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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서 월매출 150억 회사의 CEO로 변신한 박형미 사장

여행가/허기성 2008. 1. 25. 20:33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재능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고 성격일 수도 있다. 박형미 사장의 경우는 당당함이었다. 18년 전 처음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이미 판매사원이 아닌 그 회사의 사장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할 수 있었던 여유. 벼랑 끝에 서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일탈, 새로운 도전

파코메리 박형미(45) 사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여성 CEO 중 한 명이다. 2005년 설립한 화장품 전문 회사 파코메리는 2007년 말까지 전국 31개 매장을 확보하고 월 매출 150억원을 달성했다. 2008년 중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진행했던 준비사항들도 마무리 단계다. 먼저 그녀의 저서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와 「그곳에 파랑새가 있다」를 하나로 묶어 발매한 뒤 북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중국 공략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가 일 외에 열정을 쏟는 일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성공사례 강의를 하고 있어요. 기업 강연이었으면 안 했을 텐데.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다 내 자식 같고, 안개 속에서 꿈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참 많이 안타깝더라구요.”

이미 그는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에게 멘토가 되고 있다. 화장품 판매사원으로 시작해 18년 만에 자신의 회사를 갖게 된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잘 몰랐는데 제가 많은 여성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있더라구요. 내가 사는 방식,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정신을 더 바짝 차리게 됐어요.”

파코메리를 창업할 때도 지금의 자신을 만든 여성들에게 무언가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18년 동안 여성을 상대로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힘들었던 일도 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어요.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커요.” 화장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녀였지만 18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일하려고 마음먹은 회사였다.

“한동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지냈어요. 그러다가 여성을 위한, 여성의 회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화장품 업계 유통구조의 폐쇄성을 잘 알고 있던 박 사장이었기에 그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오는 건 싫었다. “대한민국 유통시장은 아직까지 문제가 많아요. 특히 방문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화장품 업계는 더욱 심하죠.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건 직무유기였어요.” 사실 파코메리의 창업은 그녀 일생일대의 가장 괴로운 결정이었다. 처음부터, 그것도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시스템으로 매출이 보장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을 때가 토큰 3개 들고 아이 우유 값 벌기 위해 거리로 나왔을 때도 아니고, 방문판매 시절 문전박대를 당했던 때도 아닌 바로 파코메리를 창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던 때였다고 회상한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녀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여성의, 여성을 위한 회사를 꿈꾸며

설립 초기부터 ‘사실상 다단계 형태의 방문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파코메리는 2년째 직영점만 운영하며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경쟁적 매출이 보장되는 다단계 방문판매를 포기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점을 키우고 단계를 늘리면 당장 회사는 매출이 늘겠지만 물량을 떠안는 직원의 부담은 커지게 돼요. 단계를 없애면 단계 수수료도 없어지니 소비자는 더욱 합리적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구요. 결과적으로 회사와 직원, 고객 모두에게 득이 되는 시스템이에요.” 현재 파코메리에는 전국 31개 직영점에 5백여 명의 여성 사원이 일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여성에게 환원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직원 교육과 복지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 매출을 위한 매출이 아닌 순수한 영업실력을 통해 성장하는 매출을 지향한다는 게 회사를 운영하는 박 사장의 모토다. 리더십과 자질만 검증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직영점장으로 승진이 가능하다. 박 사장이 꿈꾸는 ‘여성의 회사’는 이렇게 하나하나 벽돌이 쌓이고 있다.

나를 세일즈하라

박 사장도 한때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집에서 아이 돌보고 살림하는 평범한 주부였다.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한 생활고 때문이다. 아이 우유 값이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남편은 그가 밖에 나가 돈을 버는 것을 반대했다.

“`이제는 ‘내가 1인 기업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 경영을 해야 합니다. 오너의 마인드를 가지고 일한다면 여성도 얼마든지 세일즈를 할 수 있어요.” 그녀는 1989년 처음 판매 가방을 들고 출발하던 그 순간부터 한번도 스스로 판매사원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개 판매사원으로 화장품을 판 것이 아니라 지금 팔고 있는 화장품 회사를 대표해 나온 사장이라는 마인드로 영업에 임했다. 10년 후에 이 회사의 사장이 될 것이니 10년 후 인생을 미리 당겨다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남자 못지않은 적극성을 키우게 됐고 그 큰 경쟁력으로 12년 만에 연봉 12억원의 기업 부회장에 올랐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박 사장은 그 에너지를 ‘벼랑 끝에서 얻은 자신감’이라고 한다.

“내가 정직하고 떳떳하지 못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당당하지 못해요.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확신과 자신감이 지금의 저를 만든 기본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 사장은 아직도 도전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을 보면 안타깝다. 예전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강조하며 잠자는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을 변화시킬 준비를 하세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나’는‘`나’라는 기업의 기본 자산이자 경영자 입니다. 성공하려면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세일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