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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땅은 그동안 개발이 어려워 별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규제가 풀리면 땅의 가치가 높아지고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대상과 범위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개발 규제 풀려=정부는 한계농지와 농업보호구역의 규제를 풀기로 하고 관련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이 개정되는 올해 말이면 27만㏊의 농지가 개발용지로 팔자가 바뀔 예정이다.
한계농지(20만6000㏊)는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이거나 연속된 면적이 2ha(2만㎡) 미만인 ‘나홀로’ 일반농지를 말한다. 한계농지로 지정되면 주거단지·실버타운 등의 개발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 때문에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한계농지로 지정돼 주거단지 등으로 개발된 것은 41곳 125.6㏊(0.06%)에 그친다.
정부는 이번에 한계농지 개발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기로 했다. 농민에게만 허용된 소유 자격을 비농민(법인 포함)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한계농지의 개발가치가 높아져 몸값이 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농지114 김영남 대표는 “입지 여건이 좋은 한계농지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용수 확보 등을 위해 정부가 지정하는 농업보호구역은 대부분 저수지를 끼고 있어 전원주택· 카페 부지로 인기를 끄는 땅이다. 지금까지는 인허가가 쉽지 않았는데 정부는 수질오염 우려가 적은 농업보호구역(6만2000㏊)의 규제를 완화해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농업보호구역은 관리지역에 비해 아직 가격이 저렴한 곳이 많아 투자 메리트가 크다”고 말했다.
보전산지 일부의 개발도 쉬워진다.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 지정된 보전산지는 공익 및 임업용으로 나뉜다. 공익용에선 절 이외의 건물을 짓기 어렵다. 임업용은 농민이 농가 주택 정도만 건축할 수 있는 땅이다. 현재 국내 전체 산지(645만㏊)의 77%가 보전산지로 묶여 있다.
정부는 굳이 보전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임업용 보전산지(10만㏊)를 준보전산지(개발용지)로 용도변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지난달 말 준보전산지 용도변경 기준을 정한 산지구분조정지침을 각 시·군에 통보했다. 자치단체들은 10월 말까지 보전산지 분류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준보전산지로 바뀌면 주택· 공장 건축이 가능해져 땅값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의 경우 준보전산지 값은 보전산지의 두 배 이상이다. 용인시 남사면 일대 보전산지는 ㎡당 4만∼5만원 선이지만 준보전산지는 ㎡당 12만∼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용인시 남사면 삼화공인 이상화 사장은 “농지·임야 규제 완화계획 발표 이후 공장·창고를 지을 땅을 구하려는 수요자가 4∼5명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어떤 땅이 투자가치 있나=수도권과 강원·충청권 일대 농지·임야가 규제 완화에 따른 유망 투자 지역으로 꼽힌다. 제2 경부·제2 영동·제2 외곽 고속도로 등의 교통망을 갖춰 개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계농지는 기존 시가지에서 가까운 신설 도로 주변이 좋다. 주택·공장 등의 건축허가가 쉽게 나서다. 농업보호구역은 경관이 좋은 저수지나 하천 아래 쪽을 노려볼 만하다. 상류 쪽보다 먼저 규제 대상에서 풀릴 가능성이 크다. 보전산지는 가급적 기존 개발지와 가깝고 경사도가 낮은 임업용 산지가 낫다. 산지구분조정지침에 따르면 이런 땅이 준보전산지로 바뀐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서를 떼어보면 임업용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규제가 풀리더라도 외지인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한 거래 규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을 받으면 외지인이 구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규제가 완화된다는 것만 믿고 덜컥 땅을 매입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해당 지자체에 규제가 풀릴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