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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보면 중국이 무섭다

여행가/허기성 2007. 9. 1. 23:01

중국은 무질서한 나라다. 올림픽을 1년 앞둔 베이징의 교통질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호대로만 따라가면 100% 사고를 내는 엄청난 신호체계는 여전히 고쳐질 생각을 않는다. 중국의 질서의식이 고쳐지는 것은 고등학교 고문 시간 때 배운 정석가의 생각나게 한다. 구운 밤 닷대를 심어서 싹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교통질서가 바로서기보다는 쉬울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교통질서를 보고 중국이 영원히 그럴 거라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위정자들이나 집행자들의 강한 의지만 있다면 중국에서 못 바로 잡을 게 없다. 필자가 그것을 느끼게 한 것이 바로 중국 기차다.

중국 만원 기차의 모습에 지친 승객들

 

영국의 기행작가 폴 써로우가 1986년 기차를 중심으로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기록 속에 중국기차는 더러운 객실, 잦은 정체 등 온갖 불편한 교통수단의 극치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그랬다. 필자가 처음 중국여행을 한 98년의 기차는 그랬다. 승객들은 음식물쓰레기 등 온갖물건을 바닥이나 창 밖으로 버려서 기차 내부를 걸어가면 바닥을 밟는 경우 보다 쓰레기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더러운 중국에 상징 같았다.

고급한 침대칸은 침대와 통로간에 문이 있다. 사진은 칭장철도 루완워


그리고 99년에 중국으로 건너온 후 만난 기차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변화가 일었다. 2001년쯤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승무원들이 미친듯이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워낙에 오랜 습관이라 사람들은 쓰레기를 바닥에 버렸다. 그걸 보면 승무원들은 크게 나무라기 보다는 눈을 흘기는 정도로 항의를 했다.(물론 대놓고 뭐라고 핀잔하는 승무원들도 있었다.

딱딱하 침대칸 모습


이런 승무원들의 태도 변화가 있은 후 1년이 되지 못했을 때 가장 고급 객실인 루완워(軟臥 부드러운 침대)부터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문화는 곧 잉워(硬臥 딱딱한 침대)로도 이어졌다. 2003년이 넘어서면서는 침대칸의 쓰레기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약간 시간은 걸렸지만 다시 1년쯤 지나자 일반 객실도 쓰레기를 버리는 문화가 급속히 사라졌다.


2005년 정도 되면서 대부분의 객실에서 쓰레기 무단 투입이 사라졌다. 사실 쓰레기와 비슷하게 변화한 것이 있다. 바로 열차 내 흡연이다. 지금도 장거리 버스 등에서 여전한 습관이 차내 흡연인데, 옆에 어린이나 임산부가 있던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담배를 피운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기차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문화적인 측면만 아니라 시설적인 측면에서의 발전도 급속한 진보를 이뤘다. 중국도 근대를 넘어서면서 기차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중국 철도에도 위기는 찾아온다. 위치우위의 책을 보면 문혁 시절에 중국기차의 난맥상이 나온다. 문화대혁명시기(통산 1966~1976)에는 누구나 공짜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기차는 어딘가를 향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서고, 얼마나 설지 모른다. 그도 마오의 고향인 창사(長沙)에서 내리는데 이때 신에 홀리듯 위에루(岳麓)서원을 찾아들고, 역사연구가의 길을 더 확고히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의 기차는 아마도 시속 2~30킬로미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런 중국 기차는 진보를 거듭했다. 처음에 만난 중국 기차는 영문이 없는 열차번호로 된 기차와 K(푸콰이), T(터콰이)로 되어 있었다. 물론 이런 열차의 수준에다가 에어컨이 있는가에 따라서 열차의 등급은 하나나 더 나온다. 다만 문제는 이 열차의 수준이 객차의 상태를 그대로 말해주지는 않기에 터콰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열차를 기대할 수도 없었고, 보통 열차라고 해도 나쁘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중국 기차역의 상징인 베이징역


이런 중국 열차가 빠르게 업그레이드 됐다. 2004년 쯤엔가는 직통 열차가 생겨났다. 베이징-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와 주요 도시 간을 이동하는 직통 열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에 Z가 표기되는 이 열차는 좋은 객실 뿐만 아니라 구간에 따라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손님을 매료시켰다. 보통 출발도시에서 오후나 밤시간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일찍 목적도시에 도착하는 이 열차는 출장자들에게 아주 유용했다. 하지만 기차는 할인되기 어려운 반면에 항공에서는 주요도시간 특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감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기차가 2007년 출몰했다. 이름하며 D열차다. 후진타오의 정치 구호인 허시에(和諧)에서 이름따와 허시에호로 불리는 이 열차는 보통 낮시간을 움직이는 최첨단 고속열차다. 최고 300킬로미터의 속도를 낸다는 이 열차는 아직 선로 인프라의 부족으로 이 정도의 속도를 내지 못하지만 곧 이 속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속 300킬로미터까지 올린다는 2007년판 허시에호

그럼 현재 중국 열차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 1463킬로미터인 베이징과 상하이간 열차 소요시간을 보면 대강 윤곽이 들어난다. 가장 빠른 D31열차로 베이징에서 10시50분에 출발해 20시49분에 상하이에 도착해 소요시간은 9시간 59분이다. 시속 146킬로미터 정도인 셈이다. 반면에 밤시간에 출발하는 Z열차의 소요시간은 11시간30분으로 이보다는 못하다. 사실상 Z열차가 D열차보다 못하지 않는데 문제는 기차가 많이 있는 밤시간에 운행해 속도를 올릴 수 없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열차의 진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올해내로 300킬로미터로 운행하는 열차를 만들겠다고 공연했다. 또 베이징-상하이간의 고속열차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계획들이 있어서 중국 기차는 중국을 넘어서 세계 기차 문화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중국 기차가 변한 과정과 모습을 보면 무엇이든 바뀌지 않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지인이 중국을 여행한 후 푸념처럼 한 말이 떠오른다. “그나마 이렇게 공중질서라도 나쁘니까 다행이지 만약 중국이 질서의식까지 더 좋아지면 정말 무섭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