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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료 강제보관" 추진

여행가/허기성 2005. 10. 23. 20:52
‘통치사료’ 강제보관 추진

역대 대통령과 그 가족의 모든 공적 기록물은 물론,사료적 가치가 있는 개인소장품까지 독립된 국가기구가 강제로 회수·보관하는 법안 제정이 추진된다. 회수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하는 벌칙 조항도 담고 있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2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
예문춘추관법’ 제정안을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헌정 사상 최초의 입법 시도로,국가 기록물 보존의 ‘성역’으로 남아있던 대통령 기록물의 관리 및 공개 범위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법안은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생산과 관리,공개를 책임지는 ‘예문춘추관’을 독립 기관으로 설립해 일기와 메모 등 극히 사적인 것을 제외한 대통령의 모든 공적 및 이에 준하는 기록물을 영구 보존토록 하는 것이다.

보관 대상인 대통령 기록물에는 직무관련 발언록과 시청각 기록물,결재하거나 보고받은 기록물,각종 공식?비공식 회의의 속기록과 녹음기록,대통령 업무와 관련된 일정표와 전자우편 내용 및 인터넷 게시물,일정 규모 이상의 선물류,대통령 및 가족의 사료적 보존가치가 있는 소장품 등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역대 대통령의 가족과 보좌진 등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대통령 기록물을 강제 회수하고,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하는 규정을 둬 눈길을 끈다.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1년에 한번씩 전직 대통령의 직계 가족들에게 대통령 관련 기록을 돌려달라고 ‘권유’만 하는 현재 관행과 비교해 볼 때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확실한 ‘국유화’를 명시한 조항으로 해석된다.

법안은 또 예문춘추관의 춘추위원 9명을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각 3명씩 선출토록 했다. 춘추의장은 장관급,춘추위원은 차관급으로 대우해 현재 2급 기관인 국가기록원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위상을 갖게 했다. 춘추관은 분기별 또는 수시로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제출을 관련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또 대통령 직무 수행때 입회해 발언 등을 기록할 ‘춘추사관’들도 운영토록 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간 정권교체기 때마다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대통령 기록물의 은밀한 소각이나 유출 행위들이 상당부분 차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록물은 법이 정한 일정한 시기 뒤에 일반에 공개되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에서의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에서도 기록 혁신 로드맵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18일 입법예고된 ‘공공기록물 관리법’ 개정안에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대한 내용은 미진해 ‘반쪽 혁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개정안은 2급 기관인 국가기록원의 낮은 위상과 ‘공공기록물 생산·비공개는 대통령령으로 결정한다’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어 제대로 된 대통령 기록물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법안은 정부안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과거에 만들어진 기록을 현행법 적용대상에 포함할 수 있을지 등 법리적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정 의원은 다음달 2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