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여자의 손에는 루이비통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신발은 검은색 샤넬.
전세금 2900만 원으로 10년 만에 10억 원을 모았다기에 꼬질꼬질한(?) 아줌마가 나타날 줄 알았다.
권선영(34) 씨. 지난해 10월 자신의 부동산 투자 경험담을 담은 ‘왕비(王妃) 재테크’를 펴내 아줌마 독자들을 열광케 한 대구의 결혼 12년차 주부. “재테크에 미친 이유요? 첫째는 아이들 교육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였죠. 다음은 음…. 나도 한번 ‘폼 나게’ 살고 싶어서였다고 할까요? 이젠 제 몸에 투자할 정도는 모았어요.”
권 씨는 이제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등 집 5채로 임대주택 사업을 준비 중이다. 다주택자가 죄인으로 취급받다시피 하는 요즘, 그는 합리적 투자자일까, 약삭빠른 투기꾼일까.
결론은 일단 미뤄놓고 재테크 잘 하는 이 아줌마한테서 부동산 시장 관전법과 투자 요령을 들어봤다. 》
○ “부자들한테 집을 헌납하시게?”
권 씨의 시장 분석은 날것처럼 퍼덕였다.
내로라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이론이 권 씨의 실전투자 경험담 속에서 묵사발 됐다.
“집을 팔아야 한다고요? 지금은 살 때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사라는 건 아닙니다. 은행 빚 덜 얻고 매입할 수 있는 싼 물건을 찾아야지요.”
권 씨의 설명은 이렇다.
보유세와 이자 부담이 커진다고 해서 매물이 갑자기 쏟아지지는 않는단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을 갖고 있을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는 것.
하지만 거래가 없다 보니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고, 그 와중에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서민들이 하나 둘 매물을 내놓게 되면 그때가 구입의 적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수요 공급의 원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홈페이지를 들여다 보면 ‘분양 중인 아파트’ 목록이 텅 비어 있는 때가 많아요. 그만큼 집을 못 짓고 있다는 것이죠.” 공급 부족이 뻔한 상황이어서 집값 상승 압박은 여전한 데도 각종 규제로 가격이 눌려 있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는 것이다.
권 씨는 “외환위기 때도 ‘무슨 집을 사느냐’, ‘현 시세는 거품이다’라며 부동산 구입을 말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때도 부자들은 차곡차곡 집을 샀고, 서민들은 자기 집을 싼 값에 헌납했다”고 말했다.
○ “집 앞 땅값이 얼마인지 아는가”
그렇다면 어떤 집을 사야 할까. 13년간 부동산에 ‘정진’해 온 억척 주부답게 너무도 현실적인 대답이 나왔다.
“왜 강남 아파트만 바라보고 있지요? 한 달에 300만 원 버는 월급쟁이가 언제 돈 벌어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삽니까. 집을 샀다 쳐도 평생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엉덩이에 집을 깔고 있기’보다는 돈을 굴릴 수 있는 집을 사라는 게 권 씨의 지론이다.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다가구주택을 사서 임대를 놓거나, 상가주택을 사서 월세를 받으라는 것이다.
“아파트는 할인매장의 공산품 같아요. 가격이 균일하지요. 하지만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은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눈썰미 좋고 흥정 잘하면 에누리도 되고 싼 제품도 살 수 있잖아요.”
이미 집을 갖고 있다면 토지 시장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권 씨가 추천하는 불황기의 재테크 요령이다.
권 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급등한 집값을 한탄하지 말고 집을 어떻게 빨리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며 “내 집 앞 땅값도 모르면서 부동산 시장을 논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권 씨가 투자자인지 투기꾼인지는 여전히 헷갈렸다. 하지만 “나는 돈이 좋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는 투기꾼을 욕하면서도 투기꾼을 닮아가는 이 시대의 위선자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글=고기정 기자 koh@donga.com·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남편이 말하는 권선영 씨는…▼
통 크고 결심하면 꼭 실행
모든 자산관리 알아서 척척
억척 주부 권선영 씨는 어떤 사람일까. 남편에게 물었다.
권 씨의 남편 민경만(39)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처음엔 부인이 밤늦게까지 부동산 관련 책을 탐독하는 것을 보며 ‘재테크에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5년 만에 부인이 집을 장만하자 권 씨의 숨은 자질과 오기를 느꼈단다.
“아내는 통이 큰 데다 뭔가를 결심하면 꼭 실행에 옮기는 사람입니다. 프러포즈도 아내가 했지요.”
민 씨는 덕분에 부동산을 포함한 일체의 자산관리를 부인에게 ‘일괄 양도’했다. “어떻게든 잘살아 보려고 애쓰는 아내를 보면 짠한 마음도 듭니다. 지금은 저도 가끔 조언을 해 주는 등 아내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여자의 손에는 루이비통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신발은 검은색 샤넬.
