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용인 지역의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판교신도시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건설교통부는 “판교신도시가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해명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집값이 1주일에 1억이 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들썩이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예정대로 판교개발을 밀어붙일 경우 올 11월경에는 부동산 대란이 우려된다”며 “대통령은 직접 나서 근본적인 집값 안정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판교개발사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회사 CEO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세간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의원은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총체적 난맥상을 겪고 있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판교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라고 촉구했다.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의원이 제안한 방안은 크게 다섯 가지다. ▲원가연동제 폐지 ▲분양가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 전면 금지 ▲공공택지 공영개발 ▲주택관련 행정조직 개편이 그것이다.
김 의원이 내놓은 제안은 건설회사 CEO 출신이 내놓은 정책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분양가원가 공개나 분양권 전매 금지, 공공택지 공영개발은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건교부 등 주무부처에서도 도입에 난색을 표명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미디어다음은 10일 오전 김양수 의원과 만나 판교신도시 개발과 같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그의 평가를 들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투기의 원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철학 빈곤을 겪고 있다”며 “현재 왜곡된 건설산업 시장구조가 시정되지 않고는 거품 붕괴로 인한 장기 불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판교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서 김 의원은 “공영개발이 어렵다는 건교부의 논리는 건설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 들으면 배를 잡고 웃을 일”이라며 “지금 당장 대통령이 나서 판교개발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은 건교부가 밝힌 개발이익추정 근거의 모순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건교부가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시에는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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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투기의 원조라는 생각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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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양수 의원 | -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철학이 없다. 단기적인 미봉책만 있을 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니까 이를 무마시키는 정책만 내놓을 뿐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결국 주택경기 자체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 중대한 위기다.
-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곧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정부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폭등세는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다. 가격이 급등한 다음 조정기를 거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집값이 오르다가 잠깐 멈췄다고 볼 수 있지, 안정되고 잡혔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곧 부동산 가격이 잡힐 것이라는 막연한 말로는 국민의 불신을 씻을 수 없다. 부동산 가격에 씬 거품과 왜곡된 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가격 폭등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철학과 실천 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보면 정부가 항상 투기의 원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판교 개발만 봐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추진한 사업이 오히려 투기열풍을 강남-판교-성남으로 확산시켰다.
"판교 공영개발하면 공공부문 비대? 건설 조금만 알면 배 잡고 웃을 일"
- 이번에 판교 공영개발을 주장하게 된 계기는.
주택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바꾸는데 판교 개발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정부가 정말 집값을 잡고 싶다면 판교에 값싸고 질좋은 중대형 영구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 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비싼 세금과 돈 내가며 강남에 살겠나.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건 완전히 정부가 투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실수요자도 아닌 투기 세력이 ‘한탕’을 노리고 벌떼처럼 모여들고 있는데 정부는 말로만 이를 막겠다고 할 뿐이다.
- 정부가 투기를 부추겼다는 것인가.
정말 투기를 막을 의지가 있다면 분양권 전매만 전면 금지시켜도 된다. 원가연동제를 폐지하고 분양가원가를 공개하면 된다. 왜 못하나. 정부가 투기를 부추겨놓고 이를 잡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정부에서는 공영개발을 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결국엔 또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된다는 것 아닌가. 공영개발을 한다고 해서 건설경기가 위축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공영개발을 하면 공공기관이 모든 주택을 건설, 임대, 관리하여야 하므로 공공부문 비대화 및 손실에 대한 재정보전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현실을 몰라도 한참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건설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배를 잡고 웃을 일이다. 요즘 직접 건설, 임대, 관리하는 건설회사가 어디 있나. 정말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지, 알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오히려 궁금할 따름이다.
- 판교 개발이익 규모가 3조 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개발이익규모 추정치를 발표한 이유는 건교부의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건교부는 개발이익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지만 자세한 계산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적으면 적은대로 개발이익의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는 못하는 이유가 뭔가.
- 건교부의 산정방식에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이 어떤 점인가.
직접 공사를 해본 사람은 다 안다. 건교부는 지난 3월 판교 신도시의 개발이익은 총 판매가격 8조원에서 조성원가 7조8670억원을 뺀 1300억원 정도라고 발표했다. 조성 원가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간접비가 2조원이나 나온다는 걸 누가 납득하겠나.
직접공사비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업체에 제공하는 토지는 거의 다 논과 밭처럼 연약지반이다. 그래서 정부는 산을 깎아 논과 밭을 메운 다음에 업체에 제공한다. 그런데 업체는 메워 놓은 흙을 다 들어내고 지하공사를 한다. 직접공사비가 이런 식으로 이중 삼중 부풀려진다. 토지 조성 작업 하지 말고 차라리 선 그어 업체에만 넘겨도 막대한 돈을 아낄 수 있다.
“대통령은 집값 잡으라고 펄펄 뛰는데, 공무원은...”
- 정부가 판교 개발을 강행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건설산업이 GDP에 미치는 영향력은 18%에 달할 정도로 대단하다. 일자리 창출 규모도 200만명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이 틈만 나면 건설경기 부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전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보다는 건설 거품을 통해서라도 경제 지표를 호전시키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계속 왜곡되다 보면 결국 엄청난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 대통령은 건설경기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집값을 잡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의지는 있는 것 같지만 정작 건교부나 재경부와 같은 관료사회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은 펄펄 뛰는데 밑에 공무원들은 따로 노는 것 같다. 과거에 실패했던 정책을 계속 우려먹고 있다. 정부 효율화 차원에서라도 주공, 토공 등 각종 주택관련 행정조직을 주택청으로 단일화해 군살빼기 할 필요가 있다.
- 일각에서는 판교 정책을 변경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건교부는 결코 나서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말 대통령이 서민을 위해서 주택정책을 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호소해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그나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