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넘던 집 2억대 내놔도…"
# 주부 신지영(35·가명)씨는 3년전 투자용으로 매입한 아파트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신씨의 아파트는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 A아파트 115㎡로 지난 2006년 말 최고 4억3000만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2억7000만원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말 2억4000만원까지 고꾸라졌다가 지난해 3억2000만원까지 회복됐지만 최근 몇 달새 다시 주저 앉았다.
신씨의 남편은 헐값에 팔기 아깝다며 보유하기를 원하지만 신씨는 매수자만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처분할 생각이다. 고양, 파주 일대에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 상승 여력이 없는데다 더블딥, 버블론 등 부정적인 시장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더블딥 리세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부동산시장이 다시 약세로 돌아선데다 최근 집값 거품(버블)론까지 잇따라 제기되면서 집값 추가 하락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블딥 리세션은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 본격적인 경기호황이 오기 전에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으로 'W자형' 경기유형으로 불린다. 이는 경기 침체후 빠르게 급성장하는 'V자형', 한동안 경기침체 상태를 유지하다 서서히 회복하는 'U자형'보다 침체가 길고 회복이 더디다.
부동산시장이 더블딥 리세션 국면에 접어들어 집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 거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6만1974건으로 지난해 12월 8만1961건에 대비 2만여건 줄었다.
서울 등 수도권 역시 지난해 3월 3만1064건에서 2만2527건으로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주택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9월(4만3494건)의 절반 수준이다.
집값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분당, 용인 등 입주물량이 집중된 수도권 남부 중대형 아파트는 몇 개월새 수천만원에서 1억원 넘게 떨어진 수두룩하다.
올들어 IBK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산은경제연구소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집값 버블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투자 카페 등에선 이들 보고서와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부정적인 시장 전망이 우세한 것은 부동산 경기 회복보다 불안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나왔던 각종 부양책 약발이 끝난데다 금리인상 압박, 투자심리 냉각 등 부정적 요소만 남아 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버블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한동안 집값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금융위기 여파로 급락했던 집값이 지난해 반짝 회복한 이후 최근 다시 하락하면서 더블딥을 우려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그 어느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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