전세금 2900만 원으로 10년 만에 10억 원을 모았다기에 꼬질꼬질한(?) 아줌마가 나타날 줄 알았다.
권선영(34) 씨. 지난해 10월 자신의 부동산 투자 경험담을 담은 ‘왕비(王妃) 재테크’를 펴내 아줌마 독자들을 열광케 한 대구의 결혼 12년차 주부. “재테크에 미친 이유요? 첫째는 아이들 교육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였죠. 다음은 음…. 나도 한번 ‘폼 나게’ 살고 싶어서였다고 할까요? 이젠 제 몸에 투자할 정도는 모았어요.”
권 씨는 이제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등 집 5채로 임대주택 사업을 준비 중이다. 다주택자가 죄인으로 취급받다시피 하는 요즘, 그는 합리적 투자자일까, 약삭빠른 투기꾼일까.
결론은 일단 미뤄놓고 재테크 잘 하는 이 아줌마한테서 부동산 시장 관전법과 투자 요령을 들어봤다. 》
○ “부자들한테 집을 헌납하시게?”
권 씨의 시장 분석은 날것처럼 퍼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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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아야 한다고요? 지금은 살 때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사라는 건 아닙니다. 은행 빚 덜 얻고 매입할 수 있는 싼 물건을 찾아야지요.”
권 씨의 설명은 이렇다.
보유세와 이자 부담이 커진다고 해서 매물이 갑자기 쏟아지지는 않는단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을 갖고 있을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는 것.
하지만 거래가 없다 보니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고, 그 와중에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서민들이 하나 둘 매물을 내놓게 되면 그때가 구입의 적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수요 공급의 원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홈페이지를 들여다 보면 ‘분양 중인 아파트’ 목록이 텅 비어 있는 때가 많아요. 그만큼 집을 못 짓고 있다는 것이죠.” 공급 부족이 뻔한 상황이어서 집값 상승 압박은 여전한 데도 각종 규제로 가격이 눌려 있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는 것이다.
권 씨는 “외환위기 때도 ‘무슨 집을 사느냐’, ‘현 시세는 거품이다’라며 부동산 구입을 말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때도 부자들은 차곡차곡 집을 샀고, 서민들은 자기 집을 싼 값에 헌납했다”고 말했다.
○ “집 앞 땅값이 얼마인지 아는가”
그렇다면 어떤 집을 사야 할까. 13년간 부동산에 ‘정진’해 온 억척 주부답게 너무도 현실적인 대답이 나왔다.
“왜 강남 아파트만 바라보고 있지요? 한 달에 300만 원 버는 월급쟁이가 언제 돈 벌어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삽니까. 집을 샀다 쳐도 평생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엉덩이에 집을 깔고 있기’보다는 돈을 굴릴 수 있는 집을 사라는 게 권 씨의 지론이다.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다가구주택을 사서 임대를 놓거나, 상가주택을 사서 월세를 받으라는 것이다.
“아파트는 할인매장의 공산품 같아요. 가격이 균일하지요. 하지만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은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눈썰미 좋고 흥정 잘하면 에누리도 되고 싼 제품도 살 수 있잖아요.”
이미 집을 갖고 있다면 토지 시장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권 씨가 추천하는 불황기의 재테크 요령이다.
권 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급등한 집값을 한탄하지 말고 집을 어떻게 빨리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며 “내 집 앞 땅값도 모르면서 부동산 시장을 논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권 씨가 투자자인지 투기꾼인지는 여전히 헷갈렸다. 하지만 “나는 돈이 좋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는 투기꾼을 욕하면서도 투기꾼을 닮아가는 이 시대의 위선자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글=고기정 기자 koh@donga.com·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남편이 말하는 권선영 씨는…▼
통 크고 결심하면 꼭 실행
모든 자산관리 알아서 척척
억척 주부 권선영 씨는 어떤 사람일까. 남편에게 물었다.
권 씨의 남편 민경만(39)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처음엔 부인이 밤늦게까지 부동산 관련 책을 탐독하는 것을 보며 ‘재테크에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5년 만에 부인이 집을 장만하자 권 씨의 숨은 자질과 오기를 느꼈단다.
“아내는 통이 큰 데다 뭔가를 결심하면 꼭 실행에 옮기는 사람입니다. 프러포즈도 아내가 했지요.”
민 씨는 덕분에 부동산을 포함한 일체의 자산관리를 부인에게 ‘일괄 양도’했다. “어떻게든 잘살아 보려고 애쓰는 아내를 보면 짠한 마음도 듭니다. 지금은 저도 가끔 조언을 해 주는 등 아내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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