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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여파 '미니 스커트' 유행 불러온다?

여행가/허기성 2006. 11. 26. 08:49

영국風… 패션의 중심에 서다


미니스커트, 트렌치코트, 타탄(tartan) 체크, 재단사가 방금 만든 듯한 테일러드 수트, 모즈룩, 펑크룩…. 요즘 인기를 끄는 패션 경향이나 아이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영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패션 브랜드나 인터넷 쇼핑몰은 올해 유독 ‘브리티시풍 ○○○’이나 ‘영국풍 ○○○’이라는 꼬리표를 단 아이템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전한다. 영국풍 패션의 세계를 살펴본다.

# 올가을·겨울 패션의 근원은 영국?

올겨울 시즌의 최대 화두는 미니멀리즘과 로맨티시즘의 조합. 여성들은 몇 해째 이어온 로맨티시즘 일변도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더라도, 단순·절제미를 가미한 매니시룩·펑크룩 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스타일은 이미 1960년대에 유행했던 패션 경향으로, 당시에도 영국에서 발원됐다.

올봄부터 인기인 미니스커트는 영국에서 비롯했으며, 가을부터 최고의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체크 무늬도 영국이 원류다. 재단사가 직접 만든 듯한 테일러드 재킷과 수트는 물론이고 트렌치코트도 영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쿨하스의 이진영 디자인실장은 “영국 패션은 클래식한 스타일부터 펑크, 모즈룩까지 다양하게 변형된다”며 “이번 시즌의 전체적인 패션 경향은 경계를 넘어선 ‘믹스 앤드 매치’인데, 이런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영국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패션 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줄무늬가 대부분이었던 남성 정장에 체크무늬가 새롭게 추가된 것도 영국풍 패션의 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빈폴 뉴체크 아이템(왼쪽), 쿨하스 펑크룩


#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은 영국

영국 패션은 오래전부터 세계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이는 영국 태생의 디자이너들에서 비롯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60년대 말 인기였던 펑크와 록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디자인에 반영해 극찬을 받아온 영국 디자이너다. 트위드(tweed·굵은 양털로 짠 직물)와 타탄, 코르셋이나 드레스의 엉덩이 부분을 부풀리는 크리놀린(crinoline) 등 전통적인 영국 직물과 무늬, 소재를 디자인에 응용하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티안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는 1987, 94, 95년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된 인물. 1997년 존 갈리아노의 후임으로 지방시에 자리 잡은 알렉산더 매퀸 역시 영국 출신이다. 1997년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 상을 갈리아노와 공동 수상한 매퀸은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버버리 프로섬의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베일리 역시 영국 출신.

일반 대중에게 패션 리더로 추앙받는 연예인과 모델 중에도 영국 출신이 많다. 패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케이트 모스는 영국 출신 슈퍼모델이다. 시에나 밀러, 주드 로 등 패션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할리우드 스타 중에도 영국 출신이 적지 않다.

패션 전문가들은 “전통과 역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서로 어우러지고, 귀족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과 자유분방한 거리 스타일이 공존하는 영국이 패션의 중심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와 패션 리더들은 영국 하면 떠오르는 근엄한 이미지나 무채색의 어두운 색상을 기본으로 한 패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비틀스를 떠올리게 하는 모즈룩, 화려한 느낌의 펑크룩 등 변화무쌍하고 자유분방한 문화로 영국을 대변하고 있다.

#브랜드, 체크에 반하다

국내 브랜드들의 ‘영국열병’은 꽤 오래전부터다. 특히 밤바람이 차가워지면 체크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국내 브랜드들은 버버리, 닥스, 아쿠아스 큐텀 등 체크를 기본으로 한 영국 정통 브랜드들에 도전하며, ‘체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체크를 말하자면,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버버리를 빼놓을 수 없다. 버버리의 체크는 트렌치코트에서 비롯됐다.1924년 등장한 버버리 체크는 원래 코트 안감으로 사용되다가 변형을 거듭해 현재 버버리만의 고유 아이콘이 됐다. 버버리의 체크는 모방 방지 캠페인이 펼쳐질 정도로 인기다. 닥스의 타탄 체크는 스코틀랜드 타탄협회가 공식 무늬로 승인하기도 했다. 이후 10여개의 체크무늬가 개발돼 모든 아이템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닥스 숙녀복 유영주 디자인실장은 “체크는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들도 체크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헤지스는 출시 3년 만에 만든 고유의 체크무늬 ‘클럽 체크’를 의복, 매장 인테리어, 소품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빈폴이 1999년 고안한 체크무늬는 이듬해 산업자원부 ‘우수산업 디자인 상품’에 고유 체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강제화 등 제화업체도 체크무늬를 넣은 구두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 밖에 폴로는 그린 색상을 기본으로 하는 체크를, 토미 힐피거는 레드·네이비·화이트로 표현한 고유의 체크무늬를 사용한다.

 



최근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미니스커트 그리고 레깅스가 큰 인기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러한 미니스커트 유행 트렌드에는 전쟁 여파가 유행을 불러오게 하는 이색 공통점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 패션 웹사이트와 백과사전 등에서는 미니스커트의 유래와 발전 진행 등을 소개하는 부분을 볼 때 바로 전쟁의 여파가 패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처음 미니스커트가 유행을 하던 1960년대에는 미국과 구 소련이 반목하는 냉전관계로 잇따른 군비 경쟁의 분위기, 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중동 전쟁이 발발해 오일 쇼크 등 여러 긴축경제 지표를 불러오면서 미니스커트가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1970년대 미니 원피스 유행을 불러 일으킬 때 역시 미국과 베트남 전쟁이 한창 불어 오면서 히피풍의 헐렁한 미니 원피스들이 큰 유행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무기 산업 분야 외에는 많은 나라들이 불경기를 겪고 있다. 미니스커트는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경제 지표를 대변하는 징조로 봐야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때에는 어김없이 미니스커트가 대 유행 하고 있다. 패션이 단순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경제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지표로 보아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