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덩어리를 뚫고 항해하는 배, 가스 공급 기지까지 겸하는 선박, 컨테이너 1만 개를 실을 수 있는 배….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한국 조선(造船) 업체들이 없었다면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배들이다. 한국 조선소들은 수주량, 건조(建造)량 같은 조선업 지표에서 세계 1등일 뿐 아니라, 탁월한 설계 능력으로 세상에 없는 신개념의 배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도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얼음밭을 뚫고 항해하는 쇄빙 유조선
북극해는 온통 ‘얼음밭’이다. 이 얼음밭을 굳이 항해해야 하는 이유는, 북극해저에 세계 인구가 6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약 1조5000억 배럴)와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스(약 48조㎥)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뽑아 올린다 해도 끌고 나오는 게 큰일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극지 운항용 전후 방향 쇄빙선’을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얼음을 깨는 것이 주 임무인 쇄빙선이 앞서 나가고 그 뒤를 짐을 실은 배가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이 배는 쇄빙선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얼음밭을 뚫고 나갈 수 있다. 영하 45도의 극한 상황에서 두께 1.57m의 얼음을 깨며, 시속 3노트(약 5.5㎞)로 항해할 수 있다. 얼음산에 막혀 고립될 경우 추진기를 거꾸로 돌려 전후좌우,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세계 최저 설계 온도’, ‘세계 최고 전후 방향 쇄빙 성능’, ‘마모에 견디는 특수 도장’ 등 첨단 신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 유조선보다 4배 이상 비싸지만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사로부터 7만t급 3척을 수주해 건조 중이다. 러시아 정부도 이 기술을 탐내, 최근 러시아 국영조선소 중 한 곳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자고 삼성중공업에 제안까지 해왔다. 2012년까지 쇄빙유조선이 38척이나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배 위에 가스 공급기지까지…고(高)부가가치선 시장 장악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만든 ‘LNG(액화천연가스)-RV(Regasification Vessel)선’은 지상의 골칫덩어리인 가스공급기지를 배 위에 옮겨놓은 신개념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미국의 에너지 회사에 수출한 제1호 LNG-RV선이 작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견뎌내며 기능이 마비된뉴올리언스에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배는 한 척 가격이 2억80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1만1400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1만1400개 실을 수 있는 크기) 컨테이너선 8척을 프랑스로부터 수주했다. 이 배는 엄청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9만8000마력급 엔진을 달아 시속 24.7노트(약 45.7㎞)로 운항이 가능하다. 한 척당 2억 달러(약 1860억원)가 넘는 LNG선의 경우 본격적인 발주가 이뤄진 최근 4년간 전 세계에서 발주된 157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50척(31.8%) 등 한국 업체가 78.3%를 장악했다. 바다 위에 떠서 해저 10km 아래의 원유를 시추할 수 있는 드릴십은 현재까지 전 세계 발주량 25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14척(56%), 대우조선해양이 3척(12%)을 수주했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부유식 원유생산저장 설비)도 총 26척 중 14척, 53.8%가 한국 업체 몫이었다.
삼성중공업 전태흥 상무는 “한국 업체들이 만들어내는 고부가가치 선박은 한 척 한 척마다 신개념의 설계와 기술이 적용된 첨단 선박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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