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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두면 언젠가 오른다? 그런 건 없다"

여행가/허기성 2013. 12. 10. 16:00

 

"집 사두면 언젠가 오른다? 그런 건 없다"

▶ 현재 부동산시장 현실이 어떻다는 건가.
지금 큰 전환기가 두 개 겹쳐 있다. 하나는 부동산시장 장기 사이클 상에서 대세 하락기인 전반부에 들어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해방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우리가 과거 40, 50년 동안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산 가능 인구가 늘어 경제가 고속 성장하고, 주택수요 연령대의 인구가 계속 늘어서 집이든 땅이든 사두면 언젠가는 값이 올랐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충격이 부동산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저성장과 주택시장 침체가 맞물려 과거와는 정반대의 패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으로도 부모세대가 경험한 과거시대의 부동산공식이 통할 거라고 본다면 오산이고,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자료 사진)

▶ 거품이 어느 정도기에,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보는 건가.
집값 거품이 어느 정도 있는지,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방법론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주택 가격의 과도한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가계소득 대비 집값이 얼마나 부풀려 있느냐. 둘째가 소비자 물가 추세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뛰었느냐. 셋째가 집이라는 부동산이 거둘 수 있는 수익(=임대료)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느냐이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수도권은 대략 평균 40% 전후의 집값 거품이 있다고 본다.

지금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머리 꼭대기에서 어깻죽지 정도 떨어졌다. 언론에서는 이제 바닥 찍고 올라간다지만 멀었다. 10~2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그리는 부동산시장의 특성과 국내 부동산 거품의 크기, 주택담보대출 및 가계대출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한참 남았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난 주택 사이클 보면, 집값이 바닥이라는 건 섣부른 이야기다.

▶ 그런 맥락에서 언론을 믿지 말라고 하는 건가.
부동산 분양 광고가 전체 광고 매출의 25~30%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찰자로 기사 쓰기보다는 건설업계 이해구조에 맞물려 쓴다. 그러니 집값 쌀 때는 곧 오르니 사라, 오를 때는 더 오르기 전에 사라고 한다. 또 부동산 정보 소스도 건설업계 관련자들 혹은 건설업계에 포섭돼있는 사람들을 취재원으로 삼고 있으니, 주택 소비자 입장이 아닌 건설업계 입장에서 기사가 나오는 거다.

신문 입장에서는 광고가 들어오니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그 말 믿고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하지 않았나. 이런 건설업계와 신문사에 이런 이해관계가 숨어 있으니 곧이곧대로 믿으면 낭패 볼 수 있다. 집이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평생 살아가면서 일반가계가 구입하는 재화 중 가장 비싼 물건인데 이해관계에 물든 언론 보도만 보고 덥석 집을 사면 위험해질 수 있다. 좀 더 신중해야 한다.

▶ 정부도 나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지 않느냐.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놔도 두 달 천하로 끝나지 않는가. MB 정부 전반기에는 재정 여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4대강사업 등 공공재정으로 부동산 부양책을 폈다면 DTI규제를 해제한 2010년 8.29대책을 기점으로 MB정부 후반기부터는 가계부채를 동원한 부양정책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러한 기조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 확연해졌다. 4.1 부동산 정책을 요약하면 "빚내서 집 사라"는 의미이다. 8.28 정책도 세입자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는 거다. 12.4 정책은 "빚 '더' 내게 해줄 테니 집 사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연착륙 대책이라는 미명하에 부양책을 계속 쓰고 있는데, 이게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줄이는 대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사이 가계부채, 공공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한국은 당장의 충격을 줄이겠다며 부채를 크게 늘렸다.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미국 가계부채 비율은 133%에서 올해 1분기에는 107%까지 줄였는데, 한국은 145%에서 165% 수준까지 늘렸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에는 18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지속할 수 있겠는가. 정부나 건설업계는 단기적으로 빚이 늘어도 계속 부동산시장을 떠받쳐야 된다는 식인데,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그뿐만 아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정규직장에서 퇴직해 자영업을 차리지만, 부동산 임대료가 계속 올라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 이런 식으로 한국경제가 너무나 고비용구조가 돼 있어 집값, 땅값은 금값인데 사람값은 헐값이 돼있다. 경제 전체적으로도 부동산에 수천 조원의 어마어마한 돈이 묶여 있으니 생산 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계속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떠받치지도 못할 부동산 거품 떠받친다고 경제 전체적으로 어마어마한 기회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 부실채권 발생 위험성 분석 및 정리 방안 등 체계적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연착륙이라며 거품 키우는 방식으로 나가다 몇 년 안에 부채폭탄이 터지면 감당할 수 없다.

