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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부자의길

200억 돈벼락맞은 노인의 땅투자 비결

여행가/허기성 2006. 9. 10. 08:32
최근 판교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 17대째 살았던 토박이 노인이 200억원대의 토지 보상금을 받아 돈벼락을 맞았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고난 후 부동산 재테크의 비결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 봤습니다.(물론, 앞으로 드릴 말씀은 순순한 저의 개인적 느낌과 생각일 뿐이며, 분명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이 있다고 믿습니다.)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사부터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판교신도시 개발지역에서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토지주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액수는 195억원이다. 판교에서 17대째 살아온 토박이 농부가 주인공으로, 지난해 초 212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토지 6680여 평과 창고 축사 등에 대한 보상으로 195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인 명의로 등록된 토지에 대해 보상받은 사례 중 최고액이므로 본인 외에 부인이나 자식 이름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토지주는 실제 더 많은 보상금을 받았을 수도 있다.

60년대 초 평당 300원씩 주고 땅을 샀던 80대 노인이 200억원대 보상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토지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62년께 약 1만3000평 되는 땅을 목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평당 300원 수준에 산 노인이 토지보상을 받으면 어떤 투자를 할 것인 가에 대한 자문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0억원 정도 보상받았다면 무려 50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 노인과 알고 지냈던 한 지인은 "60년대 초반 낙농을 통해서 국가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판교지역에 목장 터를 산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에 200억원 정도 보상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출처:매일경제신문, 3월10일자)

과거부터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 부자는 땅에서 나온다"는 말이 마치 금과옥조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큰 돈을 벌었던 개인이나, 기업은 모두 땅 투자로 부를 축적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국민들의 뿌리깊은 토지 선호 사상 때문입니다. 워낙 국토가 좁고, 농경민족이다 보니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으신 분이나, 드라마를 보신 분은 아마 이해가 되실 듯합니다.(잠깐 본론에서 벗어났네요)

이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토지 투자 비결은 "묻어두기"와 "정직한 투자", 그리고, "운", 이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외환위기 이전까지 유행했던 말이 바로 묻어두기입니다. 제가 잘 아는 토지컨설턴트는 "역시 땅투자는 묻어두기가 필요하다. 토지는 주택과 달리, 쉽게 팔고 사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해봐야 세금만 많이 내지 별 실익이 없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이 노인의 사례를 한번 분석해 볼까요. 이 노인은 60년대초에 땅을 사서 40년간 묻어두었습니다. 그렇다고 노인은 투기(speculation)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낙농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분이 낙농으로 성공했는 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실수요자, 뚜렷한 개발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땅을 취득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정직한 투자(investment)가 되겠습니다. 여기에 운도 따랐습니다. 판교는 노인이 땅을 구입하던 60년대 초까지는 한적한 시골 농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후 간헐적인 개발설이 흘러나왔고, 지난 2001년 결국 신도시 개발이 결정됐습니다. 아마 노인은 신도시 개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노인은 아마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농사나 짓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을 겁니다.(잠깐, 궁금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인데요, 언론에 보상금 보도된 이후 이 노인은 주변 친지로부터 상당히 시달렸다고 합니다. 왜, 로또 당첨된 사람이 결국 그 동네를 떠나듯이 말입니다.)

요즘 일부에서 묻어두기 투자는 끝났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 노인의 사례로 보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입니다. 최근 정부가 토지거허가제도를 강화하고, 투기 단속을 집중적으로 펼치면서 실상 단타 매매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 것도 묻어두기 투자가 다시 각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낙마한 이헌재 경제부총리나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도 토지 투자로 큰돈을 벌었습니다. 두 사람 다 10년 이상 장기간 땅을 보유했다가 대박을 냈습니다.물론, 두사람은 모두 "위장전입"(의혹?)이란 편법을 썼습니다. 이런걸 바로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토지 투자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합니다. 일반인들의 성공 확률이 상당히 낮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노인의 경우에서 나타난 원칙을 지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단, 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토지 투자 방법을 몇가지 기억한다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토지투자는 여윳돈으로 해야 합니다. 대출은 정말 위험합니다. 이는 묻어두기 투자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합니다. 토지는 주택보다 매매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져 팔고 싶을때 팔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둘째, 자신이 사는 집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은 위험합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데요, 하나는 도심에서 너무 떨어진 곳보다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는 말이구요, 또하나는 너무 멀면 자주 찾을 수가 없어 관리가 안되고, 땅의 개발 정보 등에 대해 잘 알기 어렵습니다.(물론, 따로 관리해줄 사람이 있다면 다르지만요) 셋째, 역시 도로변 땅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도로변 땅은 설령 수용된다 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을 받을 수가 있고, 땅값도 높은 편이어서 손해 볼 일은 크게 없습니다.

뭐, 이런 점 말고도 몇가지 더 고려해 볼 점이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제가 말하고자 한 요지는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로 줄줄이 낙마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정직한 투자만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하룡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