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미분양아파트 자연해소 불가"]
"주택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온 나라의 국민들을 아파트에 살게 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졌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지난 주 전국 미분양 아파트현장과 주요 신도시를 다녀와서 쓴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한화증권에서 건설·시멘트 업종을 담당하고 있는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아닌 지역부동산을 직접 다녀왔다.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건설업체 실적의 한 축인 주택 사업의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해 미분양아파트 상황을 직접파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장기간에 걸친 분양물량 증가가 지방 미분양의 결정적인 요인이며, 미분양 아파트의 자연해소는 어려운 상황으로 적극적인 해소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구나 지역경제상황이 정체된 곳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아파트 공급을 늘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이 애널리스트 평가다. 일례로 대구광역시의 경우 2010년 1월 현재 미분양야파트는 1만5875가구 수준이다. 대구시의 경우 2000년부터 현재까지 추계가구수 증가가 8%임도 불구 15만8000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분양가를 평균 20~30% 할인하면 미분양 아파트의 점진적 해소는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수도권은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아파트와 주변 아파트의 시세차가 30% 내외이기 때문에 새 아파트라는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20%내외의 분양가 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는 지방보다는 상대적으로 미분양 문제가 덜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과도한 분양물량에도 불구 수요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수도권의 분양률은 지난 2008년 2분기 72%를 바닥으로 지난해 4분기 85%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라며 "봄 이사철 수요와 결혼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미분양도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에도 불구하고 현재 분양률로 기본분양원가 충당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통해 매출채권 회수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평균 분양률 73%로 기본분양원가(대지비, 공사비,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분양률에 4%포인트 수준 미달하는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포기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기준 경기도의 3.3㎡의 분양가는 평당 1164만원인데 비교가격은 1188만원으로 계약자 입장에서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결론은 주택 사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오해들로 인해 일부 대형사들의 가치가 저 평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택사업에 대한 우려로 인해 다시 위축되고 있는 GS건설과 대림산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부동산 투기 선동을 해오던 언론들이 이제는 오히려 ‘집값 떨어지면 건설업체 위기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다”며 ‘건설업계를 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자신들의 거침없는 투기 선동 하이킥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이제는 자신들의 부동산 광고 밥줄인 ‘건설업계 일병 구하기’에 올인한 모습이다. 이 같은 언론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며칠 전 필자가 따끔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 언론들은 자신들의 ‘건설업계 일병 구하기’를 위해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배신해온 서민들을 파는 데도 여념이 없다. “버블이 붕괴하면 서민이 더 피해를 본다”며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부동산 투기 선동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도 언제부터 서민들을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들이 더 어렵다’는 식으로 협박성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강남의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중산층’이라고 했다는데, 혹 이들이 일컫는 서민들은 다주택 소유자들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래 의미의 서민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가당치도 않다.
왜 그런가 한 번 따져보자.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가격 상승이 큰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때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야말로 무주택 서민이다. 그 다음은 집이 있어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일반 재화와 달리 주택은 사람들이 소유든,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고 생활할 재간이 없다. 노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른 많은 재화들은 가격이 오르면 사지 않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그럴 수가 없다. 또 같은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주식과 같은 경우에는 주식 투자자들만이 이득이나 손해를 본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주식이 폭등해도 그 혜택을 볼 수 없고, 아무리 폭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집은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안 받을 도리가 없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 집 마련’ 집착증이 강한 한국인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다. 예를 들어, 집값이 두 배로 뛰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경우 집을 사기 위한 저축기간이 두 배로 증가한다. 또는 같은 월급으로 두 배를 저축해야 한다.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월급이 사실상 감소하거나,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체 생활비용 가운데 주거비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집값이 빠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땅이나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 엉터리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부정하고 서민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떠들어대니 기가 막힌다. 집값이 오를 때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이 왜 떨어질 때도 가장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인가? 서민들은 어떤 경우든 피해보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인가?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 상식을 이렇게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자기 집이 없는 42%의 무주택 서민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왜 피해를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30%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도 원래 자기 집에 살던 사람들 20% 정도는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없다. 오를 때 기분이 좋았다가 내릴 때 제 때 못 팔았던 것을 후회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일삼거나 거기에 편승했던 사람들 약 10% 정도, 그 가운데 특히 무리하게 빚을 얻어 다주택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서민’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선의로 해석하자면 버블 붕괴 시 경제적 충격이 동반되니 이때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부풀어 오른 버블이 꺼지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이 커질 때부터 이미 서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소득 하락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내수 위축, 임대료 상승, 양극화 심화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렇게 버블을 키워 서민들의 삶을 잔뜩 힘겹게 해놓고도 여전히 버블은 꺼지면 안 된다고 한다면 계속 버블을 키우자는 말밖에 안 된다.
현재의 버블이 유지되거나 더욱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서는 결코 서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 당초부터 버블을 키우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버블이 커졌다면 지금이라도 서서히 버블을 꺼트리는 것이 옳다. 물론 상당 기간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그것은 버블이 형성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버블이 꺼져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민을 비롯한 가계 전체가,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정말 선의로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한다면, 실제로는 서민에게 전혀 도움 되는 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이들의 대변지격인 선동 언론들이 이런 선의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역시 부동산 부자들이다. 서민들의 삶도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대놓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려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해 동원된 궤변일 뿐이다.
그런데 만약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핑계를 대며 또 다시 부동산 부양책을 쓰게 된다면 이는 매우 사악한 행태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도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볼 때는 부동산 투기자들이 몽땅 차지하게 하더니, 왜 집값이 떨어질 때는 정부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해 그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단 말인가? 집값 폭등으로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이었다면 지금처럼 거품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부양책을 쓰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만적인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한국경제는 2000년대 내내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서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만성적인 내수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늘지 않고 한국 경제의 건전한 구조가 훼손돼왔다. 또한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위치는 더욱 약화했고, 자산 양극화는 극대화돼 사회적 위화감과 박탈감이 커졌다. 그 여파로 우리 젊은이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반면 집값은 너무 높아 시집장가를 못 가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의 폐해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이 누적되고 있기에 부동산 거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 부자가 아니라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식으로 서민들을 세뇌시키는 한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데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피해를 안 보고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민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피해를 보고 내려도 피해를 본다는 것입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동산 거품 때문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틀이 서민들에게 굉장히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상 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따라서 ‘부동산 폭락, 서민이 더 괴롭다’는 주장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가장 기만적으로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주장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해도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현 정부가 쏟아 부은 부양 예산의 3분의 1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써도 서민들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가계들이 빚을 내서 계속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게 만들고, 무주택 서민의 세금까지 들어간 돈으로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토건사업을 벌이니 서민들이 힘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가계 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도덕적 해이와 탐욕에 빠져 무리한 사업을 펼치다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를 구해주기 위해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빚을 내서 집을 사줘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 국내 부동산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정권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무능과 무지로 넘쳐나는 정치권과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부동산투기 등 부정부패의 탓이 크다. 하지만 업계 전체로 ‘대마불사’ 논리에 빠져 무리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 이들을 옹호해온 상당수 언론에도 매우 큰 책임이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건설업계가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건설업계의 분양 광고에 크게 의존해온 언론사들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언론은 건설사 민원 해결에 열중하기보다는 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보도하기 바란다. 그것이 독자인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길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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