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중개업까지 전방위 영향, 그동안 부동산을 투기재로 봐
소비 심리 살릴 수 있도록 규제 풀 수 있는 건 다
풀어야
10대그룹 社內유보금 477조원… 정부 追更보다 50배가량 많아
경기 살릴 '실탄' 활용 가능, 배당도 경기
부양에 큰 도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활기를 잃어가는 한국 경제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기업이
쌓아놓고 있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와 배당 등으로 선순환시키는 2개의 '킹핀(kingpin)'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본지의 심층 인터뷰에 응한 전직 고위 경제 관료들과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 원장 등 전문가 12명이 이 두 가지를 킹핀으로
지목한 것은 무엇보다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건설업·부동산업·인테리어업 등 관련 분야 일자리가 늘어나며 이는
소득 증대와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돈이 국내투자와 배당으로 흘러나오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를 확대할 수 있다. 당장 피부로 경제 활력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재원을 한국 경제로
끌어들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첫 번째 킹핀: "내수 전 분야에 연쇄 부양 효과 낼 부동산을
살려라"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무조건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다른 분야에선 풀 것을 다 풀었는데도 안 돌아가는데, 부동산은 아직도 묶어 놓고 있는 게 많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를 푸는 건 최경환 경제팀이 첫 번째로 해야 할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 가지는 전후방 파급효과 때문이다. 우선 일자리가 생기고 가계에 돌아가는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건설회사뿐 아니라,
이사, 인테리어, 중개업 등 많은 직종에 영향을 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주택 경기 침체로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가 매년
평균 13만여개 감소했다는 분석(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있다. 건설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금융 위기 이후 실업률이 평균 0.5%포인트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그동안 부동산을 투기재로 보고 몇십년 동안 정책을 입안해 왔다"며 "마치 현재는 쓰레기통에 폐기된
1970년대 산아제한책을 보는 것 같은데,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바꿀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대해서는 설문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LTV와 DTI를 완화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심리적으로 경제주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LTV·DTI를 풀어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쓰도록 유도해 소비 심리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킹핀: "기업이 쌓아둔 자금을 투자·배당으로 끌어내라"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금을
경제의 혈액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금 중 정부에 낸 세금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제외하고 기업 안에
쌓아두는 돈을 말한다. 사내유보금을 적정한 수준의 투자와 배당으로 바꾸는 것이 부동산에 이은 또 하나의 '킹핀'이라는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477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만지작거리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카드가 10조원대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이 투자와 배당을 늘리지 않고, 쥐고 있는 자금은 이보다 50배가량 많은
셈이다.
이 돈이 경제에 들어와 마중물 역할을 하면 일자리 창출,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서울
시내에 호텔이 들어오도록 해 주든지, 영종도에 카지노를 제대로 되게 해 주든지, 제주도에 중국인 병원 들어오게 하든지, 케이블카를 설악산에
놓도록 해 주든지 뭐라도 하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 기업들의 배당률을 높이는 것도 사내유보금을 낮출 방안이다. 배당을 늘리면
소액 주주들의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살아나게 되고, 빚을 갚을 능력이 커지니 가계부채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 전망치는 1.11%에 불과할 정도로 배당에 인색하다. 미국(2.17%),
영국(4.7%)뿐 아니라 중국(3.17%)도 못 쫓아간다. 배당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8조원이 추가로 경제에 투입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배당금이 약 13조원 늘어나게 된다. 외국인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34%)을 빼면 약
8조원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계산이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기업이 성장하면 그 성장 계획에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이 돌아가고, 이게 다시 다른 투자로 이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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