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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부동산 시나리오!

여행가/허기성 2006. 3. 11. 20:30

요즘 부동산 움직임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향후 부동산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도 선행되어야 한다. 향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어떻게 될지 전망해보자. 필자는 고위관료를 아는 사람도 없고, 정책을 입안해 본적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정부 정책을 전망하겠단 것인가?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 정책을 만든다는 간단한 논리에 따라 전망하고자 한다.

다수 유권자들이 부동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면 향후 정부 부동산 대책이 어떨지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즉 경제원리에 맞든 안맞든 상관없이 다수 유권자들의 생각이 어떠하냐가 향후 부동산 대책을 결정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노태우 정권 때 주가가 폭락하자 대통령이 한국은행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서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어이없는(?) 대책을 발표했다.

왜냐고? 대중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주가가 하락하면 억울하지만 정부가 책임을 져야 했다. 대중들이 그렇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경제정책이라도 유권자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의해서 만들어 질 수 있다. 요즘은 다행히도 주식투자자들이 정부가 주가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예전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다수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기 쉬운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향후 부동산 대책을 예상해보자. 다수의 유권자들은 어떤 사고방식에 익숙한가?

첫째 차이보다 평등을 좋아한다.

원시인들은 협동을 중시했다. 단결하여 사냥하던 체계에서 단결을 깨는 개인주의 행동은 금기였다. 그래서 인간은 원시인 본능에 따라서 차별보다 평등을 좋아한다. 에스키모 인들은 구두쇠를 발견하면 죽였다. 원시부족에서 나쁜 일이 생기면 첫 번째 희생자는 재산을 많이 모은 자였다. 중세시대에도 마녀사냥이 창궐한 실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마녀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대중이 좋아하는 동화는 ‘부자는 나쁜 놈이고 착취자이고 가난한 사람은 억압받고 불쌍한 사람이다.’ 스토리를 갖는다. 홍길동과 로빈훗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둘째, 대중은 불확실한 것 보다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불연속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원시인들은 주술사를 찾았다. 모든 세상일들을 알고 있는 주술사는 대처방안을 처방해주었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장경제를 사는 대중들은 주술사 대신 정부정책을 기대한다. 다수의 무주택자들은 주술사 대신 정부에게 집값을 잡아달라고 요청한다. 오늘날 다수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들은 이러한 요청에 대해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백하는 정치인은 없다. 어느 정권치고 집값을 안 잡겠다고 한 정권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또 주장처럼 집값을 잡은 정권이 있나?

대중들은 마술처럼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내는 정책을 기대하지만 그런 정책은 있을 수 없다. 만약에 그런 마술 같은 정책이 있다면 어느 정권이 집값 잡고, 실업률 낮추고, 물가 잡는데 실패했겠는가? 그러나 대중은 여전히 정부에게 그러한 마술을 기대하고 정치인은 그런 마술을 약속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마술처럼 단기간에 집값을 잡는 정책을 만들고 시도하게 된다.

셋째, 사람들은 자신을 탓하기보다 남 탓하기가 쉽다.

남보다 뒤처진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남 탓이나 사회 잘못으로 돌리기 쉽다. 뒤처짐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이 더 노력하는 것은 고통이 따르고 힘들다. 그냥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고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노력할 필요도 없고 자괴감과 열등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남 탓하기 쉽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어서 내가 못산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남들이 건강해서 내가 아프고, 다른 애들이 공부 잘 해서 내가 공부 못한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기란 어렵다고 공자님도 남 탓하기 쉬운 게 인간본능이라고 말씀하셨다.

대중들은 앞서 언급한 3가지 사고방식을 갖는다. 이러한 3가지 사고방식은 불합리하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유권자들의 사고방식과 수준에 맞는 방향으로 결정되기 쉽다.

대중들의 사고방식은 향후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정부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기위해서 장기적인 정책보다는 단기적인 규제책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장기적인 정책이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공급확대 정책은 최소 3년 이상이 걸리기에 대중은 기다리지 못하고 당장 집값 안정을 원할 것이다. 그래서 규제중심의 단기안정책이 계속 나올 것이다.

또 차이를 거부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 지역별 집값이 평등하고 형평성을 가지도록 만들려 할 것이다. 그래서 수도권보다 소외된 지방을 개발하고, 서울의 경우 강남은 누르고 강북을 활성화시키고 , 아파트 재건축은 억제하고 단독 재개발은 활성화시키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또 고가주택에 무거운 보유세를 부과하고 누진세율을 적용시킬 것이다. 또 내가 집이 없는 이유는 투기꾼 때문에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믿는 대중들을 대신해서 몇몇 투기꾼을 잡아서 공개 처벌할 것이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는 1가구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하게 된다. 투기꾼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믿어지는 강남아파트와 강남재건축에 대해서는 계속 억제책이 가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 대책은 대중들의 상식과 기대에 부합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상식과 이해수준에 맞는 부동산정책이 시장의 경제원리와 일치하는 건 아니다. 시장원리란 대중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추상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언제쯤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부동산 대책이 수정될까? 그때란 바로 대중들이 정책의 잘못을 깨달을 때이다. 대중들은 언제 깨닫게 될까?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난 뒤가 될 것이다. 대중들이 시장경제에 대해서 충분히 깨닫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주가를 정치인이 정하는 게 아니란 것을 우린 상당 수업료를 지불한 후에야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집값 역시 정치인이 정하는 게 아니란 걸 언제가 깨닫게 될 것이다.

부동산 대책은 되돌리기엔 너무 진행되었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그래서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스스로 만든 부작용이 엄청나서 대중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 진행될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질투심과 분노에 찬 유령이 부르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the point of no return)'을 부동산 정책도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