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우대금리
직장인 권모(30)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너무 복잡한 우대금리 항목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최대 1.2%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신용카드 가입, 급여 이체, 기타 사용 항목 등 받는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0.5%포인트를 제공한다는 영업점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은 향후 대출 여부가 확정된 뒤 이야기해주겠다고만 했을 뿐,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권씨는 "남편의 주거래은행 쪽에도 물어보고 은행 간 금리를 비교한 뒤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우대금리 항목이 고정금리를 택하는지 변동금리를 택하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수신이나 여신 상품에 다양한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은행마다 기준이 달라 '요지경 금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각 은행 홈페이지에도 대출금리 우대 항목의 최고치만 나열돼 있을 뿐 기준 등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우대금리 받으려면… 카드·적금·청약저축 가입해야
=서울경제신문이 23일 서울 시내 은행 7개 지점을 방문해 주택담보대출시 각 은행이 제공하는 우대금리를 비교해본 결과, 은행들은 소수점 한자릿수에 불과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부분 카드나 적금 가입 등을 요구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카드에 신규 가입하고 석 달간 50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대출 이자의 0.1%포인트를 우대금리 항목으로 깎아줬다. 국민은행은 신용카드 가입시 조건에 따라 0.2~0.3%포인트를, 신한은행은 0.2%포인트를 우대금리로 제시했다. 단 신한은행은 체크카드 이용시에도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 신용카드 사용시에만 우대금리를 주는 여타 은행과 차이점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시 적금이나 펀드·주택청약저축 같은 금융상품 가입 권유도 여전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매달 10만원 이상을 불입하는 적금을 3년 이상 가입할 경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신한은행은 펀드 상품 가입시 최대 0.2%가량 우대금리를 제공했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 대출 한달 이전에 적금을 들 경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각 은행은 스마트뱅킹 서비스 가입, 공과금 자동이체, 거래 기간 등의 항목을 가산해 우대금리를 매기고 있었다. 특히 5년을 고정금리로 하고 이후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혼합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5년 이후에는 우대금리를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예·적금 우대금리는 더 요지경
=은행들이 수신금리에 가산하는 우대금리는 더욱 요지경이다. 최대 3%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 중인 우리은행의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의 경우 추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1년간 붓는 적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이 상품은 현재 기본금리 2.7%, 우대금리 3%포인트로 매월 10만원 또는 20만원의 적금을 향후 1년간 넣을 수 있다. 결국 연간 120만원 또는 240만원만 넣을 수 있지만 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향후 1년간 우리카드로 250만원 이상(월 10만원 적금시) 또는 500만원 이상(월 20만원 적금시)을 추가 사용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또 카드 사용 실적 중 가족카드 실적, 체크카드 실적, 기업카드 실적 등은 이용액 산정에서 제외된다. 그나마 우대금리 3%포인트 중 1%포인트는 기부금으로 자동 이체돼 실제 우대금리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는 통일금융 적금 상품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NH통일대박 정기적금'은 최대 0.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다 받기는 쉽지 않다.
우선 실향민이나 탈북민, 개성공단 입주기업 임직원일 경우 0.2%포인트의 '특별 우대금리'를 받게 해 북한에 연고가 없으면 우대금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또 0.3%포인트의 추가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NH농협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월 50만원 이상 이용해야 한다. 그나마 통일 관련 그림 그리기나 행진대회와 같은 통일 관련 활동에 참가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 받을 수 있지만 이는 0.1%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이 판매 중인 'KB통일기원적금' 또한 실향민·탈북민, 통일캠프 수료자 등이 증빙서류를 제출해야지만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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