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성대 모형을 본떠 나온 잠실 제2롯데월드의 슈퍼타워가 공개되면서 초고층 빌딩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주변에 재건축아파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제 올라가지 않겠어요?. (대통령) 선거철도 오고, 경기도 안 좋은데…."
'뻔한 대답을 왜 물어보느냐'는 어투였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상현씨(45,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김씨는 "서울시는 이미 예전에 (건축을) 허가해놨고, 정부도 그만큼 시간을 끌었으면 나름대로 고민한 모양새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곁들였다.
세계 최고층으로 한국을 상징한다는 제2롯데월드는 더 이상 그들에겐 큰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돈이 되는 뉴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에겐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에 따른 아파트 값 하락조짐이 더 큰 관심이다.
석촌호수 주변에서 이동식 잡화상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여, 43)씨. 이씨는 "백몇층이라고 하던데, 언제 지어지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빠르면 2010년 정도면 볼 수 있다고 하자, 그는 "그 때는 이것(포장마차) 말고, 제대로 된 장사를 해야할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엔 기대보단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슈퍼타워, '기대'보다 높이 올라가는 '우려'
4일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부지에 세워질 초대형 빌딩인 '슈퍼타워(가칭)'의 외부 모습이 전격 공개되면서, 초고층 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누리꾼들은 슈퍼타워가 과연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의 독창적인 건물인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부 건축 전문가는 디자인 선정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전반적인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은 빠진 채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교통지옥과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잠실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의 초고층화가 진행되고 있고, 송파신도시와 거여-마천뉴타운 건설 등이 예정돼 있다.
[논란①] '112층 첨성대', 한국의 랜드마크감인가
▲ 롯데그룹이 4일 공개한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 조감도. | |
ⓒ2006 롯데그룹 |
롯데그룹 기업문화실 관계자는 "올 2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할 때 기존 에펠탑에서 첨성대나 장미꽃 모양으로 압축했다"면서 "당시에도 '첨성대 안'이 유력했었고, 이번에 약간 수정보완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쪽은 첨성대의 문화적 상징성과 과학적 구조에 주목했다고 밝히고 있다. 첨성대의 미적 아름다움 등이 서울의 랜드마크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건물 형태도 첨성대의 사각형 기단과 원형 몸체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했고, 슈퍼타워 1층은 폭 70m, 112층은 폭 40m로 첨성대와 같은 비율로 지어진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누리꾼들 "이거 그냥 공장 굴뚝 아냐?"
하지만 조감도를 본 누리꾼의 전체적인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누리꾼의 의견은 건물 디자인이 밋밋하다거나 '대형 굴뚝같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이디 sjdznf73씨는 "그냥 공장굴뚝 같기도 하고, 뭔가 밋밋하다"면서 "진짜 세워놓으면 틀리려나"라고 달았다. 'ant0327'씨도 "첨성대? 어딜 봐서 첨성대냐, 굴뚝모양이구만"이라고 적었다.
'hugowin'라고 밝힌 누리꾼은 "누구나 딱 보고 서울을 찾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이면 안 될까"라며 "너무 평범하다, 세계적인 공모를 통해 다시 설계하는 게 나을 듯"이라며 디자인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누리꾼은 완공되면 좀 더 나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달기도 했지만, 찬성 의견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세용 고려대 교수(건축공학과)는 "초고층 빌딩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해당 건물을 지으면서 국제적인 현상공모를 통한 디자인 등이 철저하게 진행된다"면서 "한 국가와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의 기능 때문인데, 이번 디자인이 과연 그같은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초고층 빌딩은 말 그대로 그 시대, 그 나라 건축 디자인과 기술의 총집합체"라며 "좀더 한국을 상징할 만한 아이디어가 없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논란②] 40층 주상복합건물, 신도시, 뉴타운... 거기에 제2롯데월드까지?
▲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건축 지역. 지하철 2호선 성내역 옆에 있었던 잠실시영아파트가 완전 철거됐다. 제2롯데월드 건립과 함께 재건축아파트의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잠실 일대는 재건축 아파트가 고층으로 지어지고, 40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등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게다가 송파신도시와 마천뉴타운 건설까지 예정돼 있어, 제2롯데월드까지 들어설 경우 사상최악의 교통대란이 뻔하다는 것이다.
롯데월드 건너편 잠실 주공 5단지 이정란(35, 주부)씨는 "주변 아파트들이 재건축한답시고 고층으로 올리고 있는데, 그런 큰 건물까지 들어오면 살기가 어떨지 모르겠다"라며 걱정섞인 투로 말했다. 잠실 네거리의 상습적인 교통 체증과 소음은 이미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도시계획센터 남은경 부장은 "잠실 일대에 500m 넘는 빌딩 건설이 과연 누가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도시환경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업의 논리와 이해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남 부장은 이어 "이미 대규모 주거시설이 들어선 구 시가지에 엄청난 규모의 빌딩을 아무런 원칙 없이 세우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롯데월드가 허가날 경우 향후 무분별한 초고층 건설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며 "인간을 위한 주거환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격호의 꿈, 도시개발의 그늘
슈퍼타워 건설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올해 나이 84세인 신격호 회장은 스스로 "제2롯데월드 건설이 꿈"이라고 공언해 왔다. 또 "외국인에게 경복궁 말고, 한국을 상징하는 건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꿈이 실현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첨성대 112층'이 롯데라는 사적 기업의 '부'를 과시하는 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지, 앞으로 초래할 비인간적인 도시환경에 대한 개선 고민은 없는 것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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