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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풀린 토지시장' 땅 사도 되나

여행가/허기성 2013. 7. 16. 07:01

'빗장풀린 토지시장' 땅 사도 되나

정부의 2차 투자활성화 방안에 입지규제 완화 계획이 대거 포함됨에 따라 토지시장의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계획관리지역 내 기존 단독주택, 음식점, 숙박시설 등만 제한했던 것을 아파트, 음식점, 업무시설, 위락시설 등을 제외한 나머지 건축물은 모두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정부의 핵심요지다.

계획관리지역은 국토의 11%에 해당될 만큼 광범위하다. 사실상 정부가 개발이 필요한 땅에 대한 빗장을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개발 수요가 많은 계획관리지역을 풀어줬다는 점에서 토지 구매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유인책이 될수 있지만 실제 시행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계획관리지역 몸값 높아진다"…경기 남부권 '수혜'

생산관리지역은 지금까지 생산�보전관리지역이나 자연녹지지역과 비교해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토지였다. 하지만 생산관리지역의 규제가 풀리면서 확실한 우위에 올라서게 됐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용도지역별 토지가격은 계획관리지역(0.19%)이 생산관리지역(0.07%)을 비롯해 공업지역(0.08%), 상업지역(0.08%)보다 월등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는 "계획관리지역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시행사 등 상위 토지공급자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앞으로 토지 개발자가 어떤 건축물을 짓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지티브식 규제정책이 토지 활용의 획일화를 불러왔다면 네거티브식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당장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도시나 택지지구 주변, 인근 중소도시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규모가 크고 교통망을 갖춘 지역이 주요 대상이다.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이기 원하는 대도시 주변 공장부지나 물류창고, 연립주택 등의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며 "산업시설 수요가 많은 화성·평택·이천·용인 등 서울 남부권이 대표적인 수혜지"라고 설명했다.

그간 기피했던 그린벨트 내 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만㎡ 이상만 개발 가능했던 그린벨트 지역도 시가지 인접지역에 공공성을 갖춘 여가·복지시설이나 청사라면 20만㎡ 이하 개발도 가능해지면서다. 강 대표는 "그린벨트가 풀릴 여지가 높아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택지지구 계획변경 여지 생겨
당장 택지지구를 매각해야하는 LH의 경우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택지지구 계획변경 기간이 절반으로 줄면서 변화된 트랜드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1~2인 가구 상승에 따라 소형위주의 주택공급이 가능해지고 대형 상업용지를 세부 분할해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당초 택지지구 내 토지를 매입했다가 여건 변화로 개발을 미뤘던 토지구매자도 사업 재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획변경 기간이 줄어들면서 금융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LH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 기회가 생기면서 비매각토지 적체물량 해소의 길이 열렸다"면서 "토지자원의 활용성 증대와 도시활성화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차제·국회·건설경기 '산넘어 산'…토지거래 낙관 여려워
하지만 당장 토지시장에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지자체가 개발의 핵심인 용적률 등을 결정할 열쇠를 쥐고 있는데다, 법 개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난개발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국회통과가 여의치 않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개발의욕이 꺾인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자본이 얼마나 참여하게 될 지 미지수다. 입지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활성화를 끌어내겠다는 목표가 첫 단추부터 어긋날 수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현 정부의 규제완화가 시기적으로 맞지만 개발이 어려운 여건과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장 토지시장에 효과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에 대한 관심과 실제 수요에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토지 수요를 움직이는 설비투자 과정이 이뤄지려면 실물경기 회복이 우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대부분 백지화됐고 여전히 토지관련 규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호가만 오를 뿐 수익이 남는 지역이 별로 없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