투기적 상황을 공급 부족 때문인 것으로 호도하며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더구나 수급 논리로 본다 해도 절대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15만 호 가까운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 그 단적인 증거다.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2만 호가 넘는 상태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 물량은 2000년대 들어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 물량도 예년의 2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에서는 수도권이 아닌 전국의 건설 인허가 실적을 기준으로 '공급이 줄어들어 2~3년 뒤 집값이 폭등한다'고 선동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전세가 상승을 수급 요인만으로 설명하는 것도 잘못이다. 물론 멸실 주택 증가와 이주 수요 증가가 국지적으로 전·월세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국지적이며, 가격대로는 8천만원 이하 소형 주택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올 들어 전세가는 중형, 대형, 소형 순으로 올랐다. 정말 멸실 주택 증가 때문이라면 소형 전세가가 가장 가파르게 올랐어야 한다. 또 멸실 주택이 거의 없는 강남 지역 전세가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 대신 멸실 주택이 가장 많은 서울 서남권의 전세가 상승세는 미약하다.

사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집값이 오르자 집을 처분하지 않고 좀더 버틸 여력을 얻게 된 집주인들이 금융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려 부르면서 생겨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일부 군소 경제신문들은 멸실 주택 증가로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으니, 대출을 받아서 아예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식으로 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면 왜 이같은 일부 언론의 선동 보도가 난무하는 걸까? 그것은 경영난에 처한 언론사들이 아파트 분양광고 유치를 위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띄우는 데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건설업체들은 주택 경기 급락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업체의 분양광고를 못 받게 된 상당수 신문사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분양광고 유치에 사활 건 언론사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서만 20만 호를 분양한다. 더구나 1천~2천 호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대규모 단지들이 많다. 이 분양 물량들이 대규모로 미분양될 경우 해당 건설업체들은 몇 년 안에 도산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분양 대전'은 광고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에 처한 언론사 처지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게 해서 분양광고 물량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꽹과리를 치고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거의 한계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투기 조장책과 언론의 극심한 선동 보도에도 강남 재건축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 상승세가 미약하고 거래량이 부진한 것이 그 증거다. 반면 시중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 안팎의 상황 변화에 따라서 집값은 언제든지 재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과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이 목적인 실수요자들이라면 선동 보도에 휘둘려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