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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부동산 투자, ‘막차’ 탈라

여행가/허기성 2006. 12. 19. 23:15
   
 
ⓒREUTERS=연합
왼쪽은 팔려고 내놓은 고급 주택.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미국 내 몇 안 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그래서 부동산 붐이 일어나면 으레 외국인 투자가 불붙게 된다.흔히 ‘캘리포니아 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 남부 지역은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은행과 부동산 중개업 등 부동산 투자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한인 업체를 통해 처리할 수 있어서, 한국인들의 투자처로 인기가 높았다.최근 10여 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계속되어온 부동산 활황을 타고 한국에서 ‘돈을 싸들고’ 날아오는 개인 투자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동안 캘리포니아 주 지역이 한국인 투자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가장 큰 이점은 국내에 집을 한 채 가진 투자자가 해외에 몇 채의 집을 사도 다주택자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따라서 해외에 여러 채의 집을 사도 국내에서 살 때와 달리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그래서 실제 내년부터 양도세가 중과(세율 50%)되는 1가구 2주택자들이 집 한 채를 팔고 해외 부동산을 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 정부는 해외 부동산 취득 규제 완화 조처를 잇따라 내놓았다.특히 내년 1월부터는 기업은 물론 개인도 3백만 달러(약 27억7000만원) 규모까지 시세 차익을 노리고 해외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여 한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도적 걸림돌은 이제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 열기가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할 기미가 최근 엿보이고 있다.캘리포니아 주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탐지되며 현지 한인들이 속속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투자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인 ‘김희영 부동산'이 12월 초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등 캘리포니아 주 네 개 카운티 등기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최근 6개월 동안 이 지역에서 주택 차압 절차에 들어간 한인이 8백6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모기지 체불 통지를 받은 한인의 30%인 1백64명은 두 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 한인들의 무리한 주택 투자 실태를 반영했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호황을 이어온 캘리포니아 주 부동산 시장이 올해 한풀 꺾이면서 본격적인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입을 모은다.부동산 시장이 이른바 ‘셀러 마켓’(Seller Market)에서 바이어 마켓'(Buyer Market)'으로 바뀌면서 예전 두 자릿수 비율의 가격 증가는 ‘옛날 일'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여섯 개 카운티의 지난 10월 ‘중간 주택가’(Medium Price)는 전년 대비 2.3% 상승에 그쳤으며, 샌디에이고와 벤추라 카운티 등 일부 지역은 올 들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부동산협회(CAR)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존 주택 판매량은 44만3천3백20채를 기록해, 1988년 10월 47만8천7백70채로 집계된 이래 10월 중 수치로는 가장 낮았다.또 10월에 거래된 기존 주택의 중간가는 주 전체로 볼 때는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했으나 20개 메이저 마켓 가운데 14 군데에서 하락했다.특히 오렌지, 샌디에이고 등 일곱개 카운티는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LA 카운티에서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24.6% 감소했고, 중간가(58만3천1백60달러)는 4.6% 상승했다.하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판매량이 15.1%, 중간가가 0.4% 각각 떨어졌다.협회 관계자는 “두 자릿수 퍼센티지로 가격이 떨어지는 곳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직접 한국에 진출했던 미국 부동산 업체들도 최근 속속 철수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올해 초가 마지막 기회였다”

한국의 대규모 부동산 구매 자금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일대로 본격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2년 말이었다.북한 핵 문제로 인한 불안 심리와 한국 내 경기 침체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었다.당시 한인계 금융권 조사에 따르면 한국으로부터의 기업이나 개인별 송금이 전년도보다 무려 1백47%나 증가했다.코리아타운의 중앙·한미·나라 은행 등 주요 한국계 은행들이 2002~2003년 한국으로부터 송금받은 액수는 총 8억 달러가 넘었다.한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송금액 상당수가 부동산 투자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들어온 ‘뭉칫돈’들은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 주택과 상업용 건물· 토지와 학군 좋기로 소문난 라카냐다·라시에네가 등 인근 위성 도시 집값을 흔들었고 이어 이웃한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과 브에나파크, 미션비에호 등 신흥 부촌 주택가로 몰려들었다.

   
  최근 10년간 로스앤젤레스 한인과 한국 투자자들은 로스앤젤레스의 대표적 고급 주택 밀집 지역인 핸콕파크에 있는 집을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당시 캘리포니아 주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평균 25%를 상회했으며,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대표적 부촌인 베벌리힐스에 100만 달러 이상 주택을 소유한 한인이 1백50명에 육박했다.
최근 들어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한국계 은행들은 올해까지도 한국으로부터 정식 송금이 부쩍 늘었고 음성적인 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30여 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정치·경제 분야 컨설팅을 담당한 문 김씨는 “한국의 이른바 ‘강남 부자’들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새 미국을 포함한 외국으로 재산을 도피시키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요즘 한국 친지들로부터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상담을 많이 받는 편이다"라고 말했다.지난해부터는 로스앤젤레스 북쪽으로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애플밸리와 발렌시아 등지에도 한국인 주택 구입자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에서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올해 초가 마지막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현지 분위기를 모르는 최근 투자자들은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내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가 상승 추세인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통상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한다.특히 미국 주택 가격은 금리에 민감한 편이다.뉴욕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의 대규모 부동산을 사들였던 일본 투자자들도 1991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에 대거 투자했다가 시장이 냉각되면서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았다.현지 부동산 개발업체가 제시하는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어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큰돈을 날릴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 살면서 투자용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들일 경우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시세 파악도 신속하게 하기 힘들다.환율도 위험 요소다.부동산 값이 올랐다 해도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따른 환차손으로 다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