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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부촌에 사는 재미교포 이야기

여행가/허기성 2008. 6. 20. 21:42


"주택 가격 하락이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이곳은 가격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팔 생각이 없어 관심도 없지만, 오히려 시세보다 더 줄 테니 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동네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LA 베벌리 힐스의 벨 에어 지역. 이곳은 베벌리 힐스 가운데서도 높은 산기슭으로 바람이 잘 통하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미국 전역에서 최고 부자촌으로 통한다.

이곳에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인 제이 안 씨(47ㆍ가명)는 "조용하고 바람 잘 통하는 곳"이라고 동네 자랑을 늘어놓는다.

유명한 프라이빗 골프 클럽인 벨 에어CC가 뒷마당 언덕 아래로 시원하게 자리잡고 있는 벨 에어 크레스트 고급 주택단지. 이 단지에는 주택 가격이 5000만달러(514억원)에 달하는 집도 있다.

안씨의 집은 방만 모두 8개. 지중해식으로 지어진 집의 바닥넓이를 전부 합친 건평만 1만4000스퀘어피트가 넘는다. 우리 식의 평으로 환산하면 400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집값은 1200만달러(약 120억원)를 넘어서고 있는데 요즘 이곳저곳에서 집을 팔라는 요청이 많지만 안씨는 전혀 팔 생각이 없다.

"제 손으로 집안 곳곳을 챙기면서 직접 만든 집인데,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팔 생각이 없어요. 이곳처럼 살기 좋고 편안한 곳을 찾기도 어렵고요."

아래층에는 마치 호텔 입구처럼 여유로운 현관을 비롯해 거실이 3개나 된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각각 있는 다이닝 룸이 2개가 있고, 부엌에는 맞춤형 냉장고를 비롯해 최신식 조리기구들이 가득하다.



지중해식 저택답게 'ㄷ'자로 굽어진 앞마당에는 네모로 된 예쁜 정원이 있고 집 왼쪽 한 켠에는 멋들어진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 옆에는 우리 식의 '열탕'과 같은 온수 욕조(hot tub)도 빠뜨리지 않고 갖췄다.

안씨 저택의 또 다른 볼거리는 차고. 부인과 안씨가 갖고 있는 차량만 6대다.
200만달러(약 20억원)짜리 스포츠카인 부가티를 비롯해 21만달러짜리 벤틀리와 15만달러짜리 마제라티가 얌전히 주차돼 있다. 본인이 애지중지하는 부가티는 잘 타고 나가지도 않는단다.

2층 두 부부의 침실에서 바라보는 LA 시가지는 마음을 탁 트이게 만든다. 침실 공간보다 넓어 보이는 부부 욕실에는 대형 버블 베스까지 있다.

국내에서 방송 관련 일을 했던 안주인의 안목이 스며든 덕에 집안 곳곳은 수준 높은 골동품과 미술품으로 가득하다.

현관 가운데 자리한 원형 탁자에는 호텔 로비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꽃들이 마치 방금 따온 것처럼 싱싱하게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 벨 에어의 장점 중 하나는 안전하다는 거예요. 우리 단지에만 모두 250가구가 사는데 첨단 경비시설을 갖춰 놓고 출입구도 24시간 경비원들이 확인된 사람들만 들여보내도록 돼 있거든요. 이곳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이 안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LA 고급 동네 곳곳에서 도난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안전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안씨의 두 아들은 이웃들 대부분과 다를 것 없이 모두 사립학교에 다닌다.
베벌리 힐스의 공립학교인 호손 스쿨과 베벌리 비스타 스쿨 등이 최고 시설을 갖춘 명문 공립학교임에도 대부분 이 동네 부자들의 '수준'을 맞추긴 어렵기 때문일까.

"사립 초등학교들만 가면 미국 부자들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낀답니다. 미국 부자들 때문에 기가 죽을 정도예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모두 사립학교에 한 사람 보내는 데 공식적인 학비만 2만5000달러가 소요된다.

문제는 이 사립학교를 다니려면 엄청난 '기부'를 해야 한다는 것. 워낙 기부문화가 크게 발달했고 부자들의 기부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 때문에 기부로 '가진 행세'를 하려는 미국 부자들이 이곳저곳에 부지기수다.

베벌리 힐스 벨 에어에서 통용되는 가장 큰 원칙은 돈이 많다고 부자행세를 하려 해도 기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절대 부자 행세를 할 수 없다는 것.

"지난번엔 교실 출입구 바로 앞 가장 좋은 주차공간을 기부 조건으로 지정 판매한 적이 있었어요. 1년치 주차권한을 사는 데 무려 20만달러를 기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안씨의 경우에도 한 사람당 기부금만 1년에 2만달러나 쓰고 있다.
"기부하지 않고서는 배겨날 수 없습니다. 학교에 잘 다니려면 어쩔 수 없어요. 패리스 힐튼도 자기가 나온 초등학교에 졸업 후에도 10년 넘게 기부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아진 기부금은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쓰여지니 뭐랄 수도 없다.
"음악시간이면 학부형 가운데 한 사람인 스티비 원더가 특별수업을 진행하고, 데이비드 베컴도 아들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아이들과 놀아주니 최고 교육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셈이죠."

저택의 안주인인 김수정 씨(41ㆍ가명)는 이렇게 말한다.
"벨 에어 크레스트에는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산다. 돈 많은 영화배우나 스포츠 스타들도 숫자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의사나 변호사도 이곳에서는 가장 흔한 직업 중 하나다."

안씨가 내는 세금은 재산세만 1년에 15만달러(1억5000만원ㆍ세율 1.25%)에 달한다.

400평짜리 주택을 유지하는 데 한 달 비용만 5000달러. 여기에 주택단지 공동으로 쓰는 테니스장과 클럽하우스 사용료 등 비용만 1000달러를 추가로 들여야 한다.

이곳 부자들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활용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금융비용은 소액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