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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제곱미터를 1평으로 부르자

여행가/허기성 2007. 3. 4. 07:24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그동안 허용되어 왔던 ‘평(坪)’의 단위를 포함해 척관법(尺貫法·전통 도량형 체계)의 측정 단위를 미터협약에 따른 국제 단위계인 미터법으로 표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어기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제 협약에 따라 미터법을 실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관습을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국민들이 별 불편을 못 느끼는 사항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왜 미터법이 쉽게 널리 활용되지 않을까? 오랫동안 평이라는 단위를 사용해 왔다는 관습적인 불편함 외에 다른 불편 요소는 없는 것일까?

평의 대체 단위라 할 미터법의 단위는 ‘㎡’로서 제대로 읽자면 ‘제곱미터’이다. 만약에 법적 규제가 없다면 어느 단위를 사용할까? 당연히 한 글자로 된 ‘평’이 유리하다. 실제로 길이의 단위인 ‘㎞’를 제대로 읽자면 ‘킬로미터’가 된다. 이것을 대화하는 중에는 ‘킬로’로 줄여서 말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게의 단위인 ‘㎏’도 마찬가지여서 ‘킬로그램’ 대신에 ‘킬로’를 많이 쓴다. 이와 같은 발음상의 불편이 미터법에 따른 법정 단위를 보급하는 데 있어 적잖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척관법의 단위를 그대로 쓰되 그 단위 길이나 질량을 미터법에 일치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금년 7월 1일부터 “1평은 3.3㎡가 아니라 1㎡로 한다”고 새로이 평의 단위를 정의하는 것이다.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기록할 때는 ‘평(㎡)’이라고 ㎡를 병기(倂記)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재정의(再定義)에 따른 혼란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1평이 1㎡라는 것을 정착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래도 혼동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면 고조선시대의 면적 단위인 줌, 단, 짐, 먹을 되살려 1줌을 1㎡로 재정의해 사용하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참고로 대한제국 법률 제1호인 조선도량형법에서 정의된 1줌은 지금의 1.5436㎡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0줌이 1단, 10단이 1짐 그리고 100짐이 1먹이다.

사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척관법의 단위 길이나 질량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예를 들어 세종 때는 1자가 32.2㎝였던 것을 31.22㎝로 바꾸었으며 한말(韓末)에는 이것이 30.303㎝로 바뀌었다. 지금도 땅의 ‘평(3.3㎡)’과 유리의 넓이를 말하는 ‘평(0.09㎡)’은 서로 다르다.

마찬가지로 ‘㎞’를 ‘리(里)’로 바꿀 수 있다. “서울 대전 간의 거리는 150킬로미터입니다”와 “서울 대전 간의 거리는 150리입니다” 중의 어느 것이 편한가? 무게 단위에서는 ‘1㎏’을 ‘1근(斤)’으로 재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척관법의 단위체계를 미터 단위와 일치시킨다고 해도 십진체계의 접두어 표기 등과 같은 문제 때문에 전반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단위들, 예를 들어 ㎡, ㎏, ㎞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방법을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실속이 있고 서로 편하지 않을까? 실제로 중국에서는 1㎞를 1공리(公里), 1㎏을 1공근(公斤)이라고 부르기 편하면서도 전통적인 의미를 살린 이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