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 결국 가계빚 폭탄 주범되나
주담대 절반, 집 안사고 생계에 사용
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정부의 금융완화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 올 들어 7월까지 대출금의 절반 이상이 원래 목적인 '주택구입'보다는 '생계자금'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LTV·DTI 완화 당시 '경기 활성화보다 가계부채의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5개 주요 은행의 올 1∼7월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51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7조9000억원(53.8%)이 원래 목적인 '주택 구입'이 아닌 '기타 목적'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타 목적은 주로 생활비나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또는 마이너스 대출 등 다른 고금리 대출을 갚는 데 쓰인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7월 주택 구입용 목적이 아닌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33%는 '기존 대출자금 상환'을 위한 것이었다. 이어 '생계자금'(25.2%), '전·월세자금'(15.9%) 등 순이었다. 이들은 모두 대출금을 소모성인 생계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비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2011년 43.2%에서 2012년 50.6%, 2013년 50.9%로 꾸준히 높아졌다. 급기야 올해 1∼7월 이 비중이 53.8%에 달해, 3년 새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8월부터 LTV를 70%로, DTI를 60%로 상향 조정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가파르게 늘었다. 8월 한 달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14개월 동안 최대치인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상당 규모가 주택담보대출이다. 또한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5000억원으로, 연내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비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출금의 상당 부분이 제2금융권 등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갈아타기'에 쓰였고 그 결과로 '기타 목적' 용도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생계형 주택담보대출은 대체로 수입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퇴직한 자영업자가 쓴다는 점에서 대출자 입장에서는 부채 부담이, 은행 측에는 부실 위험이 크다"며 "주택담보대출 용도 관리 등 선제적 대응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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