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가 어려운 땅도 편법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개발

‘마이다스의 손’ 허가방 아시나요
중앙일보조인스랜드 2007/03/09 09:34





정부가 투기와 난개발을 막는다며 잇따라 땅 관련 규제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기는 단속’에 ‘나는 편법’이다.

사고 싶은 땅을 못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허가가 어려운 땅도 편법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일부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이 투자자를 도와 이런 땅 관련 편·탈법 거래와 인허가 등을 대신 처리해 줬다.

하지만 규제가 보다 복잡해지면서 요즘에는 수요자들의 의뢰를 받아 각종 부동산 인허가를 받아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허가방’이라는 곳도 성업 중이다.

‘허가방’이란 전문적인 부동산관련 법률과 건축 지식을 갖추고 각종 인허가관련 행정 절차를 대신해 주는 일부 ‘토목측량설계사무소’를 말한다. 주로 전직 공무원들이 운영하는 ‘허가방’은 군청 등 관공서 주변에 많다.

근저당 설정해 땅 거래허가 피하기도

부동산에 밝은 일부 전문 ‘허가방’에선 규제를 피한 편법적인 땅 거래를 알선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문모(43)씨는 지난해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충남 태안에서 임야 800평을 8000만원(평당 10만원)에 투자용으로 샀다.

문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땅을 사려면 전가족이 1년 이상 현지에 살아야 하는 현행 규정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 즉 현행법상 주소지 이전없이 땅을 살 수 있는 300평에 대해서만 매매계약를 체결하고, 나머지 500평에 대해서는 땅주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

임대료를 일시불로 지불하는 대신 나머지 땅(500평)에 대해서는 근저당을 설정하는 조건이었다. 외지인인 문씨가 거래허가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현지 허가방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일부 ‘허가방’은 해당 관청의 인허가 담당자와 유착관계를 유지하며 편법적인 인허가를 받아주기도 한다.

지난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임야 700평을 매입한 한모(55)씨. 건축을 위해 군청에 인허가를 신청했으나 담당자는 박씨 땅의 경사도가 규정(17.5도)을 약간 넘어선 18도라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궁리 끝에 그는 군청 인근의 W측량토목설계 사무소를 찾았다. 이곳에 인허가 대행료로 300만원을 지급한 박씨는 한 달 뒤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에선 편법 개발허가 대행하기도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갖추고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 땅에 대해 편법으로 허가를 받아주는 허가방도 있다.

토지개발 전문회사인 T업체의 대표인 조모(47)씨는 경기도 용인인 양지면에서 B전원주택단지를 개발하면 ‘허가방’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자연환경보전권역인 양지면의 B전원주택 단지는 부지 면적이 총 1만5000여 평으로 개발허가를 받기 힘든 사업이다. 용인시 규정상 부지 면적이 1500평을 초과할 때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현지 ‘허가방’의 도움을 받아 재작년 10여 차례에 걸쳐 부지를 1500평 이하로 나눠 별다른 문제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 이른바 ‘쪼개 허가받기’ 로 불리는 이 방식은 요즘 기획부동산업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조씨에게 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처인구청 인근에서 J토목측량설계사무소라는 허가방을 운영하는 L소장이다. L소장은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용인시 건축 관련 법령 지식이 풍부하다.


▲ 땅 관련 규제 강화로 토지개발 인허가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허가방＇이라는 곳이 등장해 성업 중이다.

규제 복잡해질수록 대행업자 늘것

전문가들은 땅 관련 규제가 심해질수록 이런 허가방이 늘고 있다고 본다. 토지 관련 인허가 규제가 복잡해질수록 이를 피해 땅을 사거나 개발하려는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예전에는 투자자가 직접 땅을 사거나 개발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며 “규제가 강화될 수록 인허가에 보다 전문적인 부동산·건축 관련 지식을 필요로 해 허가방의 숫자는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