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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어떻게 되나] 땅 보상 상당히 진척 ‘전면 재검토’ 불가능

여행가/허기성 2008. 4. 15. 22:14
참여정부의 대표적 지역균형발전사업인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이 난항을 겪게 될 전망이다. '5+2 광역전략'으로 대변되는 새 정부 국토전략과 배치되는 데다 국토부 보고서와 감사원 조사 등을 통해 효과가 부풀려졌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보상 등이 상당히 진척돼 있어 전면 재검토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175개 공공기관을 2012년까지 지방 10곳으로 분산 이전하고 지역 산·학·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청와대 보고에서 토지보상비 등이 높아 기업유치 및 주택분양에 애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구 유입도 문제다. 국토부는 "혁신도시 개발계획상 목표인구(2020년 2만∼5만명)는 가족 동반 이주를 전제한 것이지만 현재 동반 이주 의향이 낮다"고 밝혔다. 재원이 부족한 기관 52곳 중 43곳이 청사 신축에 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고 지원을 요구한 것도 부담이다. 감사원이 내부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사업의 경제효과가 3배 이상 부풀려진 4조원대로 발표됐다고 지적한 것도 사업 변경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새 정부 전략=현재 새 정부는 지역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화발전에 기반한 5+2 광역발전을 추진중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이 전략은 인구 규모, 인프라, 역사·문화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대구+경북),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등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2대 특별 광역경제권으로 나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 그동안 수평 배분에 집착한 나머지 공항·항만·고속도로·고속철도 등 광역 기반시설 배치 등에서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각 시도별로 한 곳씩 혁신도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은 새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충남 세종시를 방문, "참여정부 계획대로 하면 자립도가 떨어지고 충청권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전망=이미 혁신도시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원점에서 재검토'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현재 자체 토지로 추진하는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혁신도시의 토지보상 협의율은 63∼95%에 달한다.

또 제주, 경북, 경남, 광주·전남, 울산 등 5곳은 이미 착공됐고 부산 등 나머지 5곳도 올 상반기에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사업 추진을 중단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 공기업과 해당 지자체간 이전 협약까지 맺은 상태여서 계획이 바뀌면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부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선에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5일 해당 지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해당 지역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면서 지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성토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혁신도시를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것은 비겁한 술수라는 비난마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해당 지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상경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혁신도시 사태가 수도권 대 지방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상경투쟁도 불사

혁신도시가 들어설 지방자치단체는 하루종일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국토해양부는 애초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해명했으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어 혁신도시 축소는 불가피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한국전력 같은 민영화 대상이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처럼 통폐합이 논의 중인 공기업을 지방으로 내려가라 할 수 있겠느냐"며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이 대폭 줄어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자 지자체장들과 주민들은 일제히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토지공사가 옮겨갈 전주·완주와 주택공사가 이전할 진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공기업 가운데 큰 규모인 토공과 주공의 이전이 무산될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면서 "지역주민들이 서울로 올라가 투쟁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김재열 울산시의회 부의장은 "보상이 이미 6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혁신도시가 문제점이 많다고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면 울산시민들의 정서가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남 나주시 금천면 산포면 일대에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기공식을 가진 광주시와 전남도 혁신도시건설지원단 관계자들은 "광주와 전남지역으로 이전할 18개기관 중 가장 덩치가 큰 한전은 민영화가 되더라도 나주 이전계획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공기업의 이전은 정부의 약속이니 만큼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한전 측으로부터 2012년까지 이전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이전이 안되면 지역균형발전은 영원히 물건너가게 된다"고 말했다. 또 토지보상비로 사용한 4700억원의 국비가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상비 이미 2조4269억원 지급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혁신도시의 총 토지보상비는 3조1028억원이며 지난 11일까지 지급된 보상비는 2조4269억원이다. 면적 대비 보상률은 74.4%에 달한다.

혁신도시는 모두 10곳 가운데 지난해 9월 제주(서귀포)가 첫 삽을 뜬 후 김천 진주 나주 울산 등 5곳이 지난해 말까지 차례로 착공식을 가졌다.

부산은 16일 착공식을 할 예정이다. 원주,진천·음성 등 나머지 4곳도 오는 6월 말까지 착공할 예정이다. 혁신도시에는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수도권 공기업과 공공기관 125개가 강제로 이전된다.

혁신도시는 문제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보다 2~6배 높아 기업유치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토지보상비와 기반시설비로 인한 고분양가로 주택 미분양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돈이 부족한 43개 기관에서 사옥건립비 등으로 무려 2조9000억원의 국고지원을 요구하는 등 사업비도 계획보다 더 들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