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날벼락 부담금’ 첫 충돌

서울 월계동 롯데캐슬… 내년 80개단지도 갈등 예고
시공사 “입주하려면 돈 더내라”… 주민 “계약에 없던 비용 못내”

정부의 초강수 수요억제 부동산 정책이 집행되면서 곳곳에서 주민들과 부딪히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앞두고 일부 대상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가 소급 적용된 아파트 단지가 처음 준공되면서 비용부담을 둘러싸고 시공사가 주민들의 입주를 막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에 입주할 재건축 단지가 80여개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가 개발이익환수제가 소급적용되는 곳이어서 비슷한 갈등 양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일 오후 2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 아파트(850가구) 102동 앞. 이삿짐을 싣고 있는 화물차가 짐이 풀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파트 정문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50여명의 조합원들이 “말도 안 된다”, “계약에는 없던 새로운 비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아파트가 준공되면서 건설사는 입주를 하려면 추가비용을 내라고 조합원들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당초 계약에 없던 내용이라며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월계동 롯데캐슬 동호회 회원인 임재형(55)씨는 “오늘 입주증을 받으러 온 가구 중 3~4가구가 입주를 거부하고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 이삿짐 못풀고… ‘오갈 데 없는 이삿짐’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아파트 102동 현관 앞. 개발이익환수제 손실분 부담금을 놓고 입주자와 시공사가 대립하면서 아파트 열쇠를 받지 못한 입주자가 이삿짐을 아파트 현관 앞에 늘어놨다. /김진기자

이 아파트는 2005년 5월부터 도입된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제에 따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문제는 법이 확정되기 전에 건설사와 재건축조합이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주택건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 당초 일반 분양하려고 했던 49가구가 법개정으로 임대주택으로 전환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70여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건설사측은 추가비용의 절반인 35억원(가구당 평형에 따라 360만~450만원)을 주민들에게 부담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주민들이 일단 절반을 부담하고 입주한 후 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건설사측은 절반을 부담하고 입주하려면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인증을 내거나 추가비용 전체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입주 후 이웃 사촌이 될 조합원들간에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가 요구하는 추가부담금을 내고 입주하겠다는 주민들과 소송을 통해 추가부담금을 돌려 받겠다는 주민들로 갈려 있다.

시공사의 정경진 대리는 “조합원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정부의 정책이 바뀌면 주민들의 부담을 조정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며 “임대주택으로 인한 비용을 시공사만 손해를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이 소급 적용됐기 때문에 앞으로 입주하는 재건축 단지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건축 임대아파트의무제와 지난 9월 새롭게 도입된 초과이익환수제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이다. 바른재건축연합 김진수 회장은 “재건축 관련 법률이 조령모개식으로 자주 바뀌는 바람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정부는 급등하는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을 잡기 위해 임대주택의무제와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했다. 임대주택의무제는 재건축시 늘어나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의 일정비율(10~25%)만큼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제도로, 작년 5월 도입됐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착공시점과 입주 시점 사이의 시세 차익에 대해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난 9월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