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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본격 '하락 사이클' 돌입했나

여행가/허기성 2010. 3. 18. 23:01

2억9천만원 아파트, 1억 이상 거품 빠져야 미디어오늘 | 입력 2010.03.24 09:22

경제뉴스 브리핑]산은경제연구소 분석… "매우 위험"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미국이나 일본의 거품 붕괴 직전보다 더 위험한 상태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산은경제연구소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2006년 이후 6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2006년 4.03배에서 2008년 3.55배로, 일본은 3.89배에서 3.72배로 줄어들었다. 세계적으로 거품이 상당부분 빠진 상태인데 우리나라만 남아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지역은 이 비율이 12.64배로 7.22배인 뉴욕이나 9.09배인 샌프란시스코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집값이 일본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2억9천만원짜리 아파트가 1억7천만원까지 떨어져야 한다. 거의 반토막이 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계신용을 총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대출 비중이 2004년 44.4%에서 2008년 66.8%까지 늘어나 우려를 더한다. 스위스와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 매일경제 3월24일 6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그게 시장원리에도 맞다. 그런데 경제지들은 레퍼토리는 여전하다.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산은경제연구소 관계자도 "상당기간 명목가격 하락을 억제하고 실질가격을 하락시키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권홍사 건설협회 회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분양 양도세 감면 연장을 수도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해 금리가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요동을 쳤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제한적인 출구전략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차후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고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여전히 출구전략이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는 확 낮췄지만 대출 금리는 그 10분의 1 수준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4대 은행 대표 상품을 비교한 결과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말보다 평균 1.115%포인트나 내린 반면 대출 금리는 0.085%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져야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텐데 정작 그 혜택을 은행들이 고스란히 챙긴 셈이다.

세계 최대의 포털 사이트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했다는 소식도 주목할 만하다. 구글은 22일 새벽 중국 서비스를 전격 철수하고 홍콩 사이트로 자동 접속되도록 했다. 사전 검열을 거부하는 대가로 연간 6억달러의 시장을 포기한 셈인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점유율이 8% 밖에 안 되는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세계 평균 6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인데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국경제 3월24일 1면.
제한속도나 신호 위반이 1년에 2회 이상일 경우 자동차 보험료가 할증된다는 소식도 민감한 뉴스다. 금융감독원은 2~3건이면 보험료율을 5%, 4건 이상이면 10%를 더 물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불명 사고가 많을 경우에도 할증비율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대부분 경제지들이 금감원 발표를 단순 인용하는데 그쳤는데 이런 정책이 결국 우회적인 보험료 인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제한속도나 신호 위반을 많이 하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높다는 추론은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보험료를 올린다고 해서 제한속도나 신호 위반이 줄어들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사고 차량에 보험료를 할증하고 있는데 사고를 낼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더 받는다는 건 이중의 부담일 뿐만 아니라 결국 보험회사들 수익을 늘리기 위한 핑계거리에 다름 아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설에서 "똑같이 교통법규 위반을 하고도 범칙금을 내면 보험료가 오르지만 과태료를 내면 오르지 않는다"면서 "무조건 할증보험료를 적용하면 이 같은 차별이 해소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다만 "보험회사의 영업손실은 전적으로 경영을 잘못한 탓"이라며 "자구노력과 함께 병의원과 정비업소의 부당청구 행위와 모집비용 등에 쓰이는 사업비와 판매비가 적정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거래가지수 작년 11·12월 연속 떨어져
"거래부진 심각… 하락세 6개월 이상 갈 것"
국내 아파트 가격의 주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2개월 연속으로 하락해 주택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 사이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11ㆍ12월 2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실거래가 신고제도(2006년)가 도입된 후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 이어 두 번째다. 2008년에는 6달 연속으로 하락했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올 1ㆍ2월 실거래가지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여파로 기존 주택 시장의 거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이번 가격 하락세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10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하락 사이클

=1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지난해 11월 전달보다 0.27% 떨어진 130.8을 기록해 10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어 12월에도 전월 대비 0.31% 하락한 130.4를 기록,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거래가지수는 2006년 도입된 후 2008년 중반까지 1개월 단위의 일시 하락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8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에 힘입어 2009년 2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반전해 8월 전 고점을 회복하기도 했다.

◇"6개월 이상 하락세 이어질 듯"

=국토부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호가가 아닌 두 번 이상 거래된 주택의 실제 가격을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것이다. 기준시점(2006년 1월) 지수를 100으로 하고 현재의 지수는 상대 값으로 표시된다. 다만 주택거래신고기간이 60일이기 때문에 발표까지 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아직 올 1~2월의 정확한 가격 추이가 나오지 않아 하락국면 본격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계절적인 요인에 따른 일시 하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6개월 이상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 매매가 극도로 부진한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급매물만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지수 개발에 참여한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올해 1월 강남 재건축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전체 지수에 영향을 줄 정도의 거래량은 아니었다"며 "서울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더라도 전국 주택 가격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가를 중심으로 한 기존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는 아직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갈수록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9월 1.1% 상승했지만 올해 2월에는 상승폭이 0.2%로 낮아졌다. 국민은행 지수의 장기 평균 월별 상승폭이 0.7%인 것으로 고려하면 사실상 호가 상승세가 멈춘 셈이다.

 

한국 ‘日 잃어버린 10년’ 전철 밟나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닮은꼴’
부동산 등 자산거품도 비슷 “개발 위주 시스템 탈피해야”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센터 부소장인 모모모토 가즈히로(47)는 1997년 도쿄 중심부에서 72.6㎡(20평형)짜리 집을 4300만엔에 장만했다. 1990년 거품 붕괴 뒤 7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집값은 그 이후도 추락해 현재는 3000만엔에도 못미친다. 시쳇말로 바닥 밑에 지하실이었다. 모모모토 부소장은 "요즘 한국을 보면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 발생 1년6개월이 지난 올해 초 일본 경제는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일본항공(JAL)의 법정관리 등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길을 걸을 것인가.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되레 지난 수십년간 일본식 경제시스템을 뒤따라온 '한국의 앞날'은 '현재의 일본'과 흡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더 많다.

18일 한·일 경제전문가들은 양국 경제의 공통 과제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훼손, 소득격차 확대, 부채 급증 등을 꼽았다. 생산인구의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최대 난제이다. 일본은 95년 이후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총인구까지 줄고 있다. 한국도 81년 2.57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1.15명으로 급감했다. 모모모토 부소장은 "일본은 소득과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정체사회여서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며 "한국도 인구가 줄어들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워킹푸어'가 확산되는 등 격차사회 가속화도 닮은꼴이다. 일본은 거품붕괴 뒤 인적투자와 사회보장 부문을 확충하는 대신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재정적자를 키웠다. 4대강 개발 등 이명박 정부의 개발정책과 흡사하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커다란 후유증을 겪었던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부동산 거품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의 가계부채는 734조원, 가구당 4337만원에 달한다.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을 사람과 지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개발 위주의 경제시스템에서 빠르게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경제성숙화에 맞게 과거의 따라잡기식 경제시스템을 복지 경제시스템으로 개혁하지 못했던 것이 경제쇠퇴의 원인"이라며 "우리도 개발 위주의 경제시스템에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