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ㆍ융자 규제 등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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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석 이후 집값은 다락같이 뛰었다. 집값 상승의 불길은 그 동안 집값 오름세의 ‘무풍지대’였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에서 들불처럼 번지더니 올 여름까지만 해도 싸늘하게 식었던 서울 강남 집값을 다시 자극했다. 그 탓에 높은 분양가로 외면받았던 미분양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고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계약을 취소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는 불황인데 집값만 동시다발적으로 달아오른 것이다.
최근 한 달 사이 2억~3억원씩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7억6000만원(평균 매매가 기준) 선이던 경기 과천시 주공2단지 18평형은 최근 한 달 사이 9억7500만원 선으로 뛰었고 경기 일산 주엽동 강선마을 우성아파트 49평형도 8억4000만원에서 10억5000만원 선으로 급등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부랴부랴 ‘검단 신도시 건설’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인하’ 같은 후속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지만 집값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또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고 정부는 이번 주 집값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동산 시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고개를 숙였던 ‘부동산 불패론’도 되살아나고 있다. 혼란스러운 것은 국민들이다. 주택시장은 어디로 갈 것인가. “집값은 더 오르는 것인가?” “지금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해답을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학계·부동산 업계·연구기관에서 골고루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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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올 연말까지는 집값이 소폭 상승(5명)하거나 보합세(5명)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올 연말까지 집값이 떨어진다고 전망한 전문가는 없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최근의 집값 상승은 좋은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가 공급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어도 5~10% 가량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에 이어 내년부터 시작되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등 규제책이 즐비하지만 공급이 부족해 가격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실제 수도권 주택공급량은 2002년 37만6000여가구에서 2005년 19만7900가구로 급감했다. 주택이 가장 부족한 서울은 더 심각하다. 2002년 15만9767가구에서 작년에 5만1797가구로 공급량이 줄었다. 주택도시연구원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수요가 늘고 있고 개발호재 지역이 많아 수도권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연구원 손경환 선임연구위원은 “집값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인식이 퍼져 있지만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과 집주인들이 팔려는 가격의 격차가 벌어져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도 “10월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서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해 매물을 거둬들인 상태”라며 “12월 말까지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집값은
내년 집값에 대해선 7명이 소폭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고, 보합·하락을 예상한 이들은 각각 2명과 1명이었다. 그러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 대부분이 ‘서울 강남 등 국지적 상승’ ‘이사철에만 소폭 상승’ ‘하락 가능성 상존’ 이란 단서를 달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올라도 올 연말보다 상승폭이 줄고, 상승세가 지역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약세로 돌아설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떨어지더라도 급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저금리 탓에 아직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풀려 있지만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고 주택 공급도 부족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5~10%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융자총량 규제에 나서거나 금리를 올릴 경우 내년 주택시장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는 “서울 강남권은 향후 5년 이내에 충분한 공급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강남권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며 “그러나 강북 지역은 뉴타운 지역을 빼고는 상반기 이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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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내년 이후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매물이 부족해지는 반면 전셋값 상승에 따라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 것”이라며 “내년 이후 이사계약철인 2~3월, 7~8월에 각각 3% 내외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내년엔 경제가 침체되고, 주택 보유세 강화로 주택 수요가 줄 가능성이 높아 집값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현재 거래되는 아파트는 주로 중소형 평형인데 값이 올라 이를 살 수 있는 이들의 소득 수준과 집값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며 “추격매수에 따른 자금부담이 커서 집값이 계속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을 좌우할 변수로 ?정부의 시장 안정 대책의 강도 △가시적인 공급대책 수립 △금리 인상 여부 등을 꼽았다. 주택도시연구원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은 소득 증가 속도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조그만 외부충격에도 집값이 하락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금리를 올리면 늘어나는 상환 부담 탓에 주택 수요가 급감, 주택 매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손경환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도 현재 같은 급등세 지속은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도 금리가 오르고 주택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대형 신도시 물량이 공급되기 시작하는 2008년이나 2009년 이후엔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곽창석 전무는 “2기 신도시 완성으로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2009년 이후 전셋값과 집값이 잡히고 지역별로 집값이 하락하는 곳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 고종완 대표는 “내년 초반 이후부터 집값 상승 국면이 사실상 끝나고 2008년부터는 장기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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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주택자나 신규 주택수요자는 지금 집을 사야 할까. 이에 대해 답하지 않은 1명을 빼고, 전문가 9명 중 7명은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단 대부분 “자금 여력이 있고 유망 지역인 경우”란 단서를 달아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무분별한 추격매수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주택가격이 일시에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무주택자는 대출금 상환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집을 사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손재영 교수는 “자금여력이 있다면 서울 강남권 또는 수도권 지역 중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주택은 지금이라도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김희선 전무는 “최근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무리하게 돈을 빌려 추격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고, 김선덕 소장은 “서두르지 말고 앞으로 나올 분양가가 싼 공공택지 물량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집을 한 채 갖고 있거나 다주택을 보유한 이들에 대해선 선별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곽창석 전무는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경우 집을 추가로 사는 것보다 더 좋은 입지로 집을 옮기는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김영진 사장은 “다주택자들은 연말까지 덜 오른 주택을 팔고 집값이 올랐거나 가격 상승여력이 있는 집을 한 채만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망 투자처
향후 유망한 투자상품으로는 재건축·재개발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곽창석 전무는 “부족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도심지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투자보다는 실수요 위주의 접근을 주문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재건축의 경우에도 각종 규제책으로 단기간 내 사업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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