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о중년의 넋두리..♣

‘빚내서 주식투자’ 신용파탄 지름길

여행가/허기성 2007. 10. 24. 15:30

지난 2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김모(43)씨.

2년전만 해도 남부러울 것 없는 대기업 간부였던 김씨의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고교 동창회에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꾐에 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친구는 김씨에게 “상장을 앞두고 있는 건실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반신반의하던 김씨였지만 다른 친구 몇 명이 동참의사를 밝히면서 경계심을 풀게 됐다.


상장이 자꾸 미뤄졌지만 처음 1년간은 투자 수익이 나쁘지 않았다. 얼마 안가 “실탄이 부족하다”는 친구들의 말에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화근이었다. 거기서 끝이었다. 회사는 이름뿐인 유령회사였고 친구들도 종적을 감췄다.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주식에 투자한 김씨는 지인들의 돈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에 사채까지 손대기에 이르렀다.

김씨가 완전히 몰락하는 데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뒤 신림동 고시촌을 전전하던 김씨는 지난 7월 개인파산 및 면책을 신청했다. 그는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올해들어 주가가 오르지만 않았으면 욕심도 부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코스피 지수가 한때 2000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 한쪽에 드리운 그늘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2월 775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19일 현재 무려 4조6555억원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신용융자 증가세에 대한 경고음이 빗발친 지난 6월 신용융자 잔액은 6조6437억원까지 늘었고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10월 들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주부 이모(38)씨는 남편의 주식 빚 때문에 곤경에 처한 경우다. 개인사업을 하던 남편이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고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된 남편 대신 은행에서 3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남편은 손해 본 원금을 되찾겠다며 다시 주식에 매달렸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진 빚이 2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이자만 1000만원까지 늘어나자 궁지에 몰린 이씨는 신복위의 문을 두드렸다. 채무재조정을 통해 이씨는 1700만원 가량 남은 부채를 상환하고 있다. 이씨는 “카드회사의 빚독촉 전화를 받지 않는 것만도 다행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복위는 투기 목적이 아닌 생활비 조달 등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다 빚을 진 경우는 채무조정을 해주고 있다.

이달초 증권업협회가 서울 등 전국 6대 도시의 개인투자자 2016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주식투자자금 현황 보고서’에도 이런 추세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직접 투자자 1046명 가운데 15.1%가 빌린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빚을 내서 투자한 개인(178명, 중복응답 포함)의 차입 경로는 마이너스 통장 등 은행 신용대출이 43.3%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 신용대출이 42.7%로 그 뒤를 이었다. 친구 등 지인으로부터 차입한 경우가 15.2%,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했다는 응답도 11.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빚내서 하는 주식투자는 개인신용 자체를 망가뜨릴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용을 일으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주가 하락기나 변동성이 커질 때에는 위험요인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