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돌아서는 6자…北·美 불신증폭 우려
13개월 만에 다시 열렸던 베이징 6자회담이 뚜렷한 성과없이 끝났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고 시작한 회담은 아니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더 걱정은 실망감이다. 북한을 제외한 각국 대표들이 “북한이 정말 비핵화에 의지가 있는 지 모르겠다”는 강한 불신감을 곱씹으며 베이징을 떠나게 됐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동력을 이어간다는 기대는 줄어들고 향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양대 축은 북한과 미국임이 확연히 드러났다. 한반도 비핵화 조치를 둘러싼 협상이나 방코델타아시아(BDA) 등 주요 현안이 기본적으로 북·미간 양자 현안이었다.
처음부터 6자회담의 성패는 북·미간 협상의 성과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도 북·미간 이견이 다소 좁혀질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달 30일 이틀 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베이징에서 마라톤 회담을 갖고 “회담 재개 날짜는 못 잡았지만 만족스럽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다시 만난 북·미 대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부상은 “BDA 해결 없으면 비핵화 논의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상을 만난 한·미 대표들은 김부상이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등의 의지가 담긴 훈령을 받아든 상태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렸다.
숱한 설득이 있었지만 끝내 BDA의 벽을 넘을 순 없었다. BDA에 대한 북·미의 생각이 애당초 달랐다. 미국은 BDA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를 시작했고, 이를 통한 탄력적 해결 방안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성의를 보였으면 북한도 이제 비핵화 논의의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미국은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시종일관 “BDA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이다”라며 우선 해결을 요구했다. 앞으로도 BDA에 대한 묘수풀이 없이 6자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논의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그래도 한국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등은 대화의 동력에 의미를 두고 있다. 또 막판까지 불씨를 살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북한의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6자회담의 틀이 유지돼야 추가 협상도, 타협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 외교부 소식통은 “13개월 만에 대화의 틀을 복원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장이 열려 있어야 추가적인 상황 악화도 예방할 수 있다는 고려도 깔려 있다. 22일 수석대표들이 모여 마지막으로 이번 회담의 종료를 폐막으로 갈지, 휴회로 갈지를 놓고 고민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북한이 원하는 것은 BDA 해법이 아니라 시간끌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힐 차관보도 협상 막판에 취재진에게 “회담 끝에 우리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에 대해) 진지한가 여부를 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6자회담 무용론이 고조되고 대화보다는 압박 노선이 고개를 들면 북한은 2차 핵실험 카드를 다시 만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문제 전문지, 10월 백악관 비공개 토론회 소개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 "중국이 내년 후반께 북한 군부를 움직여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시도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과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동북아 민간전문가들이 가진 비공개 '토론회'에서 이러한 얘기가 나왔었다고 '더 오리엔탈 이코노미스트(TOE)' 12월호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당시 동아시아 전문가들을 불러 중국의 대북 정책 현황과 앞으로 변화 가능성 및 그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은 얼마전부터 외교가에 나돌았으나, 참석자들의 함구로 구체적인 토론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미국내 일본 전문가들이 매달 보고서 형식으로 펴내는 10여쪽 분량의 TOE가 전하는 이러한 10월25일 백악관 모임 내용은 "중국과 협력을 통해 북한의 정권을 교체한다"는 부시 행정부 1기 때의 '럼즈펠드 메모'에서 이미 드러났던 미국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OE는 다만 이 백악관 모임의 성격이 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planning session)가 아니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thinking session)였으며,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한 중국의 북한 군부 쿠데타 사주 가능성에 관한 토론은 "중국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느냐를 한번 생각해본 것이며, '그럴 수도 있다'는 답은 매우 학술적이고 가설적이며 추측성이어서 현 시점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기 위한 토대는 아니다"는 한 참석자의 말을 전했다.
TOE의 편집장인 피터 에니스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 기사에 따르면 이 모임은 해들리 보좌관이 현재 전략국제문연구소(CSIS) 선임고문겸 일본팀장인 그린 전 보좌관과 접촉해 주선했다.
백악관측에선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 부시 대통령의 정치고문역으로 동아시아에 특히 관심이 많은 칼 로브 부실장도 참석, 1시간동안 진행됐다.
민간 전문가로는 전역미사일방어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CSIS 선임연구원도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그린 전 보좌관의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을 거부했다고 TOE는 전했다.
TOE는 참석자들이 모임 내용에 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으나 "대화의 핵심의 하나가 중국, 특히 중국의 대북 태도의 변화였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TOE는 "부시 대통령은 중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특히 중국 지도부가 핵무기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하기 위해 평양을 어느 선까지 압박할 생각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듣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대북 외교과정에 중국을 계속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 지도부가 대북 정책의 3가지 방안을 놓고 내부 토론중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TOE는 전했다.
이들이 예상하는 중국의 향후 대북 정책 기조는 ▲북한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강화되도록 지원해나가거나 ▲북한 정권이 정말 중국에 직.간접으로 문제만 일으키는 나쁜 정권이라는 생각에서 공격적으로 압박을 가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하지 않은 채, 현상유지를 받아들이고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그러나 "김정일에 대한 베이징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점점 김정일 지배하의 북한이 위험한 불량국가가 돼가고 있다는 입장쪽으로, 그리하여 내키지는 않지만 점점 '정권교체' 같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첨" 보인다고 TOE는 전했다.
중국의 북한 정권교체용 쿠데타 사주 시도가 있다면 내년 후반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내부 권력 강화 작업이 마무리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참석자들은 봤다고 TOE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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