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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강남지어"원조 강남 잡겠다?국민속였다,

여행가/허기성 2005. 9. 23. 21:33

2005년 9월 23일 (금) 17:04  미디어다음
8ㆍ31 대책, 국민이 속았다?

8ㆍ31 부동산대책이 목표로 세운 부동산 보유세 실표세율
보유세 실효세율 1% 목표 포기. ‘이제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요란하게 출발한 8ㆍ31 부동산대책이 시행 전부터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5ㆍ4 부동산대책 때 2017년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1.0%로 제시한 것은 비전일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8ㆍ31 부동산대책을 더 이상 강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비전은 있지만 계획은 없다는 한 부총리가 밝힌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까지 0.61%. 참여정부가 끝나는 2009년까지는 0.36%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당장 반색을 표했다. 22일 박근혜 대표는 “늦었지만 정부가 한나라당의 안을 받아들여 1% 보유세 인상을 철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비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한나라당의 반응을 황당한 주장이라고 몰아붙였다. 당정이 발표한 8ㆍ31 부동산대책이 원래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두 당의 공방이야 어찌됐건 그동안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7년까지 1%로 오르는 줄 알고 있었던 국민들만 머쓱해졌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정권이 두 번 바뀌는 2017년에야 실효세율이 0.5% 정도 된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 0.61%, 0.5% ... 시민단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해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8ㆍ31 대책 중에서 그나마 세제정상화 조치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혀온 전문가와 시민단체조차 정부의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미디어다음에서 부동산정책 전문가청원을 진행하고 있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 1%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올바른 부동산 철학의 부재가 빚어낸 일”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전 교수는 “8ㆍ31 대책 발표 당시 이처럼 중요한 사실과 관련해서 부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고 또 아예 관련 정보를 은폐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8ㆍ31 부동산 대책의 근간인 보유세 정책이 이렇게 후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토지정의 시민연대 역시 23일 논평을 내고 “5ㆍ4 대책의 반성에서 나온 8ㆍ31 대책이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더 이상 숫자를 가지고 국민을 기만하려 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히 시민연대는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0.61%와 한나라당이 말한 0.5%가 도대체 얼마나 차이가 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비판한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짝퉁’ 강남 지어 ‘원조’ 강남 잡겠다?

 


[송파신도시②]성급한 개발 계획 발표로 성남 북부 등 인근 집값 '들썩'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송파구 거여동 현대 1차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41) 씨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8ㆍ31 대책 발표 이후 뉴스에서 송파가 거론될 때마다 김 씨는 ‘전세금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발 사업의 규모도 걱정이다. “잠실 재건축만 끝나도 사람이 엄청 늘어날 텐데 5만 가구가 새로 들어선다고요?” 지금도 아침마다 출근대란을 겪고 있는 김 씨는 신도시, 뉴타운 개발까지 이뤄지면 그야 말로 교통지옥이 벌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강남 대체 신도시를 강남에 짓는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결국 ‘짝퉁’ 강남 만들어 ‘원조’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 아닌가요?” 김 씨는 강남 대체 신도시 목적으로 개발되는 판교, 송파 신도시가 결국 강남에 대한 선호만 높여주는 결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짝퉁’ 강남 지어 ‘원조’ 강남 잡겠다?


송파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인 거여동 일대 특전사 부지와 남성대 골프장 터 일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송파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며 내세웠던 논리는 강남지역의 안정적인 주택수급이다. 강남 지역 4개구에 대한 주택수요는 연간 2만 6000가구고, 그 중 중대형에 대한 수요는 1만 1000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수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고가부동산에 대한 보유부담을 높이더라도 강남의 희소성이 부각되는 한 가격상승 기대심리를 떨어뜨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송파 신도시 개발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참여정부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을 가수요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고 자칫 송파신도시가 범강남권을 강화시켜 불패신화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낳고 있지만 ‘송파발 가격폭등’을 막을 자신이 있는 만큼 부작용을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자신감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남지역에 대한 연간 2만 6000가구의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한 공급확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강남의 희소성이 부각되는 이유를 공급부족에서 찾는 것은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며 “강남에 대한 투기적 가수요만 철저히 차단해도 송파신도시 몇 개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판교발 가격폭등 사태에서 배워야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 지역 뉴타운 조성과 미니신도시 건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31일 국세청 부동산 투기 대책반원들이 이 일대 부동산을 돌며 투기세력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ㆍ31 대책이 발표된 직후 송파 지역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경고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들이 단기간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결국 송파신도시 개발로 인한 기대심리 자체를 꺾어 놓기는 힘들다고 전망한다.

특히 판교발 집값 폭등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인근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가격 변화 추이를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내년 3월에 시작될 판교 분양을 앞두고 후속 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판교신도시 분양 당시 주변 지역의 집값이 들썩이자 이는 국지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분당을 시작으로 강남, 용인, 과천, 평촌 등지의 집값이 큰 폭으로 동반상승하자 그 때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선 바 있다.

송파신도시의 경우에도 송파 거여동, 마천동뿐만 아니라 성남 신흥동과 태평동까지 여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는 호가가 1000~2000만원 오르는 정도이지만 구체적인 송파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언제든지 추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파신도시와 입지가 가까운 하남 풍산지구 등도 가격 문의가 쇄도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획부동산 등이 투기수요를 부추길 경우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송파의 경우 최근 분양되고 있는 신규아파트 평당 가격이 2500만원을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은 “8ㆍ31 대책이 발표됐지만 올해 말까지는 관망세를 형성할 것 같다”며 “내년 초 구체적인 판교 분양 방식을 결정하는 시점이 정부 정책의 의지를 시험하는 1차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파신도시 개발 방식 재검토 필요


서울 송파구 거여동 한 부동산에 미니신도시 후보지 선정을 축하하는 문구가 붙여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전문가들은 송파신도시 개발이 강남 집값에 끼칠 영향 못지않게 신도시 개발 자체로 인한 부작용 역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송파신도시와 거여-마천 뉴타운, 잠실아파트 재건축, 장지지구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초래할 도시ㆍ환경ㆍ교통 분야의 영향 평가가 엄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도시 건설과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국토이용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급확대에 몰두한 나머지 성급하게 송파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류종대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송파신도시와 같은 중요한 안건을 다루기 위해 만든 게 바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적 논리에 따라 각종 개발 계획이 결정되다 보니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