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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 속 외국인은 두달째 'Buy Korea'

여행가/허기성 2013. 8. 25. 23:05

신흥국 위기 속 외국인은 두달째 'Buy Korea'

전달 8101억 이어 7603억 순매수
韓, 美·유럽 경기회복 수혜국 판단… 아시아신흥국과 차별화 ‘반사이익’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위기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흔들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시장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외국인 자금의 유입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악재 속에서도 외국인 자금 유입세
최근 코스피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에도 지속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외국인은 7603억원을 순매수했다. 7월의 8101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순매수다. 6월 5조198억원을 팔아치우며 급격하게 빠져나간 뒤 두 달 연속 자금이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8월 중순부터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달 13일부터 23일까지 8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1조628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인도와 아시아 국가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7월 이후 외국인들은 인도 증시에서 8억달러(약 9000억원),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3억달러(약 33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고스란히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모양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도 6월부터 8월14일까지 총 97억70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에서도 189억1000만달러가 유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자금 유입세의 원인으로 외국인이 한국 경제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위기국보다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이들 국가에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으로 인식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아시아 신흥국 대신 미국, 유럽의 경기회복 수혜국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에서 대규모로 이탈했던 지난 6월에는 한국이 신흥국과 함께 묶여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선진국 경기 회복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향후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혜택을 볼 종목에 8월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23일까지 KT(314억원), SK이노베이션(205억원), LG전자(129억원), 한국가스공사(119억원), 현대미포조선(113억원) 등 IT(정보기술)·화학·조선 업종 종목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증시 흐름 바꿀 만한 '강렬함'은 없어


대부분 전문가는 외국인 자금이 시장을 끌어올릴 힘은 되지 못할 것으로 평가한다. 외국인 매수세가 개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막아낼 만큼 강력하지 못해서다. 최근 증시의 하락세는 기관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자금이 2998억원이나 유입된 지난 20일에는 기관이 2969억원을 순매도하며 결과적으로 코스피가 29.79포인트 하락했다. 8월 들어 코스피에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5000억원이 넘는다. 외국인 자금 흐름에 따라 코스피 주가 흐름이 결정되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증시 전반의 흐름을 바꿀 만큼의 '강력함'이 최근 이어지는 외국인 매도세에 결여돼 있다는 뜻이다. 배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긴 했지만 사실 '적극적인' 자세로 매수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며 "외국인은 상승을 주도하기보다 지수의 하락 전환 가능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아시아 신흥국 위기설의 영향권 안에 있게 될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 확대의 원인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요인의 변화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금융위기 불안 등 외부 악재에 의한 것"이라며 "6월 수준으로 지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작지만 단기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위기설이 확대되면 외국인이 다시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신흥국과의 차별화로 국내 증시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으므로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이 많다. 당장은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설의 부정적인 영향권 속에 한국도 포함될 수밖에 없지만, 연쇄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국 증시의 매력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가 경상수지나 외화보유액 측면에서 위기국과는 사정이 다르고 주가도 저평가돼 있어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과거처럼 경기 불투명성과 기업실적에 대한 불신, 대규모 외국인 매도세 등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신흥국 금융불안은 좀 더 살필 필요가 있지만 경기민감주 중심의 저가매수 전략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