연착륙이 아닌 견착륙(堅着陸)이 필요하다. 정부 대응 기조와는 달리 당장은 충격이 조금 있더라도 길게 볼 때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게 견착륙, 영어로 펌랜딩(firm landing)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고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은 더 커진다. DTI규제와 LTV규제 등을 강화하고 거치기간 만기 연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해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 식으로 선제적으로 거품을 제거해 충격을 줄일래, 가만히 있다가 폭탄이 터지는 사태를 맞을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전자 아닌가. 그런데도 약발 없는 부양책을 쏟아내고, 구조적 전환기에 걸맞은 근본적인 주거정책의 전환을 꾀해야 할 시기에 계속 ‘집값이 바닥이니 집을 사라’고 속인 게 몇 번째냐.

1990년대 초반에 두 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 일본과 스웨덴이다. 스웨덴 정부는 미적대지 않고 부동산 거품을 단기간에 제거했다. 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상태에서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정상적인 경제 궤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일본은 부실채권 처리를 계속 미루고 좀비 건설업체를 살리는 대규모 토건 부양책으로 일관했다. 또한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지금의 한국정부처럼 공공건설 사업 예산이 소진되자 가계부채를 늘려가며 억지로 가계로 하여금 집을 사게 만들었다. 이것이 급속한 고령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진 원인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전철을 안 밟겠다고 하면서도 계속 따라가고 있다. 

 

(자료 사진)

▶ 부동산 시장 큰 흐름에서 하락기라고 해도, 막상 각각의 개인 상황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는 주택시장의 큰 흐름만 이야기하고, 선택은 개개인에게 맡겼다. 무리하게 사지 말라고만 얘기했다. 사실 각 개개인의 구체적 사정이 다른데 모두에게 딱 맞는 조언을 드리는 게 무리여서 그랬다. 하지만 이번 책에는 고심 끝에 전형적인 가계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정리했다.

큰 기조는 여전히 무리해서 집 사지 말자이다. 무리해서 사면 수십 년은 빚의 노예로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곧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시기 온다. 최대한 가계 부채를 줄이며 대비해야 한다.

하우스 푸어, 특히 다주택을 소유한 하우스 푸어는 정부 미봉책에 기대지 말고, 빨리 현실을 직시해 빚을 줄이고 새 출발하는 게 현명하다. 집이 여러 채 있으면 팔리는 것부터 팔리는 가격에 팔아야 한다. 혹자는 안 팔리는데 어떡하느냐고 하는데 그래서 팔리는 가격에 팔라고 말하는 거다. 과거 고점의 시세에 아직도 착각하면 안 된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라. 나중에 빚에 쪼들려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이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정부가 안 하니 가계가 선제적으로 부채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한다.

또 어차피 전세로 살아도 빚내는데 조금 더 빚내서 집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전세가 감당 안 되는 상황이라면 더 빚을 내지는 말아라. 일단 빚을 더 내면 원금과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보증금이나 집값 말고도 추가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집값 곧 오를 거라는 정부와 언론의 토끼몰이에 당하지 말라.

정부가 내놓은 1%대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 대출. 아무리 저금리라 하더라도 빚은 빚이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1~2% 이자라 해도 빚이기 때문에 언젠가 갚아야 한다. 만약 집값이 10~20%만 떨어져도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 기조 그대로 가게 되면 30~40%는 빠질 거다. 나중에 그 빚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

월세 사는 사람이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로 갈아탈까를 고민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월세로 한 달에 50~60만 원 내다 전세 대출 이자로 환산하면 원 30~40만 원 이자만 내면 되니 합리적일 수 있다. 다만 월세 때는 없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전세 보증금 묶이거나, 일부든 전부든 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라. 그리고 전세 대출도 대출이니 소득대비 많이 대출 받으면 하우스 푸어가 아닌 렌트 푸어가 되는 지름길이다. 소득 대비 비추어 이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전세로 바꿔라.

세입자의 경우 안전한 전세가 부족하니, 가급적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 높기 때문에, 그리고 집값이 떨어지면 역전세 시기가 올 수 있으니, 가능하면 신중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라. 빚 많은 집주인, 전세 값 많이 달라는 집주인 피하라.

또 통학이나 통근상의 이유로 그 주변에 있어야 한다면 전세 보증보험 있으니, 그걸 활용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전세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