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사실상 '사망선고'… '강부자 감세' 논란 커질 듯
사업용부동산 종부세 폐지
내년부터는 공시가격 기준 9억원,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11억원 가량 이하의 주택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게된다.
종부세율도 1~3%이던 것이 0.5~1%로 절반 이하로 낮아지고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10~30%의 세액공제도 해준다.
사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폐지한 후 재산세로 전환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흡수 통합하고 단일세율이나 낮은 누진세율로 바꾼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2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태희 정책위의장,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종부세에 대해 이 같은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우선 내년부터 종부세 부과기준을 기존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상이던 것을 9억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종부세 과표를 계산할 때도 지금은 연도별로 과표적용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공시가격의 80% 수준으로 시행령에서 탄력적으로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종부세율도 내려 과세표준이 6억원 이하면 0.5%, 6억~12억원은 0.75%, 12억원 초과는 1%를 물리기로 했다. 현재는 과세표준 3억원까지는 1%, 3억~14억원은 1.5%, 14억~94억원은 2%, 94억원 초과는 3%로 돼 있다.
고령자에 대한 경감제도도 마련, 60세 이상~65세 미만 10%, 65세 이상~70세 미만 20%, 70세 이상은 30%를 경감해준다.
현재 공시가격 15억원의 주택은 종부세를 735만원 가량 내는데 내년 이후 개정된 종부세율과 부과기준을 적용하면 고령자 공제를 받지 않더라도 120만원 정도로 줄고, 공시가 20억원 정도의 주택도 1천210만원 가량 내던 것을 290만원 정도만 내면 될 전망이다. 당정은 사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도 기업 경쟁력 저하요인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전환하되 재산세는 일부 인상 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됐던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이번 개편안에서 제외됐다.
나대지 등 종합합산토지의 과표와 세율도 대폭 조정, 17억원 이하는 0.75%, 17억~47억원은 1.5%, 47억원 초과는 2% 등으로 낮춰준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흡수 통합하고 국제적인 원칙에 따라 단일 세율이나 낮은 누진세율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 같은 개편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올해분 종부세에 대해서는 지난 1일 세제개편안에서 발표한대로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인 80%로 동결하는 한편 세부담 상한을 150% 하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일부 완화해줄 방침이다.
최고 세율 67%나 줄어 존속 의미 사라져
세금폭탄·세대별 과세 위헌 등 논란 불구
부동산값 안정 순기능 무시 비판 일어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 22일 정부가 고위당정회의에서 보고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은 참여정부 부동산 세제의 골격인 종부세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과세 대상 상향(기준시가 6억원→9억원) ▲세율 인하(1~3%→0.5~1%) ▲1주택 고령자 추가 감면(최대 30%) 등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종부세를 더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말처럼 사실상 종부세 폐지를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상속ㆍ증여세 대폭 인하, 양도소득세 완화 등에 이어 종부세까지 근간을 뒤흔들면서, '강부자 감세'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유명무실해진 종부세
국세청이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과세 인원은 37만9,000세대. 이 중 기준시가 6억~9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가구가 22만3,000세대로 전체 종부세 납세자의 58.8%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체 가구의 고작 2%만 내는 '부자 세금'으로 치부되는 마당에, 이제 1%도 채 안 되는 '부자 중에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되는 셈이다.
단지 대상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현재 과표 구간별로 1~3%인 세율도 절반 이하인 0.5~1%로 줄어든다. 최고 구간의 세율은 현행 3%에서 1%로 무려 67%나 급감한다. 여기에 60세 이상 1주택 고령자는 10~30%를 추가 감면 받을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2008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하고,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현행 300%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종부세에 부과되는 농특세도 아예 폐지했다. 사실상 종부세 존속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70세가 넘는 고령자가 기준시가 10억원인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올해 예정대로라면 405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당정협의 기준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이 28만원으로 줄어든다. 종부세 부담이 1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이다.
■ 부자 감세 논란 증폭될 듯
물론 급격한 세 부담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2006년 종부세 부과대상을 공시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인별 합산 대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하면서 '세금 폭탄' 논란이 비등했던 게 사실이다. 강남 주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까지 제기했다.
무엇보다 은퇴 후 이렇다 할 소득 없이 생활하는 고령자의 경우 '종부세 폭탄'에서 구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동정 여론이 적잖았다. 심지어 세대별 합산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그렇지만 종부세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동안 부동산 가격 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만들지 않았다면 무차별적인 부동산 투기가 지속되면서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환부를 도려내는 수준이 아닌, 아예 전면적인 수술에 나선 데 대해 소수 부자들을 위한 개편이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인 것도 분명하다.
특히 이 정도 세율이면 현행 0.15~0.5%인 주택분 재산세 세율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이중과세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면서 종부세를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사실상 종부세 폐지를 위한 전 단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부동산 투기 광풍을 조장할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또 하나의 부자들을 위한 조치"라며 "모처럼 부동산 경기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또 한 차례 홍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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