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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행사…'시행-시공'방식 깨진다

여행가/허기성 2007. 9. 26. 20:40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시행사들이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시행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건설공사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성업을 이루던 '도급-시행방식'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건설업체가 이윤 확보를 위해 토지를 직접 매입, 시공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마다 시행사들이 제안한 아파트건설 프로젝트를 거부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원가에 일정규모 이익을 고정해놓은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더 이상 아파트 개발이익을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유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시행사들이 들고 찾아온 아파트 프로젝트의 70% 이상을 무기한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건설도 시행사 도급물량에 대한 검토를 중단했다. 월드건설의 조대호 사장은 "올해 수주 1조원이 목표였지만 상반기 30% 달성에 그쳤다"면서 "사업성에 부정적인 것이 많아 물량에 연연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주택 공사 발주액 급감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공사계약액은 큰 폭 감소세를 나타냈다. 7월 민간부문의 신규주택 및 재개발공사 발주액은 6월(6조7257억원)에 비해 80.2% 감소한 1조 333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규주택은 4조4339억원에서 8697억원으로 80.4% 감소했고, 재개발은 2조2918억원에서 4640억원으로 79.8%축소됐다.

이처럼 건설업체가 수주받은 주택물량이 감소한 것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종전에 시행사가 토지를 확보 후 건설업체에 주택건설을 발주하던 방식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건교부의 서명교 주택건설기획팀장은 "주택건설업체가 토지를 직접 매입, 시공하는 체제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건설업체의 수주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주택공급이 늘어나는데도 건설업체의 수주액은 줄어드는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행사, 시련의 계절

건설사가 시행까지 맡는 '밸류체인지(가치 변화)'가 일고 주택경기마저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시행사들은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2000년부터 독자적 영역을 넓혀왔던 이들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시행사들의 모임인 한국디벨로퍼협회측은 현재 3000~5000개로 추정되는 전국 시행사들이 약 500여개 가량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 대구 등 미분양이 많은 지방 시행사를 중심으로 퇴출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구조조정의 직격탄이 됐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토지 매입 면적 중 절반 정도를 감정가에, 나머지는 감정가의 2배에, 극소수 땅은 그 몇배의 비용에 매입한다"면서 "택지비를 감정가로 인정해서는 사업성이 없다"며 불만을 정부에 돌렸다.

제2금융권의 자금공급 중단 역시 시행사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시행사들은 대개 토지계약금을 제2금융권에서 조달해왔으나, 동반 부실을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11월 부동산개발업법이시행되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등록사업자만 사업 시행을 할 수 있어 시행사들의 구조조정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