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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새해부터 서해철도교통 요지로

여행가/허기성 2007. 12. 27. 06:21



오는 28일 장항선과 군산선 연결 철도 개통을 앞두고 시험주행 열차가 금강하굿둑 배수갑문 위를 달려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금강하굿둑은 길이 1841m로 철도시설 부지 및 공간을 둬 1989년 완공됐다. 내년 1월 1일부터 여객열차가 하루 34편 이곳을 왕복한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냉기가 감도는 지난 25일 새벽 6시35분 전북 군산시 임피 간이역. 익산발 군산행 첫 열차가 객차 3량의 유리창 불빛들을 길게 매달고 ‘스르르’ 멈췄다. 보따리를 이거나 든 60~70대 할머니 등 6명이 객차에 올랐다. 익산을 출발, 첫 간이역인 오산리역에서 8명을 태운 이 열차는 임피에 이어 대야-개정역을 거치면서 손님이 30여 명으로 늘었다. 승무원 김진천(40)씨가 객차를 돌며 표를 끊어준다.

오전 6시54분 군산역에 내린 승객 대부분은 이곳 반짝시장 노점 할머니들. 텃밭에서 기른 미나리와 무 배추 당근 냉이 파 등을 역 마당에 내다 판 뒤 오전 9시 열차로 돌아간다. 조영자(70·임피면 술산리)씨는 “10년 넘게 새벽 장에 동행하며 생활을 지탱해준 열차”라며 “이 열차가 다음주 운행을 멈춘다니 앞날이 막막하고 쓸쓸하다”고 한숨 지었다. 승무원 김씨도 “대부분 혼자 사시는 정든 어머니들을 더는 뵐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익산~전주를 오가는 통근 열차와 이곳 간이역들이 내년 1월 1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군산 구도심 대명동에 자리한 군산역이 동쪽 외곽 내흥동으로 옮겨가면서 여객열차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군산역 내흥동 이전은 장항선(천안~장항 143.1㎞)이 군산선(군산~익산 24.7㎞)과 연결되는 오는 28일에 맞춰 준비돼 왔다. 지금의 군산역은 화물역으로 내년 6월까지만 운영된다.
군산-장항선 연결은 서해안 철도체계 개편을 위해 정부와 코레일(KORAIL)이 1997년부터 장항선 개량 사업의 하나로 추진해왔다. 장항선 개량은 이 철도를 직선화하면서 일부 구간에 복선 전철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2조720억원이 투자된다. 첫 단계로 이달 충남 온양온천~신례원(12.5㎞)과 주포~남포(13.4㎞) 철도가 직선화됐고, 금강 하굿둑을 달리는 철도가 놓여 신장항~신군산~대야(17.1㎞) 철도가 개통된 것이다.

군산-장항선 연결은 장항선 종착역을 익산으로 옮겼고 군산을 철도교통의 요지로 등장시켰다. 하루 왕복 16편의 군산~전주 통근열차가 사라지고 이 구간 간이역들이 폐지된다. 대신 용산(서울)~서천~신군산~익산 사이 새마을·무궁화 열차가 하루 32차례 왕복 운행한다(8편은 서대전역 종착). 또 서천~신군산~익산에만 새마을호 2편이 신설된다.

군산역이 내흥동으로 옮겨가면서 군산시는 신역세권 택지 개발에 돌입했다. 역사 주변 102만㎡를 신시가지 및 택지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주택공사가 2012년까지 시행한다. 군산시는 금강하굿둑에 맞닿은 이곳 논밭과 임야를 정리해 주택 7162가구를 건설, 인구 2만1500명의 신도시로 조성할 예정이다.

군산에서는 내년 7월 폐지될 화물역과 도심철도 부지 활용을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화물역 폐지와 함께 화물역~내항(0.9㎞), 화물역~페이퍼코리아(2.5㎞) 철도가 폐선되고, 도심 진입 철도 8.9㎞도 2013년까지 대야~군장산업단지 철도 개설로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군산상의는 “철도로 양분돼 고사(枯死) 직전인 구도심 10개 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옛 역사와 폐철도를 철거하고 재개발해달라”고 건의해 왔다. 박금덕 군산시 건설교통국장은 “도심철도 폐지를 도심과 군산 내항 등 근대사 유산을 살리는 계기로 삼아 경전철을 놓거나, 보행자를 위한 녹도·자전거도로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전문용역을 거친 뒤 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군산에서는 장항선 전 구간 개통(1933년) 전부터 군산-장항선 연결을 희망해 왔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1931년부터 “10년 뒤 군산·장항의 인구가 1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전북과 충남의 산업발전을 위해 금강하구에 철교를 건설해 철도를 놓아달라”고 총독부 등에 건의했다.

정부는 그로부터 반세기 뒤인 1980년대 금강하굿둑을 쌓으면서 철도 부지를 함께 조성했고, 마침내 10년 전 철도 연결에 나선 것이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군산~장항 철도 개통으로 1000만평에 이르는 군산공단 물류를 개선하면서, 철도로 시베리아, 바다로 군산·새만금항을 통해 세계로 뻗어갈 전천후 수송체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군산이 발전의 새 전기를 맞기를 기대했다.

1월 1일부터 신군산에서 서울 용산까지 새마을호는 3시간30분, 무궁화호는 3시간50분이면 주파한다. 군산~전주 여객열차는 폐지했으나 신군산역과 전주역에선 익산을 환승역으로 1차례씩 아침 출근열차를 운행한다.


충남 장항과 전북 군산을잇는 새 철길이 2008년 상반기부터 운행된다. 아울러 신장항역과 신군산역이 문을 열고 경암동철길로 알려진 페이퍼코리아선이 2008년 중순쯤 폐쇄될 예정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