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살 예방에 총력집단괴롭힘·조직적 은폐 일본도 예외 아냐…"
사람중시 조직 만들어야" 자살방지 대책본부 설치…우울증 위험 대원 조기 치료
올해 창설 60주년을 맞이한 일본 자위대도 특정 대원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지메), 사안 은폐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률상 전쟁상태인 한국과 달리 '평시'인데다 모병제라는 점에서 상황은 다르지만, 군사조직이라는 폐쇄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양태는 한국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의 카네오헤 해병대 기지 해안에서 상륙작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 육상자위대원. (교도=연합뉴스 )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자위대원의 자살이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자살한 자위관 수는 1995년에 44명으로, 일반 일본국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비율과 거의 같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해외파병 확대와 맞물리며 자위관의 자살이 급증, 2004년 94명으로 일반국민 자살 사망자 비율의 1.5배였고 이후에도 작년까지 매년 80명 안팎이 자살했다. 올해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2011년 78명, 2012년 79명, 작년 76명의 자위대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위대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2만 5천712명이다.
지난 4월, 발생 10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된 해상자위대원 자살사건은 자위대 내부의 인권 침해와 진상 은폐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선임 대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21살의 자위대함 승무원이 2004년 자살한 뒤 해상자위대 상부는 이지메 행위의 유무를 동료들에게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담은 자료를 은폐했다. 유족 등이 정보공개 소송을 냈음에도 문서가 없다고 발뺌한 것이다. 결국 한 해상자위대 간부의 '양심선언'으로 설문조사 결과 자료의 존재가 공개됐고 국가가 유족에게 7천350만 엔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지난 4월 도쿄고법에서 확정됐다.
자위대 상부가 조직적으로 불리한 증거에 대한 은폐를 시도한 이 사건은 올 연말 시행 예정인 특정비밀보호법이 정부 조직의 비리를 숨기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였다. 이 법은 아베 정권이 작년말 제정한 것으로,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수위를 대폭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육상자위대원, 2008년 해상자위대원 각 1명이 기지에서 맨손 격투 훈련 중에 사망하기도 했다. 훈련을 가장한 구타였다는 의심이 짙은 사건이었다.
또 자위대 간부요원을 양성하는 방위대학의 2학년 남학생(19세)이 지난 7일 상급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상급생 8명에 대한 고소장을 요코하마 지검에 제출했다. 상급생들이 구타했을 뿐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시킨 뒤 거절하면 하복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고 고소인은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08년 하마마쓰(浜松)시에 있는 항공자위대 제1술과(術科)학교의 교장이 부하 여성을 성희롱한 의혹으로 경질된 일을 포함해 여성 자위관에 대한 성희롱, 추행 등 사건도 가끔 언론에 소개돼왔다.
방위성은 자살방지 대책을 중심으로 내부 문제에 대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왔다.
2000년부터 대원들의 24시간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2003년 방위성 정무관(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자살방지 대책본부를 성내에 설치했다.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있는 대원에 대한 조기 치료 등도 하고 있다. 또 대원들 간의 사적(私的) 제재, 폭행 등에 대해서는 예방 대책과 피해대원 관리, 양면에서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해 두고 있다고 방위성 측은 밝혔다.
방위성 언론 담당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위대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심리적 관리, 정신 건강을 위한 교육의 철저한 시행, 상담 체제의 충실화 및 강화, 자살 사고 발생 후의 사후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원 또는 대원 가족이 24시간 민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고 부대 내부에 심리 치료 담당 의료진도 두고 있다고 이 담당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자살자 수 면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양상이다. 일본 전국적으로 자살자 수가 작년까지 4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자살 방지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위대원의 자살자 수는 2011∼2013년도 연간 70명대 후반을 유지했다.
'자위관 인권 핫라인'을 운영하는 자위대원 출신 군사평론가 고니시 마코토(65)씨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위관 중 다수는 기지 안에 산다. 일반기업에도 권한을 이용한 괴롭힘이 있지만 일에서나 사생활에서나 24시간 부대 내부의 인간관계에 둘러싸인 것이 자위관"이라며 "고민을 상담해도 상관에 그것이 누설되면 점점 지내기 어렵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이고 비(非) 민주적이기 쉬운 군사조직의 특성에 따른 문제는 제도로 극복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자살한 자위대원의 아버지인 히구치 노리코(66)씨도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조직안에서는 원인이 분명해도 대처가 어렵다"면서 "집단 괴롭힘, 지위를 활용한 괴롭힘은 조직의 책임이 추궁되는 일인데 그것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히구치씨는 이어 "사람을 지키는 것이 자위대의 역할이라면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이 되도록 방위성과 자위대가 함께 상황을 개선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된 마음"이라며 "그것은 자위관 개개인은 누구도 대체될 수 없는 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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