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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삶"이야기..

도시락의 압박

여행가/허기성 2006. 7. 19. 22:09
도시락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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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들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말 한마디 없이 도시락을 쌌는데, 며칠이나 도시락을 싼다고. 요즘 여자들 너무 게으른 거 아냐.”

CJ의 급식 파동으로 갑자기 도시락을 싸야 하는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적잖다는 얘기에 어떤 아저씨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 분이 과연 방학 중에도 도시락을 드셨을까 하는 데 의문을 제기. 그러나 최소한 일년에 250일 이상 도시락을 쌌다는 건, 인정!

몇 년 전 한 어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애가 후진 대학 들어가서 엄청 속상했는데, 하루에 두세 개씩 도시락 안 싸도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피임약이 임신의 공포로부터 가임여성을 해방시켰다면, 급식제는 어머니들을 도시락 압박으로부터 해방시킨 귀여운 제도다.

몇 년 전, 아이의 학교 급식을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흑미를 넣은 밥에 닭조림, 야채무침, 감자조림, 된장국과 김치 그리고 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영양은 충분해 보였다. 음식을 만들었을 모든 이에게 축복을!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운동회가 열렸다. 김밥과 반찬 약간, 과일 등을 준비해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는 엄마들 반, 배달원 반이었다. 치킨, 족발, 피자, 떡볶이, 자장면 등 온통 배달음식 천지였다. 따라 온 할머니들은 며느리 안 듣게 “이런 날이라도 애들 도시락 좀 싸주지”라고 불평했다. 웰빙, 유기농 재료가 잘 팔린다는 건 다 헛소리로 들릴 만한 압도적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요즘 엄마들이 ‘모성애가 부족하다’거나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덴 반대. 그 논리에는 “내가 했던 만큼 고생해야 좋은 엄마”라는 이상한 시어머니 증후군 같은 게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단 며칠이라도 도시락을 싸는 게 행복한 사람은 싸주면 되고, 그게 스트레스를 받아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사먹이면 된다. 문제는 편한 걸 택한 다음의 ‘수혜자의 자세’다. 솔직히 말해, 학교 급식제도의 수혜자는 아이보다는 엄마다. 집에서 비싼 유기농 초콜릿 먹이면서 학교에 내는 급식비 갖고 바들바들 떨 게 아니다. 수혜자로서 원가 대비 가격대는 적절한가, 품질 유지를 위해 급식개선위원회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할 때다. “학교가 알아서 밥까지 잘 먹이라”고 그냥 배짱부리거나, 투덜거릴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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