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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31대책, 한나라당 반발에 좌초 위기

여행가/허기성 2006. 3. 16. 20:45
결국 이렇게 무력화되는 걸까. 종부세와 양도세 정상화를 핵심으로 하는 8ㆍ31 부동산 대책이 시행도 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8ㆍ31 대책도 애초안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이마저 무력화시키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8ㆍ31 대책은 이미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 목표를 포기했고 ▲민간부문 고분양가 문제를 방치하고 ▲각종 개발사업의 대대적인 추진 계획을 담고 있어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추가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완화하고 ▲세대합산시 각종 예외규정을 확대하며 ▲양도소득세 공제액 규모를 늘려주는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8ㆍ31 대책 ‘발목잡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한나라당이 말하는 국민이란 극소수 부동산부자만을 대변할 뿐”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강남출신 의원 내세워 부동산 부자 감세 나서


한나라당 이혜훈(서울 서초 갑) 의원 [사진=연합뉴스]
‘용두사미’로 끝난 8ㆍ31 대책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한나라당의 기세가 무섭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관련 법안 심의 과정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수진’도 재정비했다. 그동안 당내에서 유일하게 부동산정책 강화론을 펼쳤던 김양수 의원을 법안심사소위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대표적인 감세론자인 이종구 의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를 전면 반대하며 한나라당이 내세운 기치는 ‘세금과의 전쟁’이다. 서울 강남 출신의 이종구(강남 갑), 이혜훈(서초 갑) 의원을 내세워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가 마련한 8ㆍ31 대책보다 집부자, 땅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8ㆍ31 대책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을 줄이거나 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방법이다.

6~9억원 주택, 3~6억원 비사업용 토지 소유자에게 면세 해택
기준시가 6억 이하 소유자, 무주택자는 해당사항 없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나라당은 우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안대로 8ㆍ31 대책이 입법화되면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 금액은 주택은 9억원 → 6억원, 비사업용 토지는 6억원 → 3억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한나라당의 반대로 8ㆍ31 대책이 무력화될 경우 6~9억원에 달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3~6억원의 비사업용 토지를 소유한 자산가가 종합부동산세 면제 혜택을 본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준시가 6억 이하의 주택소유자나 무주택자는 해당사항이 없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은 약 12만 명, 비사업용 토지는 약 8만 명 정도의 자산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970만 세대의 약 1~2%만 혜택을 보게 된다.

양도소득세는 현행보다 더 낮춰
장기보유 특별공제액은 대폭 인상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매매차익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폭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지난 6월 7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현재 9~36%인 양도소득세율을 6~24%로 대폭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월 21일 발의한 개정안에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1세대 2주택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8ㆍ31 대책과 별다를 게 없다. 또 장기보유에 따른 특별공제액 규모를 대폭 늘려준다는 점(10~30% → 15~50%)도 부동산 부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1세대 1주택이지만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강남 거주민들은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2주택 보유자라고 해도 개정안에 명시된 취업, 진학, 부모부양, 상속 등 다양한 예외조항만 적절히 이용하면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와 같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발표되자 경실련,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10일 성명을 통해 “극소수 부동산부자만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며 “만약 한나라당의 반대로 집값상승과 부동산투기가 재연된다면 성실하게 일하는 시민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8ㆍ31 대책 발표 당시 전국 집값은 소폭 하향안정세를 보였지만 10월 이후에는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뱅크, 부동산114 등 관련업체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서울 집값과 전국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 8ㆍ31 대책 효과가 벌써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8ㆍ31 대책, 국민이 속았다?

정부, 2017년까지 실효세율 1% 아닌 0.61% ... 시민단체 “숫자 가지고 국민 기만”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8ㆍ31 부동산대책이 목표로 세운 부동산 보유세 실표세율
보유세 실효세율 1% 목표 포기. ‘이제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요란하게 출발한 8ㆍ31 부동산대책이 시행 전부터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5ㆍ4 부동산대책 때 2017년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1.0%로 제시한 것은 비전일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8ㆍ31 부동산대책을 더 이상 강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비전은 있지만 계획은 없다는 한 부총리가 밝힌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까지 0.61%. 참여정부가 끝난 이후인 2009년까지는 0.36%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당장 반색을 표했다. 22일 박근혜 대표는 “늦었지만 정부가 한나라당의 안을 받아들여 1% 보유세 인상을 철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비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한나라당의 반응을 황당한 주장이라고 몰아붙였다. 당정이 발표한 8ㆍ31 부동산대책이 원래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두 당의 공방이야 어찌됐건 그동안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7년까지 1%로 오르는 줄 알고 있었던 국민들만 머쓱해졌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정권이 두 번 바뀌는 2017년에야 실효세율이 0.5% 정도 된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 0.61%, 0.5% ... 시민단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해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8ㆍ31 대책 중에서 그나마 세제정상화 조치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혀온 전문가와 시민단체조차 정부의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미디어다음에서 부동산정책 전문가청원을 진행하고 있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 1%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올바른 부동산 철학의 부재가 빚어낸 일”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전 교수는 “8ㆍ31 대책 발표 당시 이처럼 중요한 사실과 관련해서 부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고 또 아예 관련 정보를 은폐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8ㆍ31 부동산 대책의 근간인 보유세 정책이 이렇게 후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토지정의 시민연대 역시 23일 논평을 내고 “5ㆍ4 대책의 반성에서 나온 8ㆍ31 대책이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더 이상 숫자를 가지고 국민을 기만하려 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히 시민연대는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0.61%와 한나라당이 말한 0.5%가 도대체 얼마나 차이가 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비판한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