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한 우물만 파면 실패한다? |
중소·벤처기업 놀라운 변신… 사업다각로 수익성 돌파구 마련 ‘돈 되는 것은 뭐든지 한다.’ 최근 중소·벤처 상장기업의 변신이 놀랍다. 스타킹을 만드는 회사가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IT(정보기술) 기업이 BT(생명기술)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 변화의 양상이 워낙 다르다보니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산성피앤씨는 골판지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정관을 변경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등을 사업 목적에 넣은 것. 골판지 회사가 전혀 연관성이 없는 BT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뜻밖의 일이다. 산성피앤씨가 BT와 관련을 맺은 것은 2003년 7월 BT업체인 퓨처셀뱅크에 투자하면서다. 이후 추가로 이 회사에 투자하고, 파미셀이라는 또다른 BT업체에도 투자했다. 현재 산성피앤씨는 줄기세포 관련기업인 FCB-파마셀(퓨처셀뱅크와 파미셀이 합병)의 지분을 21% 보유하고 있다. 단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인데도 지난해 하반기 줄기세포 붐이 일면서 주가는 20배가 넘게 뛰기도 했다. 회사의 가치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이후 산성피앤씨는 아예 회사의 사업목적에 줄기세포 연구를 집어넣기에 이르렀다. 산성피앤씨 관계자는 “CEO가 줄기세포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골판지 산업이 정체되면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으로 줄기세포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솔루션회사 자동차부품 납품 이런 사례는 더 있다. 현재 제대혈 분야에서 활약중인 라이프코드의 전신은 국제정공이다. 이 회사는 원래 BT와는 전혀 무관한 밸브와 제철기계 생산업체였다. 그러나 이는 약과다. 더한 기업도 있다. 이노셀은 얼마 전까지 회사이름이 서울이동통신이었다. 015 무선호출 서비스를 하던 업체다. 하지만 지금은 세포면역치료 전문업체로 탈바꿈했다.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산성피앤씨·라이프코드는 2개의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노셀은 원래 사업은 접고, 새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보안솔루션 회사인 장미디어인터렉티브는 한때 코스닥기업으로 잘 나가던 곳이다. 코스닥 붐이 일었을 때는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15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IT경기가 침체하면서 보안솔루션 산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주가는 1700원대. 그래서 택한 것이 자동차부품산업이다. 장미디어는 지난 5월 10일 자동차부품업체인 제인엔지니어링 인수를 통해 자동차부품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일반적으로 소위 굴뚝산업을 하던 기업이 IT산업으로 바꾸는데, 이 회사는 반대로 간 것이다. 성장이나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함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제인엔지니어링은 수익·안정성이 뛰어난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로 굴뚝산업에서 IT회사로 업종을 바꾸는 기업이 대다수다. 화학섬유 직물업체였던 세양산업은 지난해말 셋톱박스업체인 티컴앤디티비로를 M&A(기업인수·합병)한 뒤 IT업종으로 전환한 이래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이켐텍도 역시 IT업체인 인터정보와의 M&A 이전에는 가스기화기, 인조피혁 등을 생산하던 업체였다. 그러나 올해들어 120억원 규모의 네비게이션용 디스플레이 통합모듈과 100억원 규모의 차량용 DVD 키드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는 지난해 80억원 수준이던 매출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큰폭의 성장으로 일단 변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킹회사 연예매니지먼트 진출 문구나 의류 생산업체가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로 변신하는 곳도 있다. 전국민이 최소한 한번 정도는 사용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문구 제품을 만드는 바른손도 지난 3월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다고 공시했다. 인기 연예인 손예진 씨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기획사인 튜브매니지먼트를 인수한 것. 바른손은 사업다각화와 복합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가수 박지윤 씨, 배우 송강호·배두나 씨 등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바른손은 앞으로 드라마·영화·음반 사업의 본격적인 제작과 투자도 실행할 예정이다. IHQ는 바른손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다. IHQ의 전신은 라보라. 여성용 내의나 스타킹을 만들던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싸이더스HQ를 합병하면서 IHQ로 바꿨다. 그러면서 ‘백만불짜리 몸매 만들기’의 주인공인 전지현 씨와 전도연·정우성·조인성 씨 등 쟁쟁한 스타를 거느리게 됐다. 현재 매출구성은 의류가 26%이고 나머지가 연예매니지먼트다. 바른손과 IHQ는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도 크게 뛰었다. 반도체회사인 블루코드도 음악관련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음원관련 회사인 뮤직시티와 음반회사인 도레미 미디어를 자회사로 인수한 것. 그래서 투자자들에게도 반도체보다는 음악관련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카오디오를 생산하는 다함이텍은 최근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99.7%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다함넷이 중원CC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중소·벤처 기업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다. 현재 IT업체지만 새로이 BT분야 진출을 모색중인 코스닥 상장기업의 ㅇ사장은 “기존 사업이 잘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업종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중소·벤처상장기업의 변신은 머니게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M&A전문업체인 킴앤유인베스트먼트의 김재락 사장은 “최근 M&A나 A&D(인수후 개발)로 많은 중소·벤처상장기업이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비즈니스 목적이 없고, 재무적으로 한탕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비판했다.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과거처럼 단순히 머니게임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부실기업을 인수해 사업영역을 개척하려는 긍정적 의미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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