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연인 사이의 ‘데이트 강간’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동안 ‘데이트 강간’을 대부분 ‘화간(和姦)’으로 간주해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비춰볼 때 매우 전향적인 판결이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여자친구를 만나 종종 성관계를 가져오던 회사원 ㅁ씨. ㅁ씨는 2004년 10월 평소와 같이 여자친구의 집으로 찾아갔다. 당시 여자친구는 ㅁ씨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급성후두염과 중이염을 앓고 있었다. 집에는 여자친구의 어머니도 함께 있었다. ㅁ씨는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여자친구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하지만 ㅁ씨는 여자친구가 잠이 들자 저항을 무시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이튿날 ㅁ씨는 여자친구의 직장으로 찾아가 사과했다. 둘은 화해했고 함께 여행을 가거나 결혼문제를 상의하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ㅁ씨와의 결혼을 믿고 이후에도 성관계를 갖고 임신중절까지 했다. 하지만 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ㅁ씨는 여자친구를 폭행하기도 했다.
결국 헤어진 여자친구는 ㅁ씨를 강간·폭력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23일 ㅁ씨에게 ‘1번의 강간’을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몸이 아픈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반항을 억압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것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ㅁ씨는 “당시 여자친구가 성관계를 거절하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어머니에게 구원 요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구원을 요청할 수 있었다거나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강간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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