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모(33·서울 강서구 등촌동) 씨는 8월 중순 결혼한 후 하루 한 갑이던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아침 사무실로 돌미나리즙을 배달 받아 마신다.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산에 오른다. 정 씨 부부가 이렇게 건강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올해내 임신을 해서 내년에 아이를 낳겠다는 계획때문이다. 정 씨는 “결혼 준비를 할 때 이미 내년이 ‘황금돼지해’라 아이가 재운을 갖고 태어난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난주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복도에 가득 찬 산모들을 보
고 임신 열풍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
○ 인터넷 모임에 장신구까지
돼지해인 2007년이 600년 만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소문이 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정해년(丁亥年)의 ‘정(丁)’이 오행에서 불을 뜻하기 때문에 내년이 ‘붉은 돼지의 해’이며 음양오행을 더해 계산하면 황금돼지해라는 것이 소문의 주요 내용.
산부인과, 조산원, 산후조리원에는 내년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D산부인과 이창선 기획실장은 “임신부의 내원이나 상담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Y조산원 관계자도 “대개 임신 7∼8개월쯤 조산원을 찾는데 이번 달 들어 1.5배 정도 내원과 상담 건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충남대 전광희(사회학) 교수는 “2005년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은 탓도 있고 쌍춘년, 황금돼지해 속설도 있어 2007년 출산율은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이미 ‘황금돼지엄마들’, ‘2007년 돼지띠 아가 엄마들의 모임’ 등 황금돼지해를 기다리는 예비 부모 모임이 4, 5개 만들어졌다.
‘황금돼지해 마케팅’도 뜨겁다.
제조업체들은 이미 황금돼지 휴대전화 액세서리, 저금통, 달력을 출시했고 한 의류업체는 돼지가 프린트된 유아복 1만5000장을 생산해 12월부터 시판한다.
일부 대중매체가 출산 예정인 스타들을 다루는가 하면 한 호텔은 10월부터 베이비샤워(순산을 기원하며 친구·친지들이 출산용품을 선물하는 축하 파티) 패키지 이벤트를 열고 있다.
○ “황당무계한 얘기”
하지만 명리학자들과 민속학자들은 그럴듯하게 돌아다니는 황금돼지해 속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역술가들은 정해년을 ‘붉은 돼지의 해’로 해석할 수 있긴 하지만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는 건 근거 없는 과장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민간신앙과 전통에서 지금까지 정해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민속연구소 주강현 소장은 “우리 민족의 풍습에서 다산과 다복의 상징인 복돼지를 숭상하는 전통은 있었지만 붉은 돼지, 황금돼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대 송인창(철학) 교수는 “돼지띠는 재운이 있지만 역마살도 있다”며 “상생과 상극을 중요하게 여기는 명리학의 특성상 무조건 좋은 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브스 홈페이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인 중 정해년(1947년)에 태어난 사람은 스웨덴의 유명 의류 브랜드 H&M의 소유주인 스테판 페르손(32위) 씨뿐이다.
○ 느닷없이 왜 이 시점에서?
‘황금돼지해 속설’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정해년을 ‘황금돼지해(金猪年)’라고 부르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최근 임신부가 급증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강대 이욱연(중국문화) 교수는 “민간에서 전해지던 속설이었는데 최근 중국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출산 열풍이 불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정(丁)이 오행 중 불(火)을 상징하는데 이를 대신해 금(金)을 붙여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역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전광희 교수는 “근거가 어떻든 일단 출산율이 올라간다면 국가적으로는 한숨 돌리는 셈”이라면서 “그러나 내년에 황금돼지띠 자녀가 많이 태어난다면 결국 다른 해에 출생한 사람들보다 입시 경쟁, 입사 경쟁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임신 열풍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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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모임에 장신구까지
돼지해인 2007년이 600년 만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소문이 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정해년(丁亥年)의 ‘정(丁)’이 오행에서 불을 뜻하기 때문에 내년이 ‘붉은 돼지의 해’이며 음양오행을 더해 계산하면 황금돼지해라는 것이 소문의 주요 내용.
산부인과, 조산원, 산후조리원에는 내년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D산부인과 이창선 기획실장은 “임신부의 내원이나 상담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Y조산원 관계자도 “대개 임신 7∼8개월쯤 조산원을 찾는데 이번 달 들어 1.5배 정도 내원과 상담 건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충남대 전광희(사회학) 교수는 “2005년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은 탓도 있고 쌍춘년, 황금돼지해 속설도 있어 2007년 출산율은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이미 ‘황금돼지엄마들’, ‘2007년 돼지띠 아가 엄마들의 모임’ 등 황금돼지해를 기다리는 예비 부모 모임이 4, 5개 만들어졌다.
‘황금돼지해 마케팅’도 뜨겁다.
제조업체들은 이미 황금돼지 휴대전화 액세서리, 저금통, 달력을 출시했고 한 의류업체는 돼지가 프린트된 유아복 1만5000장을 생산해 12월부터 시판한다.
일부 대중매체가 출산 예정인 스타들을 다루는가 하면 한 호텔은 10월부터 베이비샤워(순산을 기원하며 친구·친지들이 출산용품을 선물하는 축하 파티) 패키지 이벤트를 열고 있다.
○ “황당무계한 얘기”
하지만 명리학자들과 민속학자들은 그럴듯하게 돌아다니는 황금돼지해 속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역술가들은 정해년을 ‘붉은 돼지의 해’로 해석할 수 있긴 하지만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는 건 근거 없는 과장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민간신앙과 전통에서 지금까지 정해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민속연구소 주강현 소장은 “우리 민족의 풍습에서 다산과 다복의 상징인 복돼지를 숭상하는 전통은 있었지만 붉은 돼지, 황금돼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대 송인창(철학) 교수는 “돼지띠는 재운이 있지만 역마살도 있다”며 “상생과 상극을 중요하게 여기는 명리학의 특성상 무조건 좋은 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브스 홈페이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인 중 정해년(1947년)에 태어난 사람은 스웨덴의 유명 의류 브랜드 H&M의 소유주인 스테판 페르손(32위) 씨뿐이다.
○ 느닷없이 왜 이 시점에서?
‘황금돼지해 속설’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정해년을 ‘황금돼지해(金猪年)’라고 부르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최근 임신부가 급증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강대 이욱연(중국문화) 교수는 “민간에서 전해지던 속설이었는데 최근 중국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출산 열풍이 불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정(丁)이 오행 중 불(火)을 상징하는데 이를 대신해 금(金)을 붙여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역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전광희 교수는 “근거가 어떻든 일단 출산율이 올라간다면 국가적으로는 한숨 돌리는 셈”이라면서 “그러나 내년에 황금돼지띠 자녀가 많이 태어난다면 결국 다른 해에 출생한 사람들보다 입시 경쟁, 입사 경쟁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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