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54만원 땅이 702만원 짜리로 둔갑 |
"대통령이 투기를 잡을 것인가, 투기가 대통령을 잡을 것인가?" 한국주택협회가 공개한 이익률 1.8% 분양원가 공개가 논란이 됐던 2004년 서울도시개발공사와 대전 도시개발공사 등 몇 곳에서는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됐다. (표 참조) 분양원가는 택지비와 건축공사비, 기타비용으로 구성된다. 택지비는 '택지개발촉진법'에 근거해 용지비, 조성비, 직접인건비가 포함된다. 건축공사비는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공사비용을 모두 합한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소형 공공분양주택의 분양가 산정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 표준건축비를 결정·발표하고 있다. 2004년 9월을 기준으로 표준건축비는 전용면적 18평을 기준으로 288만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올라간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건축공사비는 면적이나 지역에 상관 없이 240만원 내외라고 설명한다. 최고급 아파트의 경우에도 평당 건축공사비는 3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암동 아파트의 경우 원가에 비해 40%의 이익을 보는 것으로 드러났고, 고양시 풍동 계약자 협의회가 조사한 풍동지구 아파트 역시 원가 대비 48%의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의 분양원가 공개표다. 한국주택협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업체 81개가 소속된 단체다. 한국주택협회가 2004년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원가대비 1.8%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의 원가대비 이익률은 한해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까지 건설회사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대비 3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98년 4207개였던 건설사는 2003년에 1만2996개로 늘어났으며, 98년 12.45%의 부도율이 2000년부터는 1%대로 떨어졌다. 공공택지를 분양 받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감안하더라도 건설회사수의 증가는 확연하다. 원가대비 1.8%의 수익률과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에 생겨난 건설사들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상식적으로 인과관계가 설명 되지 않는 수치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승 이유를 인건비를 비롯한 재료비, 토지 비용 상승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대형건설업체로부터 물량을 수주받아 도급을 맡았던 업체 관계자는 "분양가는 오르고 있지만, 대형건설업체가 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은 전혀 올라가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도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대형건설업체들은 원가를 더 낮추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덤프트럭 운전사 이아무개씨는 "10번 운반 비용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30만원"이라면서,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 깡을 해서 운반 비용으로 26-7만원 밖에 못 받는데 오히려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실련과 민주노동당은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택지개발한 지역의 땅 값 원가만이라도 공개하면 공기업과 건설업체의 이익 독식과 폭리를 막아, 분양가 30%정도의 하락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네 지역을 분석한 결과 애초 논과밭 혹은 임야를 토지공사가 수용할 당시 평당 54만원이었다. 이후 토지공사는 평당 244만원에 택지를 조성한 후 주택건설업체에 평당314만원에 공급해, 70만원의 땅 값 차익을 보게 된다. 추첨방식을 통해 토지공사로부터 평당 314만원에 토지를 사들인 주택건설업체는 택지한평을 702만원선에 소비자에게 공급해 388만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평당 54만원에 사들인 토지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702만원에 소비자에 판매되고, 평당 원가가 244만원인 땅 값 차익 458만원(702만원-244만원)은 토지공사와 건설업체들에게 돌아가는 셈이 된다. 공기업은 땅 장사를 하고, 건설업체는 싼 값에 토지를 매입해 소비자에게 비싸게 파는 게,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되는 택지개발지구의 현주소다. 강남권에서 10년째 부동산 중개업소를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공기업이 택지를 조성, 건설업체들에게 땅을 팔아 먹기 때문에 분양가가 더 부풀려진다"면서, "아예 땅을 팔지 말고, 건설업체에 시공권만 주면 분양원가를 30%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아파트 분양가가 원가 기준이 아닌, 주변 아파트 시세대로 책정되는 것도 문제다. 2004년 분양된 고양풍동지구를 보자. 택지개발된 이 지역은 땅을 분양받은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한 대표적인 사례다. H사는 고양풍동지구에 평당분양가를 890만원에 책정해 분양하려다가 반발을 샀다. "똑같이 택지공급을 받아 주택공사는 6개월 전에 630만원에 분양했는데, H사는 890만원에 분양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전체 분양가로 환산하면 30평형의 경우 H사와 주공의 분양가 차이는 8000만원이 넘는다. 같은 택지에서 평당 분양가 260만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건설업체가 분양원가와 상관 없이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대형건설사들이 싼 값에 택지를 공급 받고도,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한다는 명분 아래 땅 값과 건축비를 부풀려 분양가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그 결과 아파트 가격 폭등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분양원가의 40%이상 폭리를 취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고, 원가를 공개해 거품을 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는 정부나 건설업체들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면서, "공공택지조성 원가와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 원가만 공개해도 부동산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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