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세창아!”
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장애아 위탁시설인 ‘우리이웃’. 38살 ‘노처녀’ 이현미씨가 ‘아들’ 세창(가명)이를 부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세창이는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 이씨의 아들이 됐다. 매일매일 먹고 입고 씻는 것을 돌봐야 하는 고단한 일상이지만 세창이를 대하는 이씨의 표정은 친부모 이상으로 언제나 사랑이 가득 넘친다.
이씨가 세창이 같은 중복장애아동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우리이웃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씨가 보살피는 아동들은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고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한다.
이씨가 장애아들과 인연을 맺은 건 12년 전.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일하게 된 장애인 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만난 장애아들은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 아이들이 너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이씨는 당시의 느낌을 말했다.
기존 시설에서 장애를 돌보던 이씨는 직장을 다니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까지 그만두고 우리이웃을 직접 만들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전셋집을 얻는 데 들어간 3000만원은 내년에 우리이웃에 머물 지인과 함께 마련했다. 살림살이 준비까지 마치자 결혼자금으로 모아뒀던 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와 정신지체 장애를 지닌 세창이와 민수 둘뿐이어서 그럭저럭 혼자서 꾸려갈 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6명으로 늘었고, 자원봉사자들도 많아졌지만 갈수록 힘이 부쳤다.
아이들 친부모는 대부분 일용직이어서 자식을 돌볼 여력이 전혀 없다. 따라서 한 달에 한 차례 집에 보내는 것을 빼고는 24시간을 아이들에게 매달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열악한 경제사정도 이씨에게 큰 ‘적’이다. 6명 아이들의 부모에게서 최소한의 보육료를 받는데, 이를 합친 150만원 정도가 한 달 고정 수입이다. 부모들 중에는 이마저도 힘에 부치는 사람도 있어 한 아이의 부모는 1년째 못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내보낼 수도 없는 일이어서 허리띠를 졸라매 보지만 아이들의 음식과 기저귀를 사고 각종 공과금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돈벌겠다고 시작한 일도 아니잖아요.” 돈이 없어 휴대전화 요금도 연체하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이씨는 씩씩했다.
이씨는 지금 작지만 소중한 꿈 하나를 가지고 있다. 서울 근교의 한적한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이씨는 “건물도 좀 더 깨끗하고 공기도 좋으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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