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수정안 발표 ◆
11일 최종 확정된 기업들의 세종시 투자는 예상대로 신성장동력 사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세종시가 앞으로 국가경제를 뒷받침할 '먹을거리' 산업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방침과 역시 신성장 사업을 키워야 하는 기업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삼성그룹이 정부 기대에 부응해 2011년부터 5년 동안 2조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한화그룹과 웅진그룹도 각각 1조3270억원과 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중견기업인 웅진은 투자 규모도 규모지만 세종시 투자를 2015년까지 조기에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확정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한화그룹이 투자 규모 중 절반 이상인 8670억원을 2016년 이후 투자하기로 한 것과는 대비된다.
삼성그룹은 이날 세종시에 신수종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차세대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그린에너지 사업과 첨단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사업을 세종시 투자사업으로 정했다. 모두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이른바 신수종(新樹種) 사업이다.
데이터센터와 콘택트센터(콜센터) 등도 세종시에 설립하며 세종시 주변에 위치한 삼성전기도 고부가가치 패키지용 기판에 대한 투자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세종시에 165만㎡(50만평)를 확보하고 2015년까지 2조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고용효과는 1만5800여 명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세종시에 입주할 국내외 5개 기업이 계획한 전체 투자액(4조5000억원)의 절반에 근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삼성그룹 미래 성장동력인 신수종사업 중심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세종시=삼성시'로 불릴 만하다. 세종시에 투자할 계열사로는 삼성전자, 삼성LED,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이 '동원'됐다.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는 현재 삼성SDI가 대용량 전력저장용 전지와 연료전지를, 삼성전자가 태양전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은 "2007년부터 그룹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찾아왔다"며 "개발계획과 인프라스트럭처, 세제 혜택 등을 감안할 때 세종시가 신사업 투자를 진행할 만한 곳으로 판단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개발되는 방안이 실현되지 않으면 투자계획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초 세종시 입주설이 나돌던 바이오시밀러는 '다른 지역에서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는 업체를 세종시가 빼온다'는 잡음이 날 것을 염려해 이번 세종시 투자 계획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60만㎡(18만평)에 국방기술을 포함한 태양광사업 등 신성장동력 관련 연구개발센터와 태양전지ㆍ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주)한화가 짓기로 한 국방미래기술연구소는 700억원을 투입해 정밀유도무기와 첨단센서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올해 착공해 내년까지 가동하겠다면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투자의 중심에는 한화석유화학이 서 있다. 모두 1조600억원이 투자돼 태양광 R & D센터와 태양전지 생산공장,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이 들어선다.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 한화L & C도 1300억원을 투입해 연구센터와 태양광 부자재 공장, 에너지 절약형 건자재 공장, 전자소재ㆍ부품공장 등을 조성한다. 여기에 대한생명 금융연수원도 지을 계획이다.
웅진그룹 역시 태양광과 LCD, 환경가전 분야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웅진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 추진이라기보다는 기존 사업 부문의 공장 증설 성격이 강하다. 66만㎡(20만평)에 태양광 잉곳ㆍ웨이퍼 공장과 시스템 공장, 웅진코웨이 환경가전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태양광 필름과 LCD용 필름 등 웅진케미칼 첨단소재 공장도 짓기로 했다.
롯데그룹의 세종시 투자는 말 그대로 '미니 투자'다.
전체 투자 규모 1000억원을 내년 이후 10년 동안 나눠 집행해 식품바이오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 용지 규모도 웅진그룹 10분의 1 수준인 6만6000㎡에 불과하고 고용인원도 1000명에 머물 전망이다.
■ Q & A - 기업들 당장 내년부터 입주하나
▶조원동 세종시 기획단장은 "일부 기업은 당장 올해라도 착공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고 있다. 채용 일정을 감안해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해 달라는 요청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밝힌 계획에 따르면 기업들은 늦어도 2012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소도 2012년까지 준공될 계획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 시설에는 내년에도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세종시 관련 법 제ㆍ개정 작업이 국회에서 순조롭게 진행돼야만 가능하다.
정부가 세종시의 기능을 행정중심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충청권이 기업을 흡수하는 거대한 중심 산업지대로 바뀔 전망이다.
충북 청주와 오창에 이어 대전, 충남 당진·아산 탕정 등 세종시를 중심으로 통행시간 1시간권에 각종 산업단지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기존 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어 이들 산업단지가 기능이 전환되는 세종시와 연계될 경우 산업 집중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청권의 경우 충북 청원군 강외면 일대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충주시 이류면 충주첨단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최근 첨단의료 복합단지로 추가지정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오송생명과학단지는 기업체와 대학, 연구소, 국책기관이 집적된 생명공학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이미 LG생명과학, CJ제일제당 등 54개 국내기업과 티슈진 등 2개 외국기업의 입주가 예정돼 있고 앞으로 70여개 벤처기업도 입주할 예정이다. 이 중 51개 기업은 연구소를 동반함으로써 연구에서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등 6개 국책기관의 이전공사가 2007년 착공돼 올해 오송생명과학단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지원할 인체자원 중앙은행, 전임상·임상시설 등 연구지원시설도 입주할 예정이다.
