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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대책 "약발 글쎄"

여행가/허기성 2005. 6. 13. 20:37
집값 안정대책 또 땜질처방전…약발 ''글쎄''
정부가 13일 주택가격 급등지역에 대한 아파트 기준시가 상향조정과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세무조사,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조사 등 대책을 내놨으나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불안해지면 매번 반복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이번 대책으로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준시가 인상은 대상지역이 대부분 이미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래 왜곡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도 “국세청 조사는 충격요법으로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공급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 대책 및 투기 유형=최근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용인, 과천 등 4개 지역의 아파트 투기 혐의자 457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다. 이들에게는 이들 지역 외 다른 지역의 부동산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2, 3차 세무조사와 주택담보대출금 사용처 조사가 병행된다.

국세청은 주택담보대출 비율 초과자의 명단을 금융감독원에 통보, 대출금을 회수케 하는 한편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자에 대해선 2000년 이후 양도한 부동산 전반에 대한 탈루 여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중 강남에 사는 무속인 김모(56)씨는 1999년부터 지난 4월까지 본인과 가족 명의로 개포·대치동 소재 아파트 36채와 상가 4채 등 모두 40채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수십 채의 집을 매입하고도 자금출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취득아파트에 대한 근저당권을 활용,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34억원을 대출받아 매입자금으로 전용했다.

또 특별한 소득원이 없이 동작구에 사는 김모(50·여)씨는 2003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사업을 하는 남편으로부터 넘겨받은 탈루자금으로 사채업을 하면서 수도권 지역 아파트 56채를 담보로 확보했다.

◆문제점은 없나=국세청은 주택가격 급등지역 4곳에 대해 이르면 7월 말부터 기준시가를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기준시가 수정고시 기준일을 6월 초로 선정, 급등한 아파트가격을 반영해 기준시가가 올라가도 올해 부과되는 세금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올해 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일이 지난 6월1일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 4곳이 모두 부동산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곳은 이미 취득·등록세와 양도소득세 기준이 실거래가인 만큼 기준시가가 인상돼도 당장은 영향이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애초 검토됐던 강남을 대체할 ‘제3 신도시’ 건설이나, 강남 분당 등 투기지역의 주택거래허가제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이번 대책은 세금을 더 매기고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종전 미봉책의 되풀이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투기대책에서도 획기적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종훈·강갑수 기자

kks@segye.com



부동산 전문가들 "어차피 개점휴업" 무덤덤



13일 발표된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에 이어 범정부 차원의 부동산대책 발표가 가시화하자 부동산시장은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집단 동맹휴업에 나선 데다가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당분간 부동산거래도 위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급히 전세를 놓거나 구해야 하는 이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국세청 대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기준시가를 올리더라도 웬만한 강남권에서는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로 내고 있어 압박수단이 되지 못한다. 세무조사 강화는 어느 정도 심리적 위축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는 그동안 학습효과에 따라 내성이 커진 상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공급대책 외에 웬만한 대책이 나오더라도 영향을 주기 힘들다”면서 “오늘 국세청 발표는 고가주택 보유자나 종합부동산세 산정에 영향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날 국세청 발표가 앞으로 잇따라 나올 대책의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은 향후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최근 부동산 급등은 호가에 의한 것이 큰 데다가 매물도 없어 어차피 ‘개점휴업’ 상태여서 정부 대책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최근 부동산값 급등에 대한 당국의 책임 전가에 반발한 부동산중개업소의 휴업과 여름철 비수기라는 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는 오는 15일부터 전국 4만8000여 중개업소가 자율적으로 일주일간 동시 휴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강남구 논현동 D공인중개사 대표 이모씨는 “과거 부동산값이 급등하면 정부가 중개업소에 책임을 넘기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회원들 사이에 앉아서 책임을 뒤집어쓰느니 어차피 거래도 안 되는데 우리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하고 문을 닫자는 의견이 많다”면서 “어차피 매물도 없고 비수기라 동맹휴업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