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느는데 가정형편 어렵고…''실버부부'' 맞벌이 시대 | |||
서울에 사는 주부 조순영(61·가명)씨의 하루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바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남편 출근을 도운 뒤 곧바로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의 집에 가서 가사도우미(파출부) 일을 한다. 이곳에서 다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4시. 저녁 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치면 어느덧 하루가 저문다. 적게나마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그럭저럭 생활해 왔던 조씨가 일터로 나서게 된 계기는 매달 꼬박꼬박 용돈을 쥐여주던 아들이 최근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 조씨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도 써줘서 다행”이라며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돈을 모아 놓아야 일을 못할 때가 되더라도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기 경기 침체와 조기 퇴직 등으로 가정경제가 흔들리면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가정 밖에서 생애 처음으로 일을 하는 60대 전후의 여성노인들은 젊은 여성과는 달리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임모(64·여)씨는 생계를 위해 노후에 때아닌 주말부부가 됐다. 병원이나 가정에서 간병일을 하는 임씨는 매일 24시간 환자 곁에 붙어서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만 쉰다. “체력적으로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생활에 도움이 되고 남을 도울 수 있어 보람도 느낀다”는 임씨는 2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이든 남편의 벌이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선뜻 그만두기가 어렵다. 임씨는 “간병일이 나이든 여성이 하기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나서 보지만 일이 고되고 살림 문제 등으로 얼마 못 가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가사와 육아, 간병 관련 일은 이미 여성노인의 주류 직종이 된 지 오래다. 다른 직종에 비해 나이 제한이 덜한 데다가 평생동안 아이를 기르고 살림을 해왔던 여성노인이 특별한 기술을 배울 필요 없이 바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병인 회원과 환자를 연결해 주는 H간병협회에는 600여명의 회원 중 70% 이상이 60대 전후 여성 노인이다. 노인 환자는 노인 간병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70대 초반 여성회원도 더러 있다. 이렇듯 60대 전후의 여성노인들이 일터로 나선 이유는 평균수명까지만 산다고 해도 앞으로 10∼20년을 더 살 수 있는 노인들이 더 나이들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한 욕구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4년도 노인생활 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노인이 취업하고 있는 이유는 ‘돈이 필요해서’(73.6%)와 ‘일손이 모자라서’(9.8%)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남성노인이 ‘돈이 필요해서’(66.7%) 외에도 ‘건강유지를 위해’(13.5%)·‘일이 좋아서’(9.4%)·‘시간을 보내기 위해’(4.1%)로 비교적 다양한 이유를 가진 데 비하면 여성노인은 생계를 위한 비자발적 취업이 많은 것이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박영란 교수는 “조기 퇴직 현상과 함께 자식의 부양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서 준비 안 된 노후를 맞는 노인들이 많고 여성들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 맞벌이하지 않고는 힘든 상황”이라며 “60대 전후 여성노인이 할 만한 일은 50대 이하 여성에게 밀리고, 보육·가사 등만을 여성의 일로 한정짓는 사회적 인식 등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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