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생활정보

돈 없는 부모는 ‘무능’해지는 세상

여행가/허기성 2008. 1. 21. 19:38



[한겨레] 보통 엄마 별난 엄마 /

작은 아이가 유치원을 한 해 더 다녀야 하는데 지난해 유치원 교육비를 계산해 보니 한 달 평균 30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 동네는 유치원 교육비가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올해 재원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교육비를 10% 더 올린다고 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 불쾌한 기색을 보였더니 상담 선생님 왈 “이 지역 유치원은 다 10%씩 올라요” 한다. 지역 유치원끼리 담합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선생님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참 기가 막혔다. 집 앞에 새로 개원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알아본 동네 엄마는 앞으로는 한 달 평균 36만원 정도가 들 거라고 했다.

얼마 전엔 병설유치원에 입학 신청을 했는데, 이미 인원이 차는 바람에 대기자가 됐다. 7살 반만 두 반이고, 차량도 운행을 하지 않아 매일 데려다 줘야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청소도 하러 가야 하니 유치원에서 집이 멀어도 곤란하고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 또한 곤란하겠다 싶다.

아이들과 관련된 소비를 할 때 내가 무능력한 부모가 아닐까 하고 느껴질 때가 많다. 유치원이나 학원뿐 아니라, 학습지, 영양제, 의류비 등 아이들과 관계된 소비에 있어 부모에게 ‘아이를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하셔야죠!’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며칠 전 작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유예 신청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갔다. 준비할 서류를 물으니 병원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알 만하다는 듯 아무런 진단 없이 그냥 진단서를 떼어준다. 그리고 내가 지불한 돈은 2만원이었다. 아이의 건강을 자세히 살피거나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내가 지불해야 하는 돈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도 사립 특목고의 수업료는 1분기당 1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기숙사비, 학교운영비, 보충수업비 등 수익자 부담 경비까지 계산하면 연간 1천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물론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새 정부는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를 늘리겠다고 한다. 또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게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등록금과 수업료, 기타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같이 무능한(?)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나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