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95곳 대대적 세무조사

2005.6.23 (목) 19:00   파이낸셜뉴스

[기획부동산 95곳 대대적 세무조사]‘단속’ 소문에 이미 ‘잠수’

전국 곳곳에서 땅투기를 부추겨 온 기획부동산에 대해 철퇴가 내려졌다. 국세청이 95개 기획부동산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기획부동산이 이번에 완전히 뿌리 뽑힐지는 미지수다. 부동산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기획부동산 척결’이 단골 메뉴로 올랐지만 속 시원한 해결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들어 기획부동산 폐해가 속출하자 곧 대대적인 단속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면서 대부분의 주요 기획부동산업체 관계자들은 이미 잠적했다. ◇기획부동산 일제히 ‘잠수’=기획부동산을 단속할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 3월부터 부동산시장에 나돌았다. 신행정수도 이전 약발이 떨어진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충청지역에서 서울·수도권으로 철수한 기획부동산업체들은 강원과 서해안 등 개별 호재를 찾아 옮겨다녔고 그 과정에서 피해가 속출,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획부동산업체들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래내역을 포함한 주요 장부를 숨기거나 제3의 장소로 옮겨놓았다. 기획부동산업체 A컨설팅사 김성수 실장(가명)은 “국세청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아 텔레마케팅의 고객명단과 토지매매 계약서 등 관련문서 일체를 다른 장소로 옮겼다”고 말했다. 일부는 사무실을 폐쇄하고 관련문서 일체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면서 영업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꾸준히 내사를 해왔기 때문에 상당수 기획부동산업체는 그동안 대비를 해왔다”면서 “국세청이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몰라도 매매내역 등 결정적인 증거물이 없는 한 일망타진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때 강남지역에서 400여개의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영업을 했지만 부동산경기가 냉각되면서 지금은 200∼300개 업체가 문을 닫고 실적적으로 영업을 하는 업체는 100여개 업체뿐”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지역 중개업소도 가담=기획부동산업체의 전형적인 수법인 땅 매입 후 쪼개 파는 일을 일부 지역 중개업소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개발호재로 외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릴 경우 더욱 심해진다.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충남 땅값이 들썩일 때 일부 중개업소는 미리 확보한 땅을 외지 투자자에게 쪼개 팔아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무지한 외지 투자자를 상대로 지역정보를 잘 알고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 땅을 판 것이다. 서울·수도권 중개업소와 지역 중개업소, 투자자가 연합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서울·수도권 중개업소는 자금줄인 투자자를 모집하고 지역 업소가 확보한 땅을 매입한 후 땅을 찾는 수요자에게 5∼10배 정도 비싸게 팔고 튀는 수법이다. 인천에서 중개업을 하는 K씨는 “지난해 말 충남 당진 INI스틸 인근 땅을 수도권 투자자 5명과 함께 매입, 100∼200평씩 쪼개 몇달에 걸쳐 팔았다”고 말했다. 만약 투자자가 전액 자금을 대면 투자자 수익의 10%가 중개업자에게 돌아가고 중개업자도 투자를 하면 투자비율에 따라 나누게 된다. 이같은 기획부동산 유형은 기업도시 신청지역, 공공기관 이전후보지, 신도시 예정지역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사 기획부동산업체도 기승=기획부동산업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합법을 위장한 변형된 기획부동산업체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영농조합’ 등이다. 이들은 간척지 등을 확보한 뒤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전원주택이나 팬션 부지를 취급하는 업체 중 일부는 유사 기획부동산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원지역에 많이 유행하는 형태인데 주로 몇만평씩 땅을 구입한 뒤 전원주택 또는 팬션 부지 명목으로 쪼개 파는 것이다. 물론 기획부동산이 땅을 구입할 때는 평당 몇만원씩이지만 팔 때는 10배 정도 튀겨 파는 게 기본이다. ◇투자자 피해·세금 포탈 등 폐해 심각=기획부동산업체들은 대부분 다단계 판매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피해를 봐도 구제되기가 쉽지 않다. 기획부동산업체가 묻을 닫고 잠적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그나마 토지 인·허가, 필지분할, 등기이전까지 해주는 경우는 양반에 속한다. 대부분 처음부터 소유권 이전도 되지 않는 땅을 ‘나중에 해주겠다’고 하고 계약한 뒤 잠적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땅을 팔게 되면 당연히 내야 하는 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