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대 딱지 어음·수표 불법유통 15명 적발

당좌계좌에 넣어둔 돈이 없어 부도날 게 분명한 이른바 ‘딱지’ 어음과 수표 1300억원어치를 만들어 유통시킨 이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주로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활동한 이들이 돌린 딱지 어음과 수표는 전국에 유통되는 것의 7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11일 40여곳의 서류상 ‘유령회사’ 명의로 320억원어치의 딱지 수표와 1000억원 규모의 딱지 어음을 발행해 유통한 혐의(부정수표단속법 위반)로 김모(50)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5명을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 9월 H은행 평창동 지점에서 ‘이북오도기획’ 명의로 액면금 2300만원의 딱지 수표를 발행하는 등 200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령회사 48곳의 명의로 딱지 수표 700장, 딱지 어음 2000장을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서로 아는 사람끼리 거래하는 ‘자전(自轉)거래’를 통해 신용을 쌓은 뒤 은행에서 다량의 어음·수표 용지를 받아 놓고, 이 용지에 액면금을 3000만∼5000만원, 많게는 17억원까지 기재한 뒤 1장당 300만∼500만원에 판 것으로 밝혀졌다.

액면가의 90%가 할인된 이 딱지 어음·수표는 급히 물품대금 등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발행 후 2∼3개월 뒤면 부도 수표·어음으로 판명날 것에 대비, 100만원짜리를 복사해 증거로 확보한 뒤 특수 약품으로 액수를 3000만원 등으로 위조해 유통시켰다. 나중에 수표가 지급제시되더라도 자신들은 100만원짜리 수표만 돌렸을 뿐인데 유통과정에서 제3자가 위조한 것이라고 발뺌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이들이 48개 유령회사 명의로 딱지 어음·수표를 발행해 총 60억∼70억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회사 사장으로 이름만 빌려주는 ‘바지 사장’에 대한 처벌이 범행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그치질 않는다고 보고 앞으로 이들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