충주첨단지방산업단지는 인근에 개발 중인 충주기업도시와 클러스터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치대상 산업은 전기, 전자, 정밀기계, 신공정 분야 등 첨단 정보기술(IT)분야로, 지역경제 발전에 파급효과가 큰 유망분야가 대부분이다. 주거시설도 대폭 보강해 인구 30만명 규모의 자족도시로 육성한다는 게 충주시의 목표다.
충남 아산국가산업단지는 기계 및 자동차 관련 업종, 수도권 이전 공장 수용 등을 목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입주 업체가 312개사이며 이 가운데 235개사가 가동 중이다. 충남 석문국가산업단지는 생산위주의 획일적인 공단위주에서 벗어나 산업환경에 맞게 생산 연구 주거 업무 상업 관광휴양기능이 접목된 복합산업단지로 개발된다. 산업단지 내에 대규모 연구시설과 체육시설 부지도 포함돼 있다. 산업단지는 오는 2013년 2월까지 조성된다.
충남지역에는 이 밖에도 현재 7곳에 총 961만㎡의 국가 및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 중에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분양률은 계룡1산업단지(계룡시 두마면)가 65%, 전의2단지(연기군 전의면) 36%, 논산2단지(논산시 성동면) 50%, 서산테크노밸리(서산시 성연면) 20%, 서산단지(서산시 지곡면) 76% 등이다. 이와함께 올해 예산테크노밸리 등 10개 산업단지도 추진이 계획돼 있다.
충남 당진에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가 일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추가 확장공사가 진행 중에 있는 등 이 일대에도 각종 민간 기업 생산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밖에 세종시 인근의 대규모 개발사업으로는 2012년 말까지 조성되는 충남 홍성·예산 도청이전신도시 행정타운이 꼽힌다. 도청과 충남도의회, 교육청, 경찰청 등 기관 및 단체 176곳이 들어서며 이를 위해 비즈니스파크 2곳 총 13만3290㎡가 조성된다.
특목고등 '스쿨타운' 조성
학급당 학생수 20명 수준으로
수도권 연결·중심순환도로
2013년 완공등 사업 대폭 단축
정부가 11일 제시한 세종시의 10년 후 모습은 국내 어느 대도시도 부럽지 않은 자족형 명품도시다. 산업 과학 대학 등 핵심 자족 기능 외에도 국제 교육 문화 주거 환경 교통 등의 여건을 두루 감안해 발전 방안을 마련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우수한 초 · 중 · 고교와 대학이 많아 '기러기 아빠'가 필요 없는 도시를 지향했다.
◆우수 고교 집중 유치
정부는 우선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2년 이전까지 자율형 사립고를 설치 또는 유치키로 했다. 현재 입주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다. 또 자율형 공립고 또는 기숙형 공립고를 1~2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으며 외국어고(2011년) 과학고(2012년) 예술고(2013년) 등 특목고를 만든다. 기술명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고려대와 KAIST가 주체가 돼 외국인 유치를 위해 2013년까지 국제고 또는 외국인학교를 최소 1개 이상 설립한다.
정부는 공 · 사립고,특목고,국제고 등 다양한 학교를 한곳에 모아 '스쿨타운'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인 20명 선으로 하고 선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역사회 · 문화 · 복지 프로그램과 학교시설 복합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광역도로 2015년까지 완공
광역교통망의 경우 수도권 대전 등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도로는 2013년까지 완공된다. 이에 따라 오송역 연결도로와 대전~유성 간 연결도로 확장 공사는 2011년까지 완료된다. 세종시와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정안IC를 연결하는 도로의 확장 공사도 1년 앞당겨 2012년까지 마무리한다. 대덕 테크노밸리 연결도로 확장 공사도 2013년에 완공된다. 특히 주변 지역인 공주시,청원IC,청주시,조치원 등을 연결하는 도로의 신설 및 확장도 모두 2015년까지 완료돼 5년 뒤면 세종시 주변에 거미줄 같은 광역교통망이 자리잡게 된다. 당초 계획에는 2017년 이후로 잡혀 있었다.
도시 교통의 경우 2020년 조기 건설에 맞춰 시 전체를 에워싸는 중심순환도로는 당초 계획보다 2년 단축된 2013년까지 건설되고 외곽순환도로는 2015년까지 완공해 사업 시기를 15년 앞당기기로 했다.
◆풍성한 문화레저
과학비즈니스벨트 아래 조성되는 중심 상업 · 업무 · 문화지구는 국내외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터전이자 문화 휴양 레저 쇼핑 공간으로 꾸며진다. 우선 5개의 인공섬 및 문화시설을 집적한 호수공원(61만㎡)을 중심으로 한 280만㎡ 규모의 중앙공원이 조성된다. 정부는 미국 스미스소니언과 '천연약재박물관'건립을 추진 중이며 아트센터(2012년)와 국립도서관(2012년) 도시건축박물관(2014년) 등도 조기 건립된다. 과학자와 외국인(또는 외국 기업)에는 주택 특별 공급도 실시돼 외국인도 살